
마당 한켠에 있는 무화과 나무와 석류입니다. 누구든지 마당에 들어서면 무화과가 한 개라도 익은게 있나 살펴보느라 먼저 달려가는 곳입니다.

올해도 무화과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서 우리들의 입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무화과가 원래 꽃이 없는 게 아니라 우리들이 먹는 곳이 꽃이라던데 맞는건가요? 무화과는 저렇게 새가 쪼아먹어도 저장성이 없는 거라 따다가 누굴 갖다 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직접 나무에서 따 먹어야 제 맛이 납니다요. 어머니께서 아깝다고 따다 냉장고에 넣어두신거 아무도 안 먹습니다. 그러면 결국 귀찮아 하시면서도 쨈을 만들어 놓으시고 설에 내려가면 한통씩 안겨 주시지요.

석류는 무화과 그늘에 가리고 가지치기를 잘 못한 탓에 올해는 열매가 열리긴 했는데 자라지 못하더군요. 신거 좋아하는 울 딸이 가장 기다리는 열매인데 얼마나 서운해 했는지.

원래는 지금쯤이면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하거든요.(옛사진)

장독 한 켠에는 호박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올해 호박은 좀 자잘한 편이네요. 주황빛이 예쁜 저 호박은 호박죽을 끓이면 빛깔도 곱고 맛도 단호박보다 훨씬 좋답니다.

뒤안으로 가면 단감나무와 대나무가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참나물도 기르고 계시고 한쪽엔 물이 담긴 큰 대야에서 미나리도 자라고 있습니다.

밭으로 나가는 길에 만난 애들입니다. 이름이 고마리라네요.

길 왼쪽에는 아버님께서 가꾸시는 벼가 자라고 있습니다.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피가 반 가까이 섞여있는 아래 논에 비해 이 논에는 잡풀이 단 한포기도 없었습니다.

감나무밭 사이에는 생강과 토란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 쪽에 있는 감은 봉옥이라고 홍시로 먹는 감입니다.

한켠에는 고구마도 자라고 있습니다. 작년에 호박고구마라는 걸 처음 먹어보고 넘 맛있어서 서로 가져가려고 했더니 올해 엄청 심어 놓으셨습니다. 근데 고구마 심을때 호박고구마순을 못 구해서 이것저것 섞여 있다시는데 맛 없는거면 저렇게 많은 거 누가 다 먹느냐고 우리끼리 눈치보고 있습니다. 맛없어서 안 가져간다는 소리 절~대 못하죠.

어쨌든 지금은 아직 밑이 덜 들었다고 해서 우선 먹을거만 이 만큼 캐와서 나누고 있습니다. 몇갈래로 가르고 있을까요?

맛있는 늦은 단감도 주렁주렁 달려있습니다. 올해는 철이 일러서?(늦어서? 에고 갑자기 뭐가 맞나?) 하여간 얘는 익으려면 아직 멀었고,

윗밭에서 따온 이른 단감으로 7자루를 만들고 계십니다.

창고 안에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대형 저울이 있어서 한 컷.

나중에 우리들의 김장 김치가 되어줄 배추와 당근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조금 여유가 생기시면 어머니는 젓가락을 들고 배추 벌레를 잡고 계실겁니다.

물김치 담그기 위해 빨간고추 따러 갔다가 녹두가 다 익어서 아들과 딸은 부모님 일손을 덜어드리려 집에 갈 생각도 안하고 녹두를 따고 있습니다. 저는 제 주변 사람들 나누어 주려고 열심히 풋고추만 땄는데 집에 가져와서 보니 멸치볶음에 넣는다고 꽈리고추만 딴 시누네 거랑 바뀌어 있었습니다ㅠ.ㅠ

윗밭에 가면 도라지도 많이 있습니다.

감나무 밭둑에 있는 대추나무입니다. 바로 딴 대추 맛은 먹어 본 사람만이 알겠지요?

시댁의 산에는 밤나무도 많습니다. 한때는 소나무 그늘이 너무 좋았다던데 소나무가 병들어 죽은 뒤로 잡목이 우거져 시할아버지 산소 주변을 제외하고는 들어갈 수 조차 없습니다.(위 사진 3장은 예전 추석에 찍은 겁니다.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서 윗밭과 산에는 가보질 못했네요)

어머니는 남에게 주기 위한 마지막 고추를 말리고 계십니다. 만물 고추는 크기도 더 작아지고 더 매워진다네요. 고추 농사를 망친 옆집에서 꼭 달라고 하셔서 말리고 계신답니다. 올해는 저 뒤켠에 조그만 텃밭을 만들어 놓으셨네요. 손자들 오면 보라고 빨갛게 익은 토마토가 몇개 달려 있고, 가지 몇 그루, 상추와 갓이 몇 포기 자라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밭에는 이번에 제가 팔아드린 고춧가루를 만들어 준 고추가 자라고 있습니다. 다른 집 고추들은 이미 병들어서 남아있는 고추밭이 없다는데 시댁의 고추는 아직도 싱싱합니다. 지금부터 익는 애들이 어머니 몫입니다. 얘들은 병들어 죽는게 아니라 얼마 안 있으면 서리가 와서 죽게 될 것입니다. 가까이 사시면 모두들 가셔서 따 가면 좋은데...
몇 년전만 해도 이 밭 전체가 단감 과수원이었는데 너무 힘드시다고 식구들 먹을 거만 남기고 파 내 버리셨답니다.

밭에서 내려다 본 마을 전경입니다. 시댁은 나무에 가려 보이질 않습니다. 제가 처음 이 동네를 찾았을때는 대나무 숲에 가려 밖에서는 집이 한 채도 보이지 않았는데 얼마전 길 오른쪽에 있는 대나무 숲을 사들인 사람이 모두 뽑아버리고 과수원을 만들어서 집들이 좀 보입니다.

밭에서 집으로 돌아오다 너무 아름다운 석양을 만나 한 컷. 저 멀리 보이는 산이 국립공원인 월출산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