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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inside] '쟤들 잘못論' 적용해야 문제 풀린다 ---10월11일 조선일보-

| 조회수 : 1,826 | 추천수 : 204
작성일 : 2008-10-11 16:31:34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발(發)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정부 발표 내용을 보면 판에 박은 대책들의 재탕이다. 투명성을 강화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외채(外債) 현황을 공개했다.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라는 독려도 있다. 국내 기관들의 해외 자산을 매각해서 급전(急錢)을 조달하라는 주문도 나온다.

이런 대책들은 IMF(국제통화기금)가 금융 위기국들에게 권고하는 표준 처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이 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했고 칭찬받아 왔던 일이다. 그런데 이것들을 왜 또다시 더 잘해야 하나.

IMF식 표준 처방은 위기를 당한 나라의 경제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우리 잘못론(論)'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개혁' 조치 등을 통해 '잘못'을 고쳐서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대책들이 들어 있다.

필자는 1997년 금융위기에 대해서도 '100% 우리 잘못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최소한 절반 이상은 국제금융가의 잘못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융위기는 아무리 보아도 '우리 잘못론'을 적용할 수 없다. 서브프라임으로 대표되는 파생상품의 핵 폭탄이 세계 경제에 터져서 그 풍파가 우리에게 들이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폭 피해자일 뿐이다. 그렇다면 위기 대책은 '우리 잘못론'이 아니라 '쟤들 잘못론'을 적용해서 마련해야 한다. 원인 분석이 잘 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다.

'쟤들 잘못론'을 적용해서 금융위기를 극복한 대표적 사례는 말레이시아이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던 태국과 달리 말레이시아는 1980년대 중반에 이미 한 차례 은행 위기를 겪어서 금융기관 정지 작업을 마쳐 놓은 상태였다. 부동산 등에 일부 과잉 투자가 있었지만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태국이 금융위기에 빠지면서 '전염효과(contagion effect)'가 나타났고 환(換) 투기가 벌어졌다.

말레이시아의 처방은 환 투기 여지를 줄이고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데 초점을 뒀다. 경기 진작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금리 인하인데 시장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는 환 공격을 받을 염려가 있었다. 그래서 환율을 고정시키고 자본 통제를 도입했다. 링깃화(貨)가 해외에서 거래되는 것을 금지시키고 한 달 내에 말레이시아로 들어오는 링깃화만 외화로 바꾸어주겠다고 발표했다. 링깃화가 싱가포르 등지에서 실물과 관계없이 투기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 돈이 빠져나가는 것도 일시적으로 막았다. 수출 대금은 모두 중앙은행에 일단 맡기도록 했다. 한국이 1990년대 초반까지 시행하던 외환집중제를 택한 것이다.

대신 해외에서 들어오는 투자자금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를 두지 않았다. 그 결과 해외에서 링깃화를 갖고 있던 사람들이 국내에 들어와 환전하면서 통화량이 늘고 금리가 떨어질 수 있었다. 외화가 빠져나가지 않으니까 링깃화도 안정을 기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이를 바탕으로 1999년 초부터 외환 규제를 서서히 풀어나갔다.

당시 말레이시아의 정책에 대해 국제금융가에서는 비난일색이었다. 말레이시아가 국제 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말레이시아 경제는 회복됐다. 국제금융가로부터 대출도 금세 재개됐다. 무디스는 1999년 4월부터 말레이시아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IMF조차 말레이시아의 자본 통제가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IMF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던 휴버트 나이스 박사는 "잘 정의되고 잘 설명된 자본 통제는 금융위기 대책으로 쓸모가 있다"고 입장을 바꾸었다.

지금 한국 경제는 금융기관이건 기업이건 돈이 모자라서 난리이다.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는 이제 인플레가 아니라 디플레가 되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 부도, 개인 파산, 금융기관 부실채권 증가, 대출 감소, 부도 및 파산의 악순환 고리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 고리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면 자금이 충분히 공급되면서 기업과 가계의 금리 부담을 낮춰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외환시장이 계속 공격받으면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 따라서 외환시장을 규제해서 환율 걱정 없이 자금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IMF식 처방은 외환시장은 자유롭게 놔두고 대신 금리를 대폭 올려서 환율을 방어하라고 한다. 그러나 이 처방은 기업과 가계가 줄줄이 망하더라도 개의치 않는, 더 나아가 이로 인해 자산을 헐값에 살 수 있게 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가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나. 선진국 경제의 '현금 인출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많은 돈을 빼내 가도록 놔둔 다음에 "제발 우리에게 다시 투자해 주세요"라고 애걸한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 투기 세력은 오히려 이때를 환 투기의 결정적인 호기라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자본시장을 유지하면서 국내 실물경제도 잘 되는 묘수가 있다면 그만큼 좋을 일이 없다. 그러나 둘 중에 선택을 해야 한다면 국내 실물경제를 택해야 한다. 그랬을 때에 자유시장을 외치던 국제금융가마저도 뒤에 가서는 옳은 선택이라고 인정해 준다는 사실을 말레이시아의 사례는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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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좀 쌩뚱맞은 의견이기도 하네요.
또 어찌보면 그런가...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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