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곤 오늘 하루 종일 마음이 경건한 상태로 살았습니다.
이 글은 광화문에 다녀온 직후와 밤에 집에 와서
두 번에 걸쳐서 도서관 홈페이지에 쓴 것인데요
함께 나누고 싶어서 올려 놓습니다.
화요일 아침의 나들이를 계획할 때만 해도
일단 교보문고에 갔다가 창덕궁으로 가거나
아니면 덕수궁에 가서 김종영 조각전을 보고 돌아와야지
대강의 틀을 짜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세종문화회관 앞을 지나가는데 독도사진 전시회를
하더군요,큰 길가에서요.
그래서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고 있으려니
불현듯 이제까지 신문에서 보면서도 그다지 끓어오르지 않던
마음이 서서히 뜨거워지는 기분입니다.
한 장의 사진이 가두시위나 목소리 높이는 연설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괭이갈매기,해국,갯머위,그리고 독도에 나무를 심는 사람들의 마음을 새기고 돌아서는데
전시를 알리는 현수막이 눈길을 끄네요.
처음 들어보는 사진 작가 김영갑의 사진전을 알리는 것이었는데
아마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거리를 막 독도 사진을 본 뒤라 그런지 일단 세종문화회관쪽으로 올라가 보았지요.
그런데 전시회 입장권이 칠천원이라고 하길래
조금 망서려 지더군요.
잘 모르는 사진전에 갔다가 실망하면 오늘 아침
나들이 기분을 망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다가 생각을 바꾸어 보았습니다.
개인전에서 이 정도 입장료를 받는다면 뭔가
자신이 있다는 말일까?
더구나 요즘 막 생기기 시작한 사진에의 관심까지 겹쳐
마음을 고쳐먹고 전시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아,그런데 얼마나 좋았던지 혼자서 세 바퀴를 돌면서
사진을 보고 또 보았고
나오면서 사진작가의 책 한 권을 사들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라는 제목의 책인데요
작가는 지금 루게릭 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이고
제주도에 두모악리란 갤러리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야 필름과 인화 걱정없이 살 수 있게 되었느나
병으로 카메라를 잡을 수 없게 된 한 인간의 삶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더군요.
(책 내용은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 앉아서
지상으로 난 구간의 햇빛에 가끔 눈길을 주기도 하면서
오롯이 읽고 오다가 알게 된 것이고 책의 발문을 쓴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님이 쓴 글의 진정이 제 마음에 스며온 것과
책속의 사진에 반해서 책을 산 것이고요)
예정에 없던 두 곳의 전시를 본 바람에 창덕궁도 덕수궁도
다 날가라버렸지만 광화문 한복판에서 만난 독도와
제주도를 마음에 품고 교보문고에 갔습니다.
오늘은 작정하고 음반점에 먼저 들렸는데
밖에서 행사 품목으로 6900원 7900원하는 디브이디를
많이 구비해 놓고 팔고 있더군요.
인간의 굴레,카네기 홀,적과 흙 말만 들었던 영화를 구하고
마일즈 데이비스, 루이 암스토롱, 그리고 싸이먼 앤 가펑클의 공연실황을 골랐습니다.
그랬더니 공짜로 브이시디를 두 개 골라도 된다고 하네요.
아니 이렇게 좋을수가
그래서 고른 것이 새로 나온 영화 쿼바디스 도미네와 아임 낫 스케어드인데요 이것은 디브이디에 연결해서 스크린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안으로 들어가서 디브이디쪽으로 가니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한 것으로 미켈란젤로와 로마 제국에 관한 것이 있었습니다.
다른 것도 많았지만 이것 저것 다 고르면 파산할 것같아서
두 장만 고른 다음 클래식 공연실황과 오페라,발레등은
무엇이 있나 구경만 했습니다.
그래도 권희자씨 집에 있는 작품들을 눈여겨 보았기 때문에
선택할 때 중복을 피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더군요.
여기에 이렇게 자세하게 써 놓는 이유도 교보에 가서
이런 것을 구입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서로 돌려볼 수 있도록
중복을 피해 다양하게 사서 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때문이지요.
그리곤 드디어 외국어 서적부로 갔습니다.
어제 새로 미술사 시간에 온 분에게 터너 책을 구해 주겠다고 약속을 했었기 때문에 타쉔 책이 있는 곳으로 갔더니
마침 터너는 품절이 되었다고 하네요.
구경하다가 슬그머니 클레와 엘 그레꼬 두 권을 구하고
마지막으로 안에서 소설과 화집을 보려고 갔는데
그만 미켈란젤로의 도판이 아주 좋은 것이 있는 바람에
와전히 발길이 묶이고 말았습니다.
천지 창조의 장면 하나 하나를 다 보여주면서
설명해놓은 책인데 도판만 구경하는데도 한참 걸리더군요.
책 뒷표지를 보니 값이 10만원이 넘어갑니다.
아,이러면 곤란하지 싶어서 고민하고 있는데
바로 옆에 다른 미켈란젤로가 있습니다.
그 책은 그의 라이프 스토리부터 시작하여 그의 도제 시절.그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들,그리고 르네상스기의 다른
현상들까지 다 아울러서 설명하고 건축과 조각,그리고 회화에 이르기까지 미켈란젤로의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네요.
갈등하다가 천지 창조 도판은 올 때마다 조금씩 읽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다른 책을 구했습니다.
오늘은 지오르지오네와 미켈란젤로만 보는데도 시간이 너무 걸려서 결국 소설책은 구경도 못하고
미술 서적이 있는 국내 서적부에 가서 읽고 싶은 책 두 권의
이름만 기록해놓고
곁에 있던 여행 책자 소개하는 곳에 들렀습니다.
이제까지 올해의 여행은 가능하면 스페인이다 하고 마음을
정했었는데 오늘 미켈란젤로를 보면서 마음이 바뀌더군요.
제겐 예술가의 초상 하면 바로 미켈란젤로인데
오늘 본 화집으로 인해 마음이 더 그 쪽으로 기울어버리네요.
원래는 스페인어 초보 회화책과 테이프를 하나 구해서
여행을 시작하는 초보 단계로 언어에 조금이라도 다가가보려고 했었는데 ..
대신 시공사에서 나온 국내 여행 소개책자의 제주도를 찾아보니
마침 아침에 본 전시회의 사진작가 김영갑님의 갤러리가 소개되었더군요.
반가운 마음으로 자세히 살펴보고
책도 마음에 담아두고 왔습니다.
집에 오는 도중 내내 책을 읽느라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무슨 일을 하는데 조금이라도 여유를 두려고
노력을 하는 바람에 두 시 조금 넘어서 들어왔지요.
싸이먼 앤 가펑클을 틀고 음식을 차려서 점심을 먹은 다음
설겆이까지 마치고 나니
이 글 하나 쓸 정도의 여유가 남아있군요.
생각보다 지출이 많은 하루여서 마음이 조금 찜찜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한 달간의 양식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짧았지만 즐거운 나들이로 이번 한 주의 정신적인
양식을 충분히 먹은 기분이 드는 오전이었습니다.
밤에 다시 들어와서
독도 사진전과 이어도 사진전의 두 사진작가의 작품을
더 찾아보아야 할 것 같네요.
아쉽지만 일어날 시간입니다.
밤에 들어와서 김정명을 검색해보니
아쉽게도 마땅한 사진이 올라와 있지 않네요.
사진전 소개 팜플랫 올려 놓으니
아이들과 함께 가도 좋겠지요?

오늘 하루 종일 김영갑님의 글과 사진을 보면서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흔히 예술혼이라고 말하는 바로 그 정수를
느낀 날이라고나 할까요?
두모악 갤러리 입구 사진입니다.



갤러리의 정원 사진들입니다.

전시회와 책 읽기로 하루 종일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그런 감동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네요.
그런데 글을 쓰고 다시 보니
김정명의 독도 사진전의 포스터가 제대로 올라와 있지 않네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냥 그런 전시가 있다는 것으로
안내를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