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고 반갑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습니다.
왜냐고요?
어제 밤 사고를 쳤거든요.
,디브이디 남은 것 4장을 마저 빌려와서 시간날 때마다 봐야지 했는데
보다 보니 2장을 연달아 보아서 딸아이 학교 보내기 전까지
내처 보는 바람에 날밤을 새웠습니다.
그 다음 아들이 오늘 시험인데 잠자다 못 일어날까봐 샤워하고 나서
그 다음 깨우고 가는 것 보고는 다시 잠들었다가
2시간 눈 붙이고 일어나서 아침 수업 나가기 전 잠깐
인터넷을 켠 상태인데
다모를 이제사 보느냐 다 보았느냐는 인사말을 읽으니
마치 도둑질을 들킨 사람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저는 런던에 이제까지 세 번 가 보았는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영국에 살고 있어서
이번에는 오지 않느냐고 또 유혹의 손길을 던지네요.
일년이나 이년에 한 번 만나서 잠도 자지 않고 새벽까지 이야기 하다보면
그 동안의 공백이 다 메꾸어지는 느낌의 그런 친구
그래서 제겐 늘 런던은 가고 싶은 곳이지요.
마침 지난 번 여행에서 내셔널 갤러리에 다녀온 느낌을 적은 글이
도서관 홈페이지에 남아 있길래
다음에 그 곳에 가시기 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올려 놓습니다.
불을 끄고 누워서 궁시렁 궁시렁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드디어 숨소리가 가늘어지는 것을 느끼고 살짝 빠져나오니 지금 시간이
새벽 2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집이 추운 느낌이 듭니다.
사람이 간사한 것일까?
아니면 정말 추운 것일까?
(그 곳의 날씨가 포근해서 이 곳에서 고생한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공연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거든요)
보일러 온도를 올리고 다시 나왔습니다.
그림을 보다 말고 잠자기가 아쉽고 오늘 하루 틈틈이 잠을 잔 덕분인지 몸이 상당히
말짱하거든요.
그림을 보면서 사람들을 생각했는데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최 윤희씨였습니다.
그녀가 가장 각별한 존재여서가 아니라 ?
미술을 전공한 그녀가 이곳에 와서 그림을 진짜로 볼 수 있다면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낄 텐데 하는 그런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요.
아마 가장 좋아했을 곳은 퐁피두 센터가 아니었을까요?
이 두 점은 게인즈보로의 작품입니다.
아이들과도 함께 보았으면 하는 그런 그림이네요.
이 그림이야말로 원화의 느낌을 도저히 표현하지 못하는 그림중의 한 점입니다.
이 그림을 일부러 보려고 다 모여있는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고 돌아다니며 찾아서 본 그림이기도 하지요.
엄마는 그림이 그렇게도 좋아?
그렇게도 행복해?
딸이 묻습니다.
그렇지,정말 좋다,정말 좋아
그런 대답이 저절로 흘러 나옵니다.
무엇에 그렇게도 끌리는 것일까요?
이번 그림은 모네입니다.
모네는 오르세에 정말 많이 있더군요.
그리고 나서 그를 보려고 마음먹고 오랑주리 미술관을 찾았으나 고치는 중이라고 문을 닫았습니다.
그래서 나의 미술사랑에 문을 열어준 바로 그 모태라고 할 수 있는 미술관을 못 보고 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파리를 가면 그 때에는 오랑주리와 마르모탕 미술관
그 다음에는 지베르니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갖고 간 책중에서 이주헌의 프랑스 미술 기행이 있었는데 그 책을 보고 있으려니
칼레에도 가 보고 싶고 그가 추천하는 미술관들에 쉬엄 쉬엄 들러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습니다.
언젠가 일주일이란 시한을 정하지 않고 무작정 길을 떠나는 날이 오겠지요?
이 그림앞에서 지난 번에도 이번에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서 두 번 세 번 발걸음을 한
기억이 새롭네요.
제가 그림에 반응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서는 색과 빛이란 것을 확실히 느끼게 해주는 그런
그림중의 한 점이기도 합니다.
이 도판으로만 보아서는 그런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해서 더욱 아쉬운 그림이기도
하네요.
비행기 기내에서 들었던 음악외에는 음악에 고픈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일산에서 늘 밤마다 음악을 들었던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었나
새삼 느끼기도 했지요.
물도 돈을 내고 사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말하더군요.
한국이 정말 좋구나.
오늘 밤 그림을 보면서 오랫만에 즐거운 마음으로 흡족하게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잘못하면 날을 샐 것 같아서 이만 자제하고
잠을 자러 들어가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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