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이런글 저런질문 최근 많이 읽은 글

이런글 저런질문

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살아남은 자

| 조회수 : 1,512 | 추천수 : 99
작성일 : 2009-07-12 21:01:50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데...
피보다 진한 것이 무엇일까요?


촛불집회에서 마주친 사람들,
나이, 성별, 학교 혹은 지역...
공통점이라고는 어느 하나 찾아 볼 수 없는 사람들...
그런데 벅찬 감정에 두 손이라도 마주잡고 싶더군요.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그 기분...
그걸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요?


분향소에서 마주친 사람들,
같이 국화를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얼싸안고 그냥 펑펑 울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촛불집회에서 만난 사람들이었을까요?
꼭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익숙하고 친숙한 기분이 들었을까요?
이런 기분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요?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느낀 그 감정들...
그게 무엇인지 몰랐는데 오늘 법정 스님의 글을 읽다가
혹시 이게 아니었을까... 하는 구절이 있어 옮겨봅니다.





지금 생존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실로 ‘살아남은 자들’ 임에 틀림없다.
눈 한번 잘못 팔다가는 달리는 차바퀴에 남은 목숨을 바쳐야 하는 우리 처지다.
방 임자도 몰라보는 저 비정한 연탄의 독기와 장판지 한 장을 사이해 공존하고 있는 일상의 우리가 아닌가.
그 이름도 많은 질병, 대량 학살의 전쟁, 불의의 재난,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갈등.
이런 틈바구니에서 우리들은 정말 용하게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자들이다.
(중략)
살아남은 사람들끼리는 더욱 아끼고 보살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자기 차례를 맞이할지 모를 인생이 아닌가.
살아남은 자인 우리는 채 못 살고 가 버린 이웃들의 몫까지도 대신 살아주어야 한다.
나의 현 존재가 남은 자로서의 구실을 하고 있느냐가 항시 조명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날 일을 마치고 저마다 지붕 밑의 온도를 찾아 들어가는 밤의 귀로에서 사람들의 피곤한 눈매와 마주친다.
“오늘 하루도 우리들은 용하게 살아 남았군요.” 하고 인사를 나누고 싶다.
살아남은 자가 영하의 추위에도 죽지 않고 살아 남은 화목에 거름을 묻어준다.
우리는 모두가 똑같이 살아남은 자들이다. -1972
법정스님의 무소유  
살아남은 자에서 발췌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혀니랑
    '09.7.14 11:34 AM

    어쩐지 비감해집니다.
    그 많은 "살아남은 자" 중의 한사람이군요, 저도....
    아마 바라보는 점이 같다는 것이 마음을 참 편하게 해주는 것 아닐까요,
    요즘같은 시기에 생각이 다른 사람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힘듭니다.
    조금 맞장구 쳐 주는 것 정도도 그리 반갑지가 않고 그냥 같이 움직여 주었으면 좋겠다
    싶은 간절한 바램이 점점 심해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2. 살림열공
    '09.7.14 7:35 PM

    비감 해 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9247 매실이 끓어요~ 7 강캔디 2009.07.16 2,836 47
29246 꽃은 왜 아름다울까요? 철리향 2009.07.15 1,055 84
29245 SKT 7월 13~7월 17까지 맑고픈맘 2009.07.15 2,150 23
29244 "엄마와 함께"보다 "아이와 함께"로 바꾸는 거 어떠세요? 4 별나라 2009.07.15 1,052 36
29243 죄송한데요..ㅠㅠ 불당까페 회원이신 분 저 좀 추천해주실 수 있.. 2 블루베리 2009.07.15 2,341 75
29242 대학원문의 정가네 2009.07.15 1,273 79
29241 [시사토크] 노정렬,최요한의 "개구쟁이" 비온뒤또비 2009.07.15 1,547 62
29240 신용카드 추천해주세요 4 커피홀릭 2009.07.15 1,570 76
29239 노짱님께 드릴 게 이것밖에 없지만, 저 약속드려요. 2 레드썬 2009.07.14 1,684 88
29238 부탁드려요~ 카뮈 2009.07.14 1,062 50
29237 요런스타일~가방 3 우서니 2009.07.14 2,650 55
29236 오늘 처음 가입한 신입입니다 *^^* 3 노랑비행기 2009.07.14 1,124 54
29235 주택관리사 에 대해 아시는 분 정보좀 부탁드려요 1 튼튼맘 2009.07.14 1,275 36
29234 꼬마손님들....도와주세요... 1 초록색 2009.07.14 1,757 128
29233 순천여행-유심천스포츠관광호텔..문의 인디언 2009.07.14 2,154 20
29232 자연산 산삼 (야생산삼) 3 산약초사랑 2009.07.13 2,450 44
29231 아이들 의료실비 보헙 어떻게 하셨어요? 5 노비아 2009.07.13 1,613 39
29230 다하누 공구 이용해보신분 계시나요? 3 딸기 2009.07.13 1,664 31
29229 몇년전에.... jenious 2009.07.12 1,282 50
29228 살아남은 자 2 발상의 전환 2009.07.12 1,512 99
29227 까사미아 침대 인터넷으로 구입했는데..혹시 짝퉁?? 1 이딸리아 2009.07.12 2,411 82
29226 해외에 나가는 친구에게 꼭 필요한선물이 무엇일까요? 5 몽리쟁이 2009.07.12 2,346 7
29225 어디에 고수님들이 계신지 몰라 여기에도 질문 드려요. 3 배달공 2009.07.12 1,267 40
29224 봉하 49재 다녀왔습니다... 10 빈선맘 2009.07.11 2,137 60
29223 @@ 짧은 후기를 씁니다.. @@ 6 phua 2009.07.11 1,869 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