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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도레미 송'을 들으며.. peacemaker님께.-

| 조회수 : 1,727 | 추천수 : 31
작성일 : 2004-12-08 21:41:02
안녕하세요.
저는 인우둥입니다.
가끔 올려주시는 좋은 음악은 잘 듣고 있어요.
저는 젊은 사람인데도 컴퓨터와 친하질 않아서 아직 음악 올리는 것도 한 번 안 해보았어요.
창피하네요.

오늘 님께서 올려주신 '강아지똥'과 '도레미송'을 잘 들었습니다.
특히 '도레미송'은 지난 추억이 필름처럼  떠올라 댓글만 달 수가 없어서 이렇게 편지를 띄워요.
감사한 마음으로요...

동생들하고 여름마다 여행을 다닌 지가 벌써 4년이 되었어요.
작년까지는 이 두 가지 원칙을 지키며 다녔어요.
1. 숙박업소를 이용하지 않는다.
2.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는다.
3년 동안 숙박업소는 한 번 이용했고 대중교통수단은 단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어요.
무조건 걷기, 히치하이킹...



                          -------도로변에 신문지 펼쳐놓고 밥해먹기


여행 얘기는 조금 부풀려 백일 동안 쏟아놓아도 부족하지만
좋은 음악 올려주신 peacemaker님 덕분에 히치하이킹 하던 생각이 나서 그 얘기를 잠깐 해보려구요.

처음 여행을 시작하던 해,
밑에 남동생 둘은 초등학생이었어요. 4학년, 6학년.
그 아이들에게 무거운 배낭을 지우고 걷도록 하는데
아무리 고생시키자고 떠난 여행이지만 걱정이 많았었어요.
저를 제외한 녀석들 모두 어찌나 다리가 가는지... 한 두 시간이나 제대로 걷나 싶었죠.
그렇지만 처음 여행을 떠올리던 순간부터
아이들은 약하지 않다!는 마음 속의 믿음이 있었어요.
또 약하게 만드는 건 어른이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부모님도 그런 믿음으로 당신들은 가슴 졸이시면서도 여행을 보내주셨던 거겠지요.

처음 욕심은 무조건 도보여행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평소에 가까운 동네 산도 안 올라갔던 남매들이라 무리였어요.
온갖 먹을 것과 입을 것 등을 싸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짐이 엄청 무거워서
남해 금산, 그 높지 않은 산을 배낭 메고 올라가다가
결국 날이 어두워져 도중에 거의 울면서 내려왔으니까요.



                                            ------------------시골 모기는 무서워


그래서 히치하이킹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했지요.
마음을 먹기까지는 두려웠어요.
아이들을 태우는 사람들...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죠.
혹시... 새우잡이배? 마늘까는 노예?
지금은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오남매를 책임(?)지고 있는 저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남자라고는 초등학생들이고
세 누나들은 모두 다 큰(고등학생, 대학생들) 처녀들...
그런데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왔는지 해보자! 하는 마음의 소리가 났어요.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된다는 정신으로.

국도를 걷다보면 이 길이라는 게 처음부터 걷는 사람은 전혀 염두해두고 있지 않았다는
괘씸하고 또 괘씸한 사실을 깨닫게 돼요.
한 줄로 서서 움직여도 안전만을 생각한다면 참 위험하죠.
제 나름대로 순서를 짰는데 둘째-다섯째-셋째-넷째-첫째(인우둥) 순이었죠.
우선 체력이 약한 막내와 셋째를 앞쪽에 두고 둘째는 맨 앞 인솔을 시켰죠.
저는 맨 뒤에 서서 걸으면 아이들 상태도 다 보이니까
사진 찍기도 좋고 뭐라고 잔소리 하기도 좋고
무엇보다 맨 뒤가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죠.

이렇게 걷다가
애들이 너무 지친다 싶으면 말합니다.
"야, 히치하자!"
흘끔 흘끔 뒤를 돌아보며 차를 물색(?)합니다.
계속 걸으면서 뒤에 오고 있는 차를 보면 손수건을 막 휘둘렀어요.
사실 처음엔 물색없이 아무 차한테나 흔들다가 나름대로 요령을 터득했답니다.

우선 뒷좌석에 사람이 있는 차는 태워주고 싶어도 탈 수가 없으니까 패스!
화물차는 뒤에 사람을 태우는 게 위험하기도 하고 불법이기도 하니 또 패스!
썬팅이 진하게 되어 있거나 운전자가 선글래스를 쓴 차는... 왠지 꺼림직해 패스!
운전자와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모두 남자일 때는 만약을 대비해 패스!

그런데 차를 많이 얻어타다보면 어떤 유형이 발견되지요.
우선 서울,경기 넘버를 이름표를 단 차는... 일반적으로 잘 안 태워줘요.
저희가 분석한 요인은...같은 여행자 입장이라는 것.
그래서 흥분하고 들뜬 마음에 다른 사람을 둘러볼 마음이 없다는 것.
그래서인지 경북지역을 여행할 때는 경북 넘버를 단 차가 잘 태워줬고
전남을 여행할 때는 전남 차가 잘 태워줬어요.
진한 사투리로 "어데 가는교?"  "느그 어디까지 가냐이~" 하시면서요.
이런 분들은 일부러 가시는 길을 돌아 저희가 가려는 곳까지 데려다주시기도 해요.
물론 저희 원칙은 한사코 그렇게 못하시도록 막는 것이지만
3년 동안 두어번 정도는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으셔서 편히 간 적도 있어요.
그런데 지역분들은 대강 어디까지 가는지, 어떻게 걷게 되었는지 정도만 물으시고
자세한 것은 더 묻지 않으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냥 조용히 운전을 하시죠.
그러나 고장에 대한 자긍심, 또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살아있는 정보들...이런 것들을 알려주셨어요.
그 반대 경우가 어쩌다가 타게되는 서울, 경기 차들이에요.
서울 차를 타게 되면(대부분 4,50대의 중년 부부 차)
저희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물으셔요.
부모님은 무얼 하시는지, 집이 어디인지, 각자 나이도 물어보시고, 학교도 물어보시고,
심지어는 아버지가 어느 회사에서 무슨 직급으로 일하시는지,
저랑 둘째가 어느 대학 무슨 전공인지도 물어보세요.
대답을 하면 또 꼬리에 꼬리를 물로 물어보시죠.
물론 결론적으로 장하다, 대단하다, 부럽다, 우리 애들도 이렇게 키워야한다..등으로 말씀하시지만
지역분들과는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있었어요.
지역분들은 걷는 아이들, 가는 길에 태워주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분위기고
수도권분들은 저희를 신기하게 생각하고 탐색하는 분위기였어요.
태워주신 모든 분들이...하나같이 고맙고 대단하신 분들이었는데.. 그런 차이가 좀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준비한 것은
선물.
무전여행이니 돈 들어가는 선물은 할 수가 없고
(선물로 쓰려고 서울서 준비해온 사탕은 잠 재워주시는 분들께 드리는 목적이었거든요)
노래를 준비했어요.
그때 제일 많이 부른 노래가 바로 '도레미송'이었어요.
길가에서 어설프게 파트를 나누고 몇 번 연습한 게 전부였는데
차를 탈 때마다 노래를 불러드리니 나중에는 저희가 생각해도 꽤 잘 부르더라구요. 히히
아직 남자애들이 변성기 전이어서 음색이 나름대로(?) 잘 맞았어요.
아카펠라를 흉내내려다 만, 누가 들으면 웃긴 노래 선물이었지요.
그래도 다들 잘 한다고, 놀랍다고, 한 곡 더 하라고, 추켜주시고 박수쳐주셨어요.
심지어는 고맙다고 하신 분도 계셨고
당신들 먹으려고 샀던 옥수수, 빵, 음료수.. 등등을 억지로 떠넘겨주시며 용기를 북돋아주셨죠.

영화 'Sounds Of Music'은 우리 가족에게 한동안
교과서 같은 영화였답니다.
무슨 일을 할 때마다 그 영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우리 뭐해보자, 사운드오브뮤직처럼...이런 말들을 많이 했었죠.
이 다음에 사운드오브뮤직 만들 사람~! 이런 장난도 했어요. 서로 많이 낳으라고..철도 없이ㅋㅋ

peacemaker님께서 올려주신 도레미송에
밀짚모자 다섯 개가 조로록 아스팔트 옆을 걷던,
고맙게도 가던 속도 줄이고 어디가냐고 물어봐주시고 태워주셨던,
서로 설겆이 미루고 게임해서 당번 정하던,
재워달라는 말이 안 나와 서로 눈치보며 덜덜 떨던,
지리산에서 아픈 애들 데리고 남원의료원 응급실을 달리던,
비맞으며 걷다가 발이 시려도 서로 힘들까봐 말도 못했던,
김치가 먹고 싶어 식당에서 김치를 얻던,
.
.
.
.
많고 많았던 일들이 영화 장면처럼 지나갔습니다.

올해는 아쉽게도 차를 가지고 여행을 해서 히치하이킹의 추억은 없었네요.
더불어 노래선물을 위해 걸으면서 노래연습을 했던 추억도 없고요. ^^
이젠 남동생들 목소리가 걸걸해져서 노래해도 이상할 거에요. ㅠ.ㅠ




                       -------------올여름엔 공부 욕심으로 차를 가지고 갔어요. 시간절약!


하여간 님 덕분에 빙그레 웃음 떠올리며 옛 사진들을 들춰봅니다.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면서요.

♪Doe a deer, a female deer.
  Ray, a drop of golden sun.
  Me, a name I call myself.
  Far, a long long way to run~♬.......


ps. 제가 히치하이킹 하는 팁을 알려드릴까요? ㅋㅋ
1. 경차는 안됩니다.(우리 태우면 차가 꺼져요. 실제 경험했음. 배낭무게도 만만치 않아서..)
2. 뒷자리에 다섯 명 앉는 법- 엉덩이를 앞 뒤로 지그재그로 앉고 배낭은 트렁크에...
3. 인상이 험악하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언제나 긴장을...)
4. 진짜 차가 안 잡힐 때는 미친척하고 차를 쫓아 죽도록 뛰면...(안 태워줘도 일단 차 세워줍니다.)
5. 일단 차가 서면 큰 소리로 인사부터 꾸벅 (인사하는 데 돈 안 든다)
6. 먼저 어디까지 가시냐고 묻고 우리는 어디까지인데 가시는 길에 내려달라고 공손히 얘기하기
    (일부러 가던 길 돌아 태워달라는 것이 아님을 명백히 알려드리기)
7. 잠든 아기 있는 차를 타면 조용히...
8. 밝은 색의 커다란 손수건을 흔들면 운전자 눈에 잘 띄어요.
9. 세워주셨지만 행선지가 달라 못 타게 되도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인사 꾸벅!
    (차 세우는 것도 마음 없으면 못 하는 일)
10. 얻어타면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 얘기하기, 그 고장 칭찬은 필수!
      여행 중 재미있었던 일 얘기해드리기는 눈치봐서 선택!ㅋㅋ
11. 너무 피곤할 때는 태워주시는 분과 얘기나누는 당번 정하고 나머지는 토막잠 자기! (눈치 채지 않게)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나
    '04.12.9 12:00 AM

    엉뚱한 리플..
    인우둥님 12일 벙개에 꼭 나와 주셨으면 한다는..
    나오시면 부비부비 백만번 해드리지용^^

  • 2. lyu
    '04.12.9 12:31 AM

    우리 아이들 어릴때 데리고 다니면서 노래 참 많이 불렀다죠.
    그때는 무조건 엄마가 좋아하는 동요위주여서 아이들이 반항도 했지만......
    둘이서 자스민과 알라딘의 이중창을 부르던 그 구엽던 녀석들이 이제 엄청 징그러워 졌네요.ㅋㅋㅋ

  • 3. 쭈니들 맘
    '04.12.9 9:10 AM

    왜 인우둥님의 글을 읽으면 눈물이 나올까요?
    참 장하십니다.. 그리고 그 용기가 참 부럽습니다..

  • 4. peacemaker
    '04.12.9 9:30 AM

    전 인우둥 부모님이 참 존경스럽고....부럽고..그래요..
    어쩜 저렇게 예쁘게들 잘 키우셨을까....
    며느리 삼고 싶다는 말....우스개 소리 아녜요..
    이 담에 내 며느리들이 인우둥님 같았으면 참 좋겠다..하고 여러 번 생각했지요..
    하는 생각들, 사는 모습들이 진실하고 참 예뻐요..
    82의 몇몇 분들이 탐낼 것 같아요..^^

    제가 올린 노래로.. 잊고 있던 소중한 추억을 다시 꺼내보셨다니..고맙네요..
    좋은 노래 고르고.. 느낌이 맞는 사진 고르고..노래 소스, 가사 구하고..
    제가 알고 있는 것 확인해보는 순서 거치고..
    그리고 이 노래가 82에 어울리나..다시 생각해보고..
    그리고 노래 한 곡 올리는거지요..
    그냥 다른 데서 그대로 퍼오는 것은 웬지 내키지 않구요..
    두어 번 그런 적이 있긴 한데..그런 곡들은 애착이 가질 않더라구요..

    요즘 제가 인생의 방학같은 시기라.. 가능하겠지요..
    어떤 분들은 그러실거예요.. 참 사는 게 한가로운가 보다..고
    아니예요..구비 구비 바쁘게 달음질쳐 살다 보니.. 이런 방학도 오네요..
    조금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바빠지겠지요..
    숨 고르기하면서.. 82에서 좋은 분들과 노는 중이예요..^^
    좋다고 해주시는 분들 말씀들을, 정말인가 보다.. 철썩 믿어 버리면서....

    예쁜 인우둥님 글 읽고서.. 제 꼬리글도 길어졌네요..
    이 건 제 경험담인데요..혹시 다음에 도보여행할 일이 생기면..
    우리들 쓰는 생리 패드를 신발 안에 밑창처럼 깔고 걸으면 발이 좀 편할거예요..^^

    올려준 글.. 고마워요~ ^^
    예쁜 인우둥님....

  • 5. 코코샤넬
    '04.12.9 10:28 AM

    인우둥님 글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포근해져요. 미루어 짐작하건대...(맞을 꺼여요)
    인우둥님이 저보다는 인생선배 같다니깐요. 아부아님..
    이쯤에서 독수리 5형제 아자아자 화이팅!!
    인우둥님 송년회때 꼭 나오세요. 인우둥님을 보고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나오실거죠? 나나님이 부비부비도 해주신다는데~~^^* 저도 부비부비 해드리리다.^^;

  • 6. 퐁퐁솟는샘
    '04.12.9 10:42 AM

    인우둥님이 82쿡에서 사랑받는 이유가
    그저 요리때문만이 아니라는것을 깊이 깨닫게 되네요

    그리고 제가 컴맹이라서 모르는게 많은데
    음악 올리시는것도 전 단순하게 맘에 드는것을 퍼서 올리듯 간단한 것인줄 알았어요
    저렇게까지 깊이있게 생각하고 어렵게 올리시는줄 알았으면
    강아지똥신청하는것 꿈도 꾸지 못했을거예요
    넘 미안하고 또 감사해요 ^^

  • 7. 헤스티아
    '04.12.9 12:21 PM

    역시.... 인우동님 용기와 열정에 정말 존경을 표합니다요...

  • 8. 인우둥
    '04.12.9 3:33 PM

    (여러분들의 과분한 칭찬에 얼굴 벌개지며 쓰는 글이에요. ^^ )

    peacemaker님께서 음악 올리시기 위해 고민하신 과정을 보니
    '맞아, 여기 글 한 편, 사진 한 장, 음악 한 곡 올리는 일이 다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역시 짧은 댓글 하나 달 때도
    별의 별 것을 다 생각하다가 결국은 못 다는 일이 95%는 되는 것 같아요.
    이모저모 생각해보다가 '만약에, 만에 하나...'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짧은 말도 쉽게 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특히 댓글 다는 게 저는 힘들어요. 아는 것도 별로 없는데다가 심하게 소심한 까닭에...)

    여기에 몇 번, 중얼거리는 걸 받아쓴 듯한 글을 올리기 시작한 후
    이것도 얘기하면 좋겠다, 저것도 글감인 걸, 이건 재미있어들 하시겠지... 하는 생각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요.
    그런데 바쁘기도 하고, 또 소심하기도 하고, 게다가 아무래도 이곳이 커져서 더 조심스러워지기도 했죠.
    그래서 정말 마음이 달궈지고 가슴이 뜨끈해질 때,
    보통 밤에 잠을 자기 직전인데 이 말은 꼭 하고싶을 때,
    늦게 자도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을만큼 하고 싶은 말일 때,
    그런 때 '새로운 글 작성'을 눌러요.
    그렇지만 짧은 일기를 써도 항상 한 시간 이상씩 걸립니다.
    글을 쓰다가 자동로그인이 풀리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쓰면서 읽고 읽으면서 쓰고...
    사진 올리려면 사진 수정하고 딴 사이트에 올리고 주소복사해서 붙이고...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는 맞춤법이지만 내가 아는 범위에서 틀린 건 없나 또 살펴보고
    너무 무겁게 썼나, 너무 잘난척 했나, 너무 사생활을 많이 쓰는 건 아닐까, 이건 음식 이야기도 아닌데, 한 얘기 또 하는 건 아닐까, 가슴 아픈 이들에게 상처가 되는 건 아닐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지요.
    (다 써놓고 올리지 못한, 유산된 글들도 있었어요. ^^; )

    특히 우리 가족 이야기를 쓸 때는,
    하도 제약(마음 속의 자기검열)이 많아서 힘들어요.
    공개된 자리에 가족의 모습을 보이는 일이 녹녹하지만은 않아요.
    동생들 사생활에 대한 부분이나 속상하고 창피한 얘기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죠.
    글은 마음 속에서 터져나오는대로 정직하게 써야하는데
    이런 저런 사전심의에 걸려서
    '좋은 게 좋다'는 식의 고루한 글이 되어있곤 하더라구요.
    거짓을 쓴 적은 없지만, 사실이 항상 진실인 것은 아닌 법!
    저 역시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 포장하고 싶은 마음은 온전히 다 떨치기도 힘들었고
    혹은 제 글이 누구에게는 아픔이고 슬픔이고 섭섭함이 될까봐
    마음을 많이 졸이죠.
    (소심의 극치죠. 저도 이런 제가 피곤해요. ^^; )

    저는 자주 글 올리지 못하지만
    매일 '희망수첩' 채우시는 혜경이모, 그렇게 열심히 사시는 와중에 중국 얘기 걸출하게 들려주시는 김혜진님, 아이디어 짜고 그림 그리고 그걸 또 올리느라 몇 시간 이상 고생하셨을 게 뻔한 만화와 사진을 올려주시는 아라레님, 요리하는 정신없는 와중에 과정 샷 찍고 선별하고 수정하고 링크걸어 올리면서 글까지 올려주시는 '키친토크'의 대단한 선배님들...(일일이 다 말 할 수 없는 소중한 분들)

    어쩌다 한 번 올리는 글도 이렇게 힘든 저는,
    그 분들께 정말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솔직히 peacemaker님이 올리시는 모든 음악을 항상 듣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올리시는 게 존경스럽고 또 고맙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다 저같은 마음일 거에요.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 드려요.
    peacemaker님, 그리고 82쿡의 모든 분들께요.
    (다시 또 얼굴이 벌개진.. 인우둥입니다. 아효, 참~!)


    그리고 이건 진짜 사족인데요,
    모두들 저처럼 이렇게 심하게 소심하시면 안돼요.
    그럼 82쿡이 재미가 없잖아요.
    (제가 재미없는 사람인 거, 저도 잘 압니다. ㅠ.ㅠ )
    (쓰고보니 소심한 게 무슨 자랑이라고... 바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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