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정신이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은
우주선을 타지 않고서도 우주여행을 하는지
어제도 그제 탁송한 절임배추가
제거 정리를 하면서 하나를 빼먹어
4박스를 3박스로 보낸 때문에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에 한 박스가 적게 왔다는 전화를 받고서
혹시 몰라 여유분으로
씻어 물을 빼 두었던 배추를 박스에 담아
광주까지 두 시간을 달려 무사히 배달을 한 것 까지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그야말로 일사천리였습니다.
제가 금오동 종원필리스빌아파트에
가지고 간 절임배추를 전해드리는데
마침 김장을 하시는 중이어서
절임배추를 빼낸 빈박스 3개가 현관에 있기에
다른 농산물을 보낼 때 사용하기 위해
내가 가져가도 되겠느냐고 물으니
그댁에서는 아무 쓸데 없으니 가져가라고 하셔
빈박스 3개를 가지고 엘리베터를 타고 내려오는 중이었습니다.
10층에서 타고 내려오는데
9층에서 잠시 서더니
40대 후반의 점잖은 남자분이 타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우리집에도 이런 거 있는데..."
농부의 기억에는
이 아파트에 다른 분께는 절임배추를 탁송한 이이 없는데
혹시 농부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가 해서
"그렇다면 제가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하고 물으니
그러라고 하시어
1층까지 내려온 엘리베터를 다시 9층 그분의 아파트 앞에 내린 것 까지는 좋았는데
"허억!"
시상에.....
엘리베터에서 내린 농부의 눈에 띄는 것은
농부네 절임배추박스가 아닌
작은 박스 안에 재활용포장지와 종이들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소주병까지.....
필요하지 않으면 안 가져가도 된다는 점잖은 주인의 말씀에도
어쩔 수 없이 필요 없는 재활용품을 가지고 다시 엘리베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그분의 말씀은
제가 재활용품을 수거해 가는 사람인 줄 알고
조금이라도 도와주려고 그러셨답니다.
결국 그 재활용품을 아파트 입구까지 내려 놓고 왔지만
이제부터 농부 재활용품 수거로 직업을 바꾸는 것이 맞겠지요?
http://www.youtube.com/watch?v=9YSjXWuRuJU -나는 울었네
http://www.youtube.com/watch?v=VLAnpopmukM - 이별의 부산정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