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유달산 자락
서산동 보리마을 그곳에 가면
수 십 년째 시간이 멈추어 있다 .
21 세기 문화와 문명을 자랑하는 지금
누구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된
보편적 생활수단이 된 자동차가 들어가기는커녕
작은 짐을 나루는 리어카도 다닐 수 없는 좁은 골목
비탈이 심해
계단이 아니면 걸어 다니기도 힘든 가파른 비탈에
오토바이 , 자전거도 다닐 수 없어
이사를 가고 올 때도 이삿짐을
오로지 사람이 이고 지고 날라야 하는 곳
두 발로 걷는 것 말고는 오갈 수 없는 곳
그곳에 가면
어린 시절 내가 있고
지금은 가고 안 계신 부모님을 만날 수 있고
부모님과 함께 살던 형제들을 만날 수 있다 .
1960 년 대 초
내가 서울에 중학교 시험을 보러 갔을 때
잠시 머물렀던 창신동 산동네도 비탈이 심해
심지어는 비탈에 기둥을 세우고
기둥 위에 천막집들이 즐비하기도 했지만
꼭대기 동네까지 차가 들어가고
오토바이 , 자전거가 다녔으며
연타장사가 리어카로 연탄을 나르기도 했었다 .
시간이 1960 년 대 초에 멈추고 흐르지 않는 곳
목포 서산동 보리마당
차도
리어카도
오토바이 , 자전거도 다니지 못하는
좁고 비탈진 골목
그만 그만한 작은 집들이
오밀조밀 이마를 맞대고 있는
골목길 집들마다
벽화와 시와 시화로
그 시절 정서와 정취가 그대로 살아서 숨쉬는
1987 년 영화에서 연희네 수퍼가 있는 그곳을
혼자서 시간을 역류해
지나간 시간속의 나를 찾아보는 일도
생애 최고의 여행이 될 수 있고
가족과 함께
지나간 세월속의 시간여행을 하는 것도
어느 해외여행 못지않은 가족의 추억이 될 것이며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하는 여행은
부모님께 최고의 효도여행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
목포 유달산 자락
서산동 보리마당
그곳에 가면
지나간 세월속의 나를 찾을 수 있으며
거칠고 험한 세상을 사느라
지치고 피곤한 영혼을 편히 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