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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한 여인의 인생무게

| 조회수 : 3,374 | 추천수 : 67
작성일 : 2008-07-31 09:56:51
저의 막내둥이는 지체장애가 있는 초등1년생이예요
장애특수학교라 유치부~고등학생까지 한 건물에서 공부를 해요

막내둥이 봄소풍가는날
막둥이를 아침에 스쿨버스에 먼저 태울때 한 학부모를 보았어요

버스에 달린 승강기로 막둥이를 올리고 있을때
한 학부모가 제게 인사를 하더군요
의자 뒷쪽에 계시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저 &수엄마예요'라고 하시더군요

작년까지는 막둥이가 유치부라서 학부모모임에 가입이 되지 않아
엄마들이나 학생들에 대해 잘 몰랐어요


두 달전 처음으로 학부모모임에 나갔는데
밥을 다 먹고서 한 엄마가
비가 오는 날이면 하늘을 보며 *수엄마를 생각한대요
그러자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라고 하시고...

왜 비오는 날 그 엄마를 떠올리느냐고 물었더니
스쿨버스내리는곳에서 집까지 아이들과 함께 비 맞으며 갈텐데 그게 걱정이라는거지요

*수엄마가 누구냐고 물어보니 &수엄마를 가리키면서
*수와 &수가 한 형제라는 거예요



비 오는날 엄마 혼자서 휠체어끌고 한참을 가야하는데
두 아이를 챙기려면 얼마나 힘들겠냐는거지요...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목이 메어오더군요
제가 막내를 낳고나서 일년후 장애등급을 받을때 한시간정도를 울었거든요

그런데 이 엄마가 둘째의 장애사실을 처음 접했을때
얼마나 울었을지 얼마나 하늘을 원망했을지....


밥먹는 자리에서 눈물이 나오려던걸 꾹 참느라 힘들었어요



한달후 두번째 학부모모임이 끝난후
마침 그 엄마가 가는 방향이 같아서 둘이 십여분을 걸으면서 이야기했어요


어디 들어가서 차라도 한잔 마시려고 했는데
이 엄마가 집에 들어가서 시어머님 점심 챙겨드려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혼자 챙겨드시면 될텐데 굳이 지금 들어가셔야겠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어떨땐 정말 밥 챙겨드리는거 너무너무 싫을때가 있다면서
시어머님이 거동이 불편한 치매환자시라는 거예요...


남편이 차남인데
몇년전에 아주버님이 어머님을 못모시겠다며
차에서 내려 이 집안에 내려놓고 가시더래요

동서와 통화해보니 시어머니와 같이 있는것 자체가 끔찍해서 보낸거라고....


부부가 절대 모시지 못하겠다고 하고 쫓아낸거지요



막내둥이 키우면서 아주 힘들때면 막연히
나보다 더 힘들게 사는사람 없을거란 생각을  해본적이 있었어요
도대체 전생에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길래
막내가 장애아일까라는 생각도 해본적이 있구요



제가 살아오면서
이 엄마처럼
삶의 무게가 무거운 분을 뵙지를 못했습니다


방학 특별학습이 있어
비오는 아침에 막내를 스쿨버스에 태워보내고나서
괜시리 마음이 심난하여 글을 올려봅니다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냥냥공화국
    '08.7.31 11:26 AM

    전 가끔 인간이 버틸만큼의 고통만 준다는 그말이 정말일까... 갸우뚱 합니다.

  • 2. miai짱
    '08.7.31 11:50 AM

    장애아를 키운다는건 내 모든걸 거의 포기해야 할정도로 힘들지여
    힘내시고 기운내시라는 말밖에..

  • 3. 깜장이 집사
    '08.7.31 12:10 PM

    아자아자!!

  • 4. 소꿉칭구.무주심
    '08.7.31 12:10 PM

    장애를 가지고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님의모습에 무척 마음이 아프네요.
    이런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진다면
    모든 일이 잘 될거라고 믿어요.

  • 5. 하얀수건
    '08.7.31 3:18 PM

    눈물이 나네요.
    착한 사람에게는 늘 '일복이 많다'고 복 아닌 복으로 위로를 하지요.
    결국 좋은 결과가 있을 거에요. 그렇게 믿지 않으면, 어떻게 세상 살 수 있겠어요.

  • 6. 백하비
    '08.7.31 3:35 PM

    힘내세요~마음이 아파오네요.
    힘들다 힘들다하면 더 힘들어요~
    지금도 행복하다 저 아이가 있는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선천적 장애보다 후천적 장애가 많다고 들었어요.
    저와 동생도 팔을 다쳐서~누구나 장애인이 될수 있는데~
    왜 장애특수 학교가 필요한지 이해가 안가요.
    모두 같이 더불어서 서로 돕고 의지하고 그렇게 살면 얼마나 좋은데...
    그런 세상이 오길 빌어봅니다.

  • 7. 석봉이네
    '08.7.31 4:46 PM

    인간극장에 맹인형제를 두신 부모가 나온적이 있었지요
    처음 둘째가 맹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때 많이 힘들고 방황했지만
    지금은 둘이서 더 이해하고 마음을 기댈수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고 하시는데 눈물이 한참 나오더라구요
    그 마음을 갖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이 힘들었겠어요...

    저역시 처음에는 모든걸 인정하기 싫었지만
    나중에는 나에게 책임이 주어지는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거라는 생각으로
    모든걸 받아들이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그 엄마를 떠올리게되면 그냥 가슴만 먹먹해집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더더욱 그 엄마가 생각나지요

  • 8. 아로아
    '08.7.31 5:30 PM

    아이가 아프면,,,,아니, 나랑 떨어질 수 없는 아픈 아이가 있으면...
    엄마는 놀라고, 아프고, 너무도 외롭다가...
    쓸데없는 욕심이 뭐였는지 알게되어, 눈물을 멈추고 더 씩씩해지고,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되고, 그래서 아이가 더 이쁘고 소중하고....

    그러면서 그 아이가 힘들게 나를 찾아... 내게 온 것을 감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9. 소금장수
    '08.7.31 5:38 PM

    막막 할 때...그럴 때 있죠~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방법이 보이질 않고, 어디로 뛰어야 할지 모르게 막막 할 때요~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는거 같아요.
    나 보다 더 힘든 사람은 없을거야~~~~제가 그랬네요.

    헌데 석봉이네님 글 읽고 나니 정말 부끄러워 집니다.
    더더 노력하며,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간절 해 집니다.

    맘이 참 따뜻 하신 분 같아요.
    힘내세요.

  • 10. 미소나라
    '08.7.31 7:37 PM

    반가운 이름이라 인사 드리려고 들어왔다.
    마음이 ........신은 우리에게 감당할 시련만 주신다고 하네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내 자신을 반성 해 보지만 매일 똑같은 내 모습에....
    옥수수 너무 맛있게 먹고 있어요.
    님의 옥수수로 여름이 행복하답니다.
    다음주에 더 시키려고 하는데...이런 글에 옥수수 애기를 하니 뻘쭘하네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쪽지 드릴께요.

  • 11. 민지맘
    '08.7.31 8:54 PM

    참 산다는 게 넘 힘드네요
    저도 요즘 죽고싶을 정도로 힘든데...이제 다 말라버렸을 것 같았던
    눈물이 다시 흐르네요
    내가 힘든 일 겪고 보니 아무리 주위에서 위로를 해 주어도
    큰 도움이 되지 않던데...
    그래도 그래도 희망을 갖고 힘 내세요

  • 12. 로사
    '08.7.31 11:36 PM

    우리나라 부모들/아이들 수준을 생각하면 일반학교에서 절대로,네버 장애아이들이 버티기 힘듭니다..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민도를 알 수 있지 않습니까?

  • 13. 오후
    '08.8.1 11:57 AM

    기운 잃지마시기를요.
    얼굴 모르지만 그 *수 엄마라는 분께도 신의 가호가 계시기 원합니다.
    더 힘들고 정신이 장애인 사람들 주위에 얼마던지 있습니다.
    장애아를 돌보는데 있어 이제는 전사회의 책임이며 이 세상 부모들의
    몫이기도 합니다.엄마가 건강하셔야합니다.

  • 14. Happy-Cost
    '08.8.1 3:43 PM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ㅠㅠ
    오늘은 *수 어머님과 글쓰신 님 위해서 기도하고 자겠습니다.

  • 15. 동그라미
    '08.8.1 4:42 PM

    힘내세요,!!!!!!!!!

  • 16. 코알라^&^
    '08.8.1 6:42 PM

    우리 봉봉이가 초등학생이 되었군요.
    아~~~봉봉이 이야기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제발 절망하지 마시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 17. 수짱맘
    '08.8.2 10:24 AM

    강남이 가까운 경기도쪽이나 판교 분당.. 이쪽은 어떠세요?

  • 18. 세스영
    '08.8.2 4:51 PM

    그 *수 어머님이란 분의 시아주버니 내외분..심각한 정신장애 같네요. 사람이라고 치고 싶지도 않군요.
    님도 *수님 어머님이란 분도 힘내시기 빕니다.

  • 19. 진진이네
    '08.8.3 6:42 PM

    신은 인간이 감내할 만큼의 고통만 주신다고 했는데
    그분은 괴력의 포스를 내면화하고 계시지 않을까 싶은...

    자손 대대 훌륭한 인물이 날 업을 쌓고 계신것 아닐까 싶고
    마음을 모아 힘든 가운데에도 행복하시기를 빌어봅니다.

  • 20. win mouse
    '08.8.4 9:53 PM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들은 항사이 이런 괴로움을 겪으며 사는지.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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