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하다’는데...
피보다 진한 것이 무엇일까요?
촛불집회에서 마주친 사람들,
나이, 성별, 학교 혹은 지역...
공통점이라고는 어느 하나 찾아 볼 수 없는 사람들...
그런데 벅찬 감정에 두 손이라도 마주잡고 싶더군요.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그 기분...
그걸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요?
분향소에서 마주친 사람들,
같이 국화를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얼싸안고 그냥 펑펑 울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촛불집회에서 만난 사람들이었을까요?
꼭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익숙하고 친숙한 기분이 들었을까요?
이런 기분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요?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느낀 그 감정들...
그게 무엇인지 몰랐는데 오늘 법정 스님의 글을 읽다가
혹시 이게 아니었을까... 하는 구절이 있어 옮겨봅니다.
지금 생존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실로 ‘살아남은 자들’ 임에 틀림없다.
눈 한번 잘못 팔다가는 달리는 차바퀴에 남은 목숨을 바쳐야 하는 우리 처지다.
방 임자도 몰라보는 저 비정한 연탄의 독기와 장판지 한 장을 사이해 공존하고 있는 일상의 우리가 아닌가.
그 이름도 많은 질병, 대량 학살의 전쟁, 불의의 재난,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갈등.
이런 틈바구니에서 우리들은 정말 용하게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자들이다.
(중략)
살아남은 사람들끼리는 더욱 아끼고 보살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자기 차례를 맞이할지 모를 인생이 아닌가.
살아남은 자인 우리는 채 못 살고 가 버린 이웃들의 몫까지도 대신 살아주어야 한다.
나의 현 존재가 남은 자로서의 구실을 하고 있느냐가 항시 조명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날 일을 마치고 저마다 지붕 밑의 온도를 찾아 들어가는 밤의 귀로에서 사람들의 피곤한 눈매와 마주친다.
“오늘 하루도 우리들은 용하게 살아 남았군요.” 하고 인사를 나누고 싶다.
살아남은 자가 영하의 추위에도 죽지 않고 살아 남은 화목에 거름을 묻어준다.
우리는 모두가 똑같이 살아남은 자들이다. -1972
법정스님의 무소유
살아남은 자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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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
발상의 전환 |
조회수 : 1,510 |
추천수 : 99
작성일 : 2009-07-12 21: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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