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처 그림을 보고 나서 도서관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입니다.
여행을 하고 싶으나 몸이 묶여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으로라도 남도 기행이 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면서..
아침밥을 먹고 설겆이를 하는 동안
가능하면 즐겁게 하려고 윤도현의 라이브를
틀어놓았습니다.
아침마다 설겆이를 부지런히 하게 된 사연-
어느 날 제가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승태가 말하더군요.
엄마,왜 엄마가 해?
아줌마가 오셔서 하면 되지 않아?
그 날 아침 정신이 확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이야기를 했지요.
아주머니는 엄마가 하기 어려운 일을 도우러 오시는 것이지
엄마가 할 수 있는 것까지 다 해주시는 것은 아니라고요.
그 다음부터는 하기 싫은 날에도 일단 밥을 먹으면
최소한 부엌치우는 것은 스스로 하고 있는 중입니다.
원래 설겆이를 하고 나서
어제 밤 빌려놓고 아직 틀어보지 못한
마더 데레사를 보려 했으나
노래가 제 흥을 돋구는 바람에 노래를 들으면서
금호미술관에서 만난 김선두의 그림을 보고 있습니다.


어제 서양사 시간의 일입니다.'
이 곳을 처음 알게 된 사람이라고 한 번 수업을 들어보아도
되는가 물어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서 오시라고 해서 함께 첫 수업을 하고 나서
자기 소개를 해보라고 했더니
이름을 말하지 않고 망서리더군요.
서양사라고 해서 역사수업인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미술이야기만 주로 나오니
아마 당황했던 모양입니다.
반룬의 예술사 이야기 2를 시작하는 날이라
르네상스의 정신, 피렌체
이렇게 두 꼭지의 글을 읽었거든요.
함께 있던 사람들이 이 책이 재미있다고
처음에는 어렵다 해도 조금씩 오다 보면
금방 재미를 느낄 것이다,서양사는 다른 책으로
함께 읽으면서 이 책을 읽으면 된다고 권해도
그 분은 망서리다 결국 이름을 말하지 않고
그냥 갔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왜 못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 정도 책이면 정말 재미있게 써서 어렵다고 할 수 없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요리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만약 내가 요리교실에 들어가고 싶은데
기초반이 없어서 중급코스에 가게 되었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조바심을 내고
그 자리에서 좌불안석이었을까 하고요.

서양사 시간에 저는 몇 년째 이런 저런 책을 읽고 있으니
앞으로 나가야 하고
구성원은 자꾸 바뀌니 수업에 처음오는 사람들은
이 수업이 황당할 수도 있고
그런 딜렘마를 해결하는 길은
서양사를 처음부터 읽는 반이 다시 생겨야 한다는 것인데
김인숙씨가 한국사를 맡은 상태에서 또 서양사
처음 읽기반을 열어달라고 할 수도 없고요
홍선미씨가 이 반을 맡아보면 어떨까 싶은데
이 글을 읽게 되면 깊이 생각좀 해주시길.


어제 사랑을 실천하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란
책을 읽었습니다.'
그 글은 주로 자신의 삶속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직접 썼거나 그 사람에 대해 다른 사람이 소개하는 글로
되어 있더군요.
많은 생각을 한 책이었고요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늘 일을 해야 했기에
저녁시간에 아이들이 밥먹는 시간에 함께 있을 수 없었던 것
그것이 제게 가장 가슴아픈 일이었지요.
그래서 일하는 엄마들의 아이들
그 중에서도 저녁어스름녘에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서 무슨 일인가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한 날이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두 아이를 다 키우고
지금처럼 많은 일을 하기엔 힘이 드는 시기에
무엇을 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주 가느다란 생각 한 오라기가
어떤 식으로든 가닥을 잡아갈 수 있도록
가끔씩 고민을 해보아야 하겠지요?
그 일을 혹은 다른 어떤 일이라도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않고
여럿이서 나누어서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성질이 급한 저는 또 생각이 먼저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 그림이 바로 금호미술관에서 본 것이네요.
아침에 윤도현의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으로 다녀온 남도기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