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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winslow homer의 그림을 보는 시간

| 조회수 : 1,072 | 추천수 : 23
작성일 : 2005-03-11 01:28:58
이작 펄만과 다니엘 바렌보임이 연주하는 베토벤 소나타 454.481번을 듣고 있는 중입니다.

가끔씩 찾아서 듣는 곡인데 오늘 밤에는 아주 괴로운 표정으로 마지 못해 숙제를 하는 아들을

지켜보고 있는 제 마음이 더 고통스러워서 마음을 추스리려고 밤 늦은 시간인데도 첼로 대신

바이올린 곡을 골라서 듣는 중이지요.

어려서도 그렇고 지금도 공부가 편하고 좋은 제겐 아이들의 그런 상황이 대처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마음을 고쳐 먹습니다.그 아이는 내가 아니다,왜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만

그 아이들이 잘 크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반성은 한 순간이고 마음은 다시 지옥이 되는 상황의 되풀이가 힘이 들어서

방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오늘 같은 날 웃찾사를 꼭 보고 싶은 아들은 그 시간까지 할 일을 다 하기로 약속했으나

다 마치지 못하고 표정이 이상하게 구겨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그 프로그램을 보게 하자 갑자기 얼굴이 피어나고 활기가 생깁니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해야 할지 우습다고 해야 할지..

신나게 보고 나서는 그래도 약속대로 마무리를 하고 잠을 자러 들어가는 아들의 뒷꼭지를 보고 나니

갑자기 제 기분이 이상하네요.

압록강을 읽고 있다가  책을 덮고 그림을 보러 들어왔습니다.

소란스러운 마음을 달래고 자고 싶어서지요.




아침에 보던 호머입니다.




















자발성을 갖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어떻게 해야 아이에게서 자발적으로 무엇을

열성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올 것인가

그런 문제로 별 고민이 없이 늘 자발성이 넘쳐서 살아온 제겐 한없이 어려운 과제로군요.


















숙제 하는 아들옆에 앉아서 압록강을 읽고 있으니 그 녀석이 물어봅니다.

엄마,소설이 재미있어?

그럼 재미있지.

엄마는 참 구식이야,그런 것이 재미있으니

엄마는 한없이 지루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굳건하게 믿는 아들은

아파서 누워 있는 날  영어로 된 소설을 읽는 엄마가 너무 신기하고 이상하다는 듯이 물어보더군요.

엄마,아픈 날 누워서 소설 읽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건 모르지,그래도 하루 종일 누워 있으려면 그것이 더 힘들잖아.

나는 엄마가 스타크레프트 하는 법을 배워서 나랑 한 판만 하면 여한이 없겠어.

여한이 없다고?

그 뒤의 대화는 상상에 맡기기로 하지요.










우연히 교보문고에서 화집으로 만난 화가 (그전에도 미술사 책에 실린 그의 그림 몇 점을

보긴 했으나 일부러 찾아서 볼 정도로 흥미를 느낀 화가는 아니거든요) 의 그림이

저를 잡아 끌어 아침에 이어서 밤에도 그의 그림에 눈길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오전에 어머니 교실이 없는 화요일에는 마치 학교에 가는 기분으로

교보문고에 다녀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사실 오늘은 모건의 길 2권을 읽어야 하는 날인데

주문한 압록강과  나,황진이가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그 책을 보는 순간 모건이 호주에 내려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궁금하던 마음이 엷어지면서 벌써 강홍립이 군대를 이끌고 명나라가 요구하는 연합군을 구성하기 위해서

북쪽으로 떠난 상황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당분간은 17세기 초의 조선에서 살아가게 될 것 같네요.

화가 이징과 명나라의 화가 동기창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길래 동기창의 그림을

찾아보기도 했지요.

그러니 인터넷이란 얼마나 편리하게 도깨비 방망이 노릇을 하는지 신기합니다.

원하는 것을 클릭 한번만으로도 읽을 수 있는 세상이라니,

그렇게 숨어있는 수없이 많은 정보들,그래도 관심이 없으면 그저  죽은 자료에 불과하니

역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사람의 마음인 셈이겠지요?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보다 보니 마음의 소란함이 많이 가라앉습니다.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을 것 같군요.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Harmony
    '05.3.11 2:04 AM

    오늘은 좀 늦는다는 남편 기다리며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늦게사 님이 올리신 그림감상 잘 했습니다.
    음악도 같이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TV에 점점 시간을 늘려서 그앞에 꼼짝않고 붙어 있는게 싫어서
    몇달전에 아예 없애버렸습니다.-전에도 없앴다가 한 6개월전 작은거 하나 장만했더니 아이나 어른이나 다들 껌 이 되 가더군요 그래서 다시 없애버렸어요
    아이는
    이제 적응이 되어서 알아서 시간을 보냅니다.
    책 사달라고 인터넷 장바구니 가득 담아 놓으면 몇만원씩 계속 결제 해 줍니다.
    그제도
    어제도
    그제는 옷 만들기 해 본다고 옷 본 책을 주문하더군요.
    미니재봉틀도 몇달전에 샀습니다.
    아직 성한 남방 몇개 가위로 자르고
    아직 아무것도 만든 거 없습니다.
    지난 주말엔 외출하고 돌아오니
    입지 않고 아껴둔 남방을 가위로 잘라 놨더군요. 아우 속상...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답니다.

    조만간
    요리도 열심히 할 모양입니다.
    낮에 친구들 비온다고 하교길에 불러모아 라면 맛있게 끓이기 시연을 하며 끓여주더군요.
    설거지는 잔뜩 쌓아 놓고...일거리네요.
    그래도 아이를 위해 마음의 소란스럼을 잠 재웁니다.
    엄마의 길은 멀고도 험 한 듯 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남편도 오고 저도 잠을 자야겠네요.

  • 2. 미네르바
    '05.3.11 6:07 AM

    ^0^

    저도 생각만 저 tv 없애야하는데....
    라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하모니님의 결단력 너무 부러워요.
    애들 아빠가 tv 매니아라서
    없애지도 못하고
    ㅠ,ㅠ

  • 3. jin
    '05.3.11 11:01 AM

    수채화만 보면 감상외의 무게를 느낍니다.

    수채화를 전공을 하지는 않았지만 가끔씩 그려봤던 기억때문에...

    생각만큼의 표현이 잘 되지 않아서 안타까웠던 경험들..

    전공도 아니니까 스스로 위로했지만 마음이 참 많이 어려웠거든요.

    너무 좋아서 가까이하기엔 너무 두근거렸던 옛사랑같아서요..

    그래서 잊고 지냈다가

    님의 그림들을 보면서 많이 자유로워짐을 느낍니다.


    추신) 감기로 며칠 누워지내는 동안에 남편과 아들은 밥타령과
    "아프면서 왠 책이냐"고 핀잔을 주더군요.

    저도 스타크래프트를 못합니다.
    스타크래프트는 몰라도 다른 게임이라도 한번 시도해보시는 것은 어떠실지요.
    아드님의 마음은 자기가 좋아하는 그 무엇인가를 같이 하고 싶어 하는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아들도 중3입니다.
    남자라는것이 참 다르구나 느끼게하는 요즘입니다.

  • 4. 앉으면 모란
    '05.3.11 6:56 PM

    수채화가 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네요.
    올려주신 그림들로 다양한 화가들의 표현을 접하게 되네요.
    아이와 무엇인가를 같이 한다는것처럼 좋은 일은 없어요.
    딸 아이와 초등학교때부터 도서관에 가고
    교보문고에 가서 책고르고 오는 길에 스파게티 먹고
    이런 날들이 쌓여서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주게 되네요.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엄마랑 책방에 가고 미술전시회에 다닌 게 너무 좋았고 공부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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