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이런글 저런질문

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살아남은 자

| 조회수 : 1,516 | 추천수 : 99
작성일 : 2009-07-12 21:01:50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데...
피보다 진한 것이 무엇일까요?


촛불집회에서 마주친 사람들,
나이, 성별, 학교 혹은 지역...
공통점이라고는 어느 하나 찾아 볼 수 없는 사람들...
그런데 벅찬 감정에 두 손이라도 마주잡고 싶더군요.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그 기분...
그걸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요?


분향소에서 마주친 사람들,
같이 국화를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얼싸안고 그냥 펑펑 울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촛불집회에서 만난 사람들이었을까요?
꼭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익숙하고 친숙한 기분이 들었을까요?
이런 기분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요?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느낀 그 감정들...
그게 무엇인지 몰랐는데 오늘 법정 스님의 글을 읽다가
혹시 이게 아니었을까... 하는 구절이 있어 옮겨봅니다.





지금 생존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실로 ‘살아남은 자들’ 임에 틀림없다.
눈 한번 잘못 팔다가는 달리는 차바퀴에 남은 목숨을 바쳐야 하는 우리 처지다.
방 임자도 몰라보는 저 비정한 연탄의 독기와 장판지 한 장을 사이해 공존하고 있는 일상의 우리가 아닌가.
그 이름도 많은 질병, 대량 학살의 전쟁, 불의의 재난,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갈등.
이런 틈바구니에서 우리들은 정말 용하게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자들이다.
(중략)
살아남은 사람들끼리는 더욱 아끼고 보살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자기 차례를 맞이할지 모를 인생이 아닌가.
살아남은 자인 우리는 채 못 살고 가 버린 이웃들의 몫까지도 대신 살아주어야 한다.
나의 현 존재가 남은 자로서의 구실을 하고 있느냐가 항시 조명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날 일을 마치고 저마다 지붕 밑의 온도를 찾아 들어가는 밤의 귀로에서 사람들의 피곤한 눈매와 마주친다.
“오늘 하루도 우리들은 용하게 살아 남았군요.” 하고 인사를 나누고 싶다.
살아남은 자가 영하의 추위에도 죽지 않고 살아 남은 화목에 거름을 묻어준다.
우리는 모두가 똑같이 살아남은 자들이다. -1972
법정스님의 무소유  
살아남은 자에서 발췌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혀니랑
    '09.7.14 11:34 AM

    어쩐지 비감해집니다.
    그 많은 "살아남은 자" 중의 한사람이군요, 저도....
    아마 바라보는 점이 같다는 것이 마음을 참 편하게 해주는 것 아닐까요,
    요즘같은 시기에 생각이 다른 사람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힘듭니다.
    조금 맞장구 쳐 주는 것 정도도 그리 반갑지가 않고 그냥 같이 움직여 주었으면 좋겠다
    싶은 간절한 바램이 점점 심해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2. 살림열공
    '09.7.14 7:35 PM

    비감 해 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9219 다하누 공구 이용해보신분 계시나요? 3 딸기 2009.07.13 1,675 31
29218 몇년전에.... jenious 2009.07.12 1,284 50
29217 살아남은 자 2 발상의 전환 2009.07.12 1,516 99
29216 까사미아 침대 인터넷으로 구입했는데..혹시 짝퉁?? 1 이딸리아 2009.07.12 2,415 82
29215 해외에 나가는 친구에게 꼭 필요한선물이 무엇일까요? 5 몽리쟁이 2009.07.12 2,354 7
29214 어디에 고수님들이 계신지 몰라 여기에도 질문 드려요. 3 배달공 2009.07.12 1,274 40
29213 봉하 49재 다녀왔습니다... 10 빈선맘 2009.07.11 2,139 60
29212 @@ 짧은 후기를 씁니다.. @@ 6 phua 2009.07.11 1,872 75
29211 벼룩시장.. 삼순이맘 2009.07.11 1,293 46
29210 호칭이 너무 어려워여 알려주세요 4 지은맘♥ 2009.07.11 1,235 44
29209 lg파워콤으로 바꾸면서 사은품을 준다고 하는데? 1 예뻐질래 2009.07.11 1,455 96
29208 맛베기...후기?? 14 카루소 2009.07.10 2,416 45
29207 7세된 여아의 침대 추천해주세요 1 알토랑 2009.07.10 1,511 12
29206 혹시...오늘 아침방송에 야생화찍는 아줌씨 보신분? 4 안나돌리 2009.07.10 2,106 77
29205 어머니! 그 나라를 아십니까? 3 해남사는 농부 2009.07.10 1,353 78
29204 그냥저냥 이런저런얘기들... 3 김새봄 2009.07.10 1,071 11
29203 이런 쵸콜릿에서 거미가 나왔어요. 2 coolguy 2009.07.09 1,632 72
29202 인터넷 전화 사용하시는분? 7 이터니티 2009.07.09 1,819 12
29201 10월 울산옹기축제 1 소박한 밥상 2009.07.09 1,407 80
29200 이번년도 가을 학기에 일본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는데 4 하루나 2009.07.09 1,506 55
29199 택배보내는거요..어떻게 개인인데2500원에 보낼까요??? 8 love TJ 2009.07.09 2,034 66
29198 가성소다 구입에 관하여 3 배부른소크라테스 2009.07.09 1,529 14
29197 [촛불소녀의 코리아] 故 노무현 대통령 49재 길벗 2009.07.09 1,318 23
29196 [추천사이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정 청소년 권장사이트 ya428 2009.07.08 1,119 11
29195 살림 못 하는 여자 10 꼼지락 2009.07.08 5,070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