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인상적인 노래 가사가 머릿속에 담겨서
글을 쓸려고 하니 제목으로 그대로 나오네요.
노래를 아주 잘하는 그래서 가수가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사람이랑
함께 콘서트에 갔었지요.
그녀가 부동산 중개인 시험공부를 하고 이번 일차 시험을 본 관계로 시험이 어려워서
혹시 낙방 가능성이 있으면 기분이 별로일 것같아 같이 가자는 말을 권하지 못했었는데
시험 끝나고 연락해보니 마킹에 별 이상이 없다면 일차 시험은 합격했을 것같다고 하길래
그러면 그동안 고생한 것 위로하느라 점심 사는 대신
산울림콘서트에 가겠느냐고 했더니 대찬성이더군요.
이미 제 표는 구한 상태라 좌석이 다른 곳이라도 그냥 구해보자고 해서
서로 다른 좌석에 앉아서 노래를 들었는데
제가 구한 좌석은 플로어라 그런지 말하자면 산울림의 열성팬들이 주로 앉아서
앉았다기 보단 거의 선채로 구경을 했습니다.
아,이런 것이 바로 현대판 디오니소스 축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의 열광이 느껴져서 그런 곳에서 마음속으로는 즐겨 노래를 따라 부르지만
그다지 흥분을 하지 않는 저조차도 오늘은 다른 세계속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밖에 나와서 만난 그녀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선생님이랑 나랑 자리가 바뀌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너무나 재미있게 노래를 따라 부르느라 목이 다 이상할 지경이라고 합니다.
일산까지 와서 더블 크라임을 빌리고
골뱅이 무침을 잘하는 집이 있으니 딱 한시간만 놀자고 하는 바람에
맥주를 마시면서 골뱅이를 먹었지요.
오랫만에 먹는 골뱅이로 속이 얼얼합니다.
호프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나니 기분도 얼얼하고 사실은 자야 할 시간이지만
그래도 더블 크라임이 궁금하여
보다 보니 잠이 다 깨어버렸습니다.
이 영화에서 칸딘스키는 주인공 남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단서가 되는 그림으로
등장하는군요.
1911년 청기사 시절에 그렸던 그림을 매개로 해서
여주인공이 자신을 살인범으로 몬 남편을 찾아내는데
아,영화에서 그림이 이렇게 쓰이기도 하네
재미있는 발상이라고 생각하면서 여러 점의 칸딘스키를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그의 그림을 몇 점 보고 자고 싶어서 뒤적이고 있는 중이지요.

상당히 오래 전 산울림의 콘서트에 가서 형제중 막내의 드럼소리에 반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둘째의 움직임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들이 노래를 잘 한다고 하기엔 무리가 좀 있지만
그래도 노래의 신선도는 29년 세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연주가 좋았습니다.
연주가 정말 좋은 콘서트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생기는 시간이었고
제 옆에 앉았던 젊은 사람들이 (사실 그들이 산울림의 노래를 들으면서 성장한 세대로는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젊었거든요) 시종일관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좋아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험이기도 했지요.



수업 시간표까지 조정하면서 다녀온 콘서트.
그래도 가슴속으로 연주하는 음악이 확 뚫고 지나가는 기분이 들면서
시원한 느낌이 든 날이었습니다.
오랫만에 만난 사람과의 이야기도 좋았고
돌아와서 영화를 보고 나서 그림까지 보고 나니
마치 긴 여행에 다녀온 기분이로군요.
일요일 하루 몸이 고생스럽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것마저도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밤입니다.
칸딘스키를 찾다 우연히 만난 제가 좋아하는 화가 들로네의 그림 한 점
오늘의 하일라이트로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