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생수 한병 구입하러 갔던 뉴욕 맨하탄의 한 편의점입니다.
편의점 내에서 한구역 전체를 각종 치과용품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치과용품이래봤자 한국처럼 단순히 치약과 칫솔 정도만 구석에 약간만 구비되었을거라 했던 저의 단순한 생각과는 달리
방대한 양의 치과관련 약제들로 편의점 한코너 전체를 가득 채운 것을 보고 치과의사인 저는 너무 놀랍고 당황스러웠습니다.
미국은 세계적으로 의학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이지만,
모든 것이 돈이 최우선 가치인 정글같은 의료 자본주의의 선봉국가답게
우리나라에서 만원안팎의 사랑니 발치치료비가 이곳 미국에서는 약 130만원에 이를 정도로 치료비가 너무 높다고 합니다.
또, 우리나라에서 2-3만원 안팎으로 치료가 가능한 어금니 신경치료는 미국에서는 130만원 이상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신경치료하고 금니로 씌우면 40만원 안팎의 치료비가 들지만,
미국의 경우는 25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인들에게는 치과의 벽이 너무 높아서,
아파도 치과의 벽이 높아 가지 못하고, 이렇게 치과관련 용품으로 치과치료를 근근히 대신한다고 하는데...
이런 현실을 대변해주는 편의점의 모습들을 실제로 보고는 저는 치과의사로서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 당연한 구강청결용품인 치약과 칫솔, 구강양치액들은 제외하고...
미국 편의점의 한구역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각종 치과관련 약제들을 황급히 카메라로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또다시 저를 놀라게 했던 약품은 틀니수리용 키트입니다.
틀니에 금이 가거나 인공치아가 빠졌을때 임시방편으로 사용하라는 것인데...
함부로 손대다가 틀니에 변형이라도 생기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하는건지...
치과의사인 저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틀니를 제작한 치과에서라면 몇년간은 무상으로도 수리를 해주기도 하고..
유상수리라 하더라도 큰비용 없이 훨씬 정교하고 완벽하게 할 수 있는데 여기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치과의사인 제가 가장 놀랐던 편의점에 진열된 약품입니다.
충치치료로 떼운 것이 빠졌을때 음식이 끼는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임시로 메꾸게 하는 재료입니다.
저렇게 무작정 치아구멍에 메꿔넣다가 오히려 충치가 더 크게 생겨버리면 어쩌란건지 참 한심했습니다.
그리고 금니가 빠졌을때 접착제용도로도 사용할수 있다고 친절히(?) 설명이 되어있습니다...ㅡ.ㅡ;;;
이런 임시처치 정도는 우리나라 치과에서는 3500원 혹은 그냥도 해주는데, 이런 허접한 약제가 거의 만원이 되는군요...ㅠㅜ
구멍난 충치로 인해 통증을 느낄때 솜에 적셔 사용하라는 진정제입니다.
이것은 유지놀 성분인데 우리나라 치과에서는 말만 잘하면 굳이 돈도 받지 않고 서비스로 처치해주는 치수진정제입니다.
이런 약제도 미국에서는 치과의 벽이 높아 편의점에서 불티나게 팔린다고 합니다.
치과에 가기는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마취제 성분이 들어있는 연고들입니다.
우리돈으로 만원정도 되는 저 연고를 구입해서 치과는 갈 엄두도 못내고 아플때마다 치아주변을 바르고 견딘다는...ㅠㅜ
각종 이갈이 방지용품들입니다.
미국인들이 이갈이 잠버릇이 많은 사람들이 많은지 이렇게 다양한 이갈이 방지 장치를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치과에서 치료받기에는 너무 비싸니까 각종 제약회사에서 이렇게 나이트가드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35-50불 (5-7만원)으로 다양한데 그 가격도 솔직히 싼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제작하는 마우스피스 제작방법도 뜨거운물에 스플린트(마우스피스)을 담그고 입안에 끼우고
식혀 굳히는 형태로서 그 방법도 결코 쉬운게 아닌데다가, 조잡하기 그지 없어,
행여 구강구조에 대해 모르는 일반인들이 제작하다 실수라도 하면 그 비싼 돈을 그냥 날려야 합니다.
턱관절, 교합, 근육의 해부학적인 경로를 모르는 일반인이 야매에서 하듯
이렇게 이갈이 방지장치를 스스로 만들어 낀다고 하니..
저렇게 며칠 몇달을 사용하다보면 교합이 틀어지고 턱관절이 오히려 손상될텐데...
치과의사인 저로서는 눈앞이 아찔했습니다.
또 과연 저 장치가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 하는 것도 의문이고...
저런장치 몇번 사용할 돈으로 그냥 치과의사에게 진단과 치료계획을 받아
보다 정밀한 자기만의 스플린트 치료를 받으며 지속적으로 체크받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였습니다.
얼마나 미국에서는 이갈이 방지장치가 비싸길래 저런 것들이 편의점에서 상품으로 나왔는지 참 씁쓸했습니다.
치아가 시릴때마다 바르라는 약제입니다.
선전으로는 3개월간 지속된다고 하는데 과연 어떨지 그 효과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아예 대놓고 "초강력 구강 마취액"이란 것도 팔기도 합니다.
하지만 선전하는 것처럼 초강력 마취액은 아니고 3프로 정도의 벤조카인 국소마취액이 주성분인 일종의 표면마취제입니다.
치과에서 주사로 자입하는 마취도 3시간정도 밖에 그 효과가 지속되지 못하는데..
이렇게 바르는 표면마취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지속될 것이며, 또 그 효과가 있을지도 의심스럽습니다.
틀니가 헐거워질때 치과에 가기가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워 틀니 내면에 발라 채워 넣으라는 약품들입니다.
이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지속될까요?
치과의사인 제가 보기엔 한 일주일정도 밖에 효과가 없을 것 같은데
그때마다 5-6불씩 주고 이렇게 약을 발라가면서 사용한다면,
한국이라면 새로 틀니 하는 것보다도 배꼽이 더 클 것만 같습니다.
정말 이렇게 편의점에 진열된 방대한 치과약제들을 보면서
미국이란 나라를 부러워해야할지 불쌍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유명한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출시되는 이런 치과약품들이 왜 우리나라에는 수입이 안되는지 그 이유는 너무나 뻔합니다.
우리나라의 의료수가가 너무 낮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수지를 맞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쯤되면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이란 나라는 의사에게는 천국이고,
환자에게는 지옥인 나라임이 실감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FTA 협상에서 왜 의료분야만 제외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의료시장이 개방, 혹은 민영화가 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출처 :쭉빵카페 원문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