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여행 셋째날의 오후.. 쿠스코에서
점심을 오랜만에 제대로 해결한 후, 마음 먹은 대로 삭사이와망을 향해 걸어가려고 했는데 걸어가기에는 오르막에 너무 멀단다. 내일부터 등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도 비축할 겸해서 결국 택시를 택했다.
삭사이와망(Sacsaywaman) 제작연대, 용도, 제작기술이 모두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유적으로 이름의 의미조차도 불분명하다. 흔히 잉카의 건축기술 어쩌구 할때 가장 많이 소개되는 곳으로, 이곳의 축대를 이루고 있는 거대한 돌 중 몇몇은 8.5m 높이에 360톤에 달하는데, 바퀴도 없던 당시, 어떻게 옮겨와서 저렇게 완벽하게 다듬어서 짜맞추었는지는 아직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집채 만한 바위들 사이에 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보통...)
사람 힘으로 옮긴다 해도 수백명은 족히 필요 했을텐데, 불과 10미터 정도 되는 바위에 수백명이 달라붙어 들어올린다는 것도 말이 안 되기 때문에 혹자는 잉카 문명 이전의 초문명에 의해 지어졌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신의 지문] 이라는 책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걸 읽은 적이 있다.)
성벽은 3단으로 되어 있는데 제일 아래단에 가장 큰 바위들을 사용했다. 앞에 사람들과 아랫단에 있는 사람들의 크기를 비교해보면, 바위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다.
몇백톤이나 되는 바위를 옮겨온 방법은 아직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몇 번 언급했다시피, 잉카 사람들은 바퀴를 몰랐다.
성벽 맞은 편의 로다데로(Rodadero) 언덕. 성벽 아래단의 가장 큰 바위들이 이 언덕에 보이는 바위들과 같은 쑥색 섬록암이다. 하지만 성벽에 쓰인 바위는 조금 더 떨어진 곳에서 운반해 왔다. 그 거대한 바위들을 입체 지그소퍼즐 식으로 조립해 놓은 걸 보면 기가 찰 따름이다.
성벽 맞은편 로다데로 언덕의 바위에는 의자처럼 파놓은 곳이 있는데 무엇을 목적으로 만들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보통 잉카의 자리, 왕의 의자라고 불린다. 여기에 앉아있으면 삭사이와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꽤나 마음에 든 자리였는데, 경치도 좋고,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결국 내려왔다.
*잉카는 왕의 명칭이기도 했다.
삭사이와망 성벽 옆에 있는 저수지 유적으로, 물에 대한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추측되어 진다고 한다.
저수지와 성벽 사이에 있는 바위 미끄럼틀. 무엇 때문에 만들어진 건 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놀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나도 한 번 타보고 싶었는데, 애들이 많아서 중간에 끼어들기가 미안했다. (아니, 쪽팔렸다..ㅡㅡ)
삭사이와망 성벽 3층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
각 층의 성벽마다 문이 있는데, 1층은 띠우뿡꾸(Tiupuncu), 모래의 문, 2층은 아까와나의 문, 3층은 뷔라꼬차의 문이다.
무유마르까(Muyumarca: 둥근 마을) - 왕의 방이 있던 건물터
삭사이와망 유적 지하로는 쿠스코와 이어지는 거대한 미로가 있다고 하는데, 아직도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은 듯 하다.
유적의 보수 작업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워낙에 관광객들이 많이 오다보니, 관광객들에 의한 유적 훼손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나도 그 중 한 명인가... 제발 유적에 낙서해대는 꼴 사나운 인간들이 철 좀 들었으면 좋겠다.
삭사이와망 언덕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쿠스코 풍경. 가운데 보이는 광장이 Plaza de Armas이다.
유적을 둘러보고 난 뒤, 택시를 타고 가긴 기분도 안나고 해서, 잉카때부터 쿠스코를 연결하고 있다는 길을 따라 걸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잉카시대때부터 쓰인 삭사이와망에서 쿠스코로 내려가는 길
페루 뿐만이 아니라, 어디서나 여자 혼자 여행할 때는 지켜야 되는 수칙이 해지고 나서 혼자 움직이지 말 것, 위험한 곳에 혼자 들어가지 말 것이다.
이 길 역시 오후 늦게나 이른 아침 인적이 드물 때 가끔 도둑 내지는 강도가 출몰한다고 알려져 있어서, 다른 여행자들이 내려가는 걸 기다렸다가 일행인 척 같이 쿠스코까지 내려왔다.
잉카의 돌담을 따라 계단을 거쳐, 좁은 골목길로 쭉 아르마스까지 내려올 수 있었는데, 관광지와는 다른, 현지인들이 사는 골목을 거쳐 내려오면서 또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내려오는 길에 자그마한 광장 근처의 가게에 들러, 지인에게 줄 장갑을 선물로 샀다. 또 우기고 우겨서 반값이하로 깎았는데, 역시 아르마스 광장이나 유명한 유적 근처의 선물가게 골목보다 가격이 훨씬 쌌다.
숙소에 도착하니, 하루 종일 걸어다닌 피로가 몰려온다.
방에도 새로 든 투숙객이 없이, 혼자 사용하게 되버려서 조금 썰렁하다.
아침 일찍 룸에이트인 브론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그녀는 오늘부터 잉카 트레일을 시작한다. 조금 긴장한 듯한 그녀에게 서로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내일은 내 차례인데..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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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여행 - 여섯번째 이야기
첫비행 |
조회수 : 1,038 |
추천수 : 37
작성일 : 2005-03-28 1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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