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였습니다.
발레곡 공연 실황을 녹화한 것인데요 그 작품을 보다 보니
슬며시 드가의 그림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드가의 그림중 발레를 모티브로 한 것이 우리가 도판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많아서 이런 저런 그림들을 비교하면서 보다 보니
몸이 잠에서 슬슬 깨어나는 것이 느껴지네요.
강수진의 이야기를 읽다가 춤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발레를 보다가 다시 그림을 보는
이런 피드백이 즐겁게 느껴지는 새벽이라고 하기엔 조금 늦고
아침이라고 하기엔 제겐 조금 빠른 시간을 즐기고 있는 중입니다.
어제 교보문고에 갔을 때
난생 처음으로 발레 공연 실황을 찾아보고 있는 저를 보면서
사람이 어느 길에서 무엇과 만나는 것
그래서 자신의 삶의 색깔이 달라지는 경험에 대해서 생각을 하면서
혼자 웃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인상적인 것중의 하나는 발레 공연실황이외에도 발레를 무대에 올리기 전까지를
다큐멘터리로 찍은 디브이디가 여러 장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상품으로 갖추어 놓을 만큼 변했다는 것이 놀랍고 고맙기도 하더군요.
외국어 서적부에 갈 때마다 놀라는 것도 수입되는 책의 분야가
옛날에 비해 상당히 다양해졌다는 것입니다.
어제는 산드로 보티첼리가 단테의 신곡을 위해서 드로잉한 것만 모아놓은 책이
있어서 대강 한 번 살펴보면서 이런 책을 내가 직접 구하지는 못해도
누군가 대상을 잡고 책을 수입할 정도가 된 사실에 혼자
공연히 감격을 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보면 별 것 아닌것 같지만 조금씩 쌓여서 변한 서점의 모습이
우리들 살아가는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은 없지 않나 싶네요.
이제는 그만 보고 집에 가야지 하고 돌아나오는 길
외국어 서적부 밖에 있는 전시공간에서 눈길을 끄는 제목이 있었습니다.
red queen
누구 이야기일까?
궁금하여 뒤적여 보니 외국 소설가가 우연히 영역된 한중록을 읽고 매혹되어서
혜경궁 홍씨 (사도 세자의 부인이고 정조의 어머니이기도 한)를 주인공으로 하여
쓴 영어 소설이더군요.
오늘은 지출이 많아서 곤란하고 다음에 와서 구해 읽어야지
마음에 새기고 돌아왔지요.
여기까지 쓰고 있는데
샤워를 하고 아들이 나옵니다.
며칠 전부터 아침 공부를 조금씩 함께 하고 있는데
오늘은 그냥 미루자고 떼를 쓰네요.
그래도 초장에 버릇을 제대로 잡아야 할 것 같아서
드가 그림 보는 것 일단 여기서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