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초파일이라 동네에 큰절이 있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엄마와 남편과 함께 산책하면서 걸어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디서 아이고~아이고~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쩌렁 쩌렁 울리는 거에요.
다들 누가 대낮부터 술을 했나하고 걸어가는데
골목 30미터쯤 앞에 대형분뇨차(응차를 뭐라고 부르는지..)가 서있고
차 앞에 빨간 장갑같은게 떨어져 있데요.
사람들은 웅성거리고 근처를 지나가던 남자는 눈을 손으로 가리고
다른길로 지나가더라구요.
그리고 운전사는 큰길로 뛰어가고 있구요.
순간.... 이게 뭔가 큰 사고구나.싶었어요.
저는요.. 간절히 바라는거중에 하나가 살면서 사고나는거 안보는 거였어요.
성격상 안좋은 장면이나 상황을 두고 두고 곱씹고 잊지 못하거든요.
34해 살면서 한번도 그런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는데
오늘 근처에서 그런 일이 나니 너무 무서운 거예요.
그래서 근처엔 가지도 못하고 멀리서 무슨일이지 왜그러지 하는데
옆에 서있던 초등학교 4~5학년쯤 되는 남자아이가
정말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한테 "다리가 짤려서 떨어져 있어요"하는 거에요 ㅠㅠ;;;;;;;;;;;;;;;;;;;;
저는 빨간 장갑으로 보았거든요. 그래서 "아니야. 니가 잘못봤어"하고 돌아 섰어요.
이럴땐 0.7의 안경 안쓰는 시력이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아이가 잘못 보았을수도 있구요.
저보다 겁이 더 많은 엄마한테 빨리 다른 길로 가자고 막 재촉해서 다른길로 돌아왔어요.
(제가 갔을땐 사고가 진행된 상태라 제가 119신고 그래야하는 상황은 아니었거든요)
집에 돌아 왔는데 내내 사고 당하신분 걱정도 되고
겁도 나고 가슴도 뛰고 여러가지 생각에 마음이 진정이 안되네요..
이런글 저런질문
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살면서 피해가고 싶은 순간들이 오늘 닥쳤어요(잔인한 사고이야기입니다.)
저녁바람 |
조회수 : 3,387 |
추천수 : 32
작성일 : 2008-05-12 22:10:58

- [뭘사다먹지?] 맛있는 고들빼기 김치 .. 4 2011-10-05
- [요리물음표] 외국에서 오신 친척분 .. 4 2008-05-02
- [요리물음표] 16개월 아이 반찬 고.. 3 2007-09-14
- [요리물음표] 이 과자의 이름은 뭘까.. 1 2006-10-1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러스티
'08.5.12 11:53 PM제가 다 가슴이 뛰네요.
다치신분 얼마나 놀라셨을지 너무 안타까워요.
원글님도 마음 다스리시길 바랄께요.2. 루시
'08.5.13 12:45 AM저두 얼마전에 바로 제 앞에 있는 도로에서
오토바이가 커브길을 돌지 못하고 도로옆의 벽을 정면 박치기 하는데
뒷좌석에 타고 계시던 그 오토바이 운전한 청년의 어머니가
붕 하고 멀리 날아가는거예요
그 비명소리와
자기 다친건 안중에도 없이 엄마께 달려가던 그 청년
나중에보니 아주머니는 가방이 방패가 되서
거의 안다치셨어요
떨어진곳도 마침 옆에 있던 트럭 짐칸
근데 그 청년 어머니 안다친거 확인하고 바로 꼬꾸라지는데 보니
허벅지가 피로 물들어 있더라구요
근처에서 119불러주고 막 그러는데
제 다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서
볼일도 못보고 집에간 기억이 나네요
오늘 사고 나신분 부디 많이 안다치셨길 빌어봅니다3. 빠삐용
'08.5.13 1:05 PM저는 홍대앞에서 오토바이가 차에 치이는 걸 봤었어요.
사람이 얼마나 다쳤는지는 못봤고, 다만 헬멧이 데굴데굴 도로를 굴러가더군요.
제 충격은 둘째치고 동행이 임산부라, 얼른 다른 길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