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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의 고봉밥

| 조회수 : 2,444 | 추천수 : 28
작성일 : 2008-03-08 08:21:13




어린시절 울아부지 밥은 산 봉우리만큼이나 높이 올라간 꼬봉밥이었습니다.
아부지 밥은 집안 권위나,대주임을 나타내는 제일큰 표현이었습니다.
소뚜방을 열면 젤 먼저 아부지밥을 일등으로펐고, 바다에서 늦게
들오시는날은 연탄아궁이를 열어 구들막을 데우고 이불밑에 갓한밥을
묻어두셨습니다.
상을 물리고 동생들이랑 들어누워 TV를보다가 발이라도 닿으면
뜨거워 깜짝놀라 호들갑을 떨기도하고,조금 식으면 이불밑에들어가 두손으로
받혀들고 온기가 떨어지는걸 안타까워하기도했습니다.
어쩌다 동생이랑 장난을치다가  밥공기를 엎어 엄마한테 혼구멍이 나기도하고
장판에 붙은 밥알 몇개를 뜯어먹고 슬쩍 뚜껑을 덮어두기도했습니다.


어린마음에  많은밥을 어떻게 다 드시는지 신기하기도했지만
밥드시는것만큼 힘도 장사셨습니다.
내 키보다 더크고 덩치큰 고기도 잡아오시는 날도 있었고.
어떤날은 배를 덜렁들어 육지에 앉히시기도 하셨고,
바닷물이 빠지는날은 큰 갯바위도 지랫대로 눕히시고,낙지며,해삼,개불
을 잡아 시장에 내다팔기도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다지 영양가있는 식단은 아니었지만
밥 한그릇으로 참으로 많은 노동을 하신것같습니다.


지금은 먹을것이 흔해져 밥그릇도 주먹만해지고,고봉밥을 먹는 사람도없지만
어려운시절 정기(부엌)에서 어머님의 밥퍼시는 모습을 보고 자란탓인지 습관
처럼 소복하게 밥을 담게됩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솥에서
깊고 큼지막한 스텐밥 그릇에 밥을 차곡차곡올려 기우뚱하는 뚜껑을 누르고
빨간 밍크담요밑에 묻어두었든  아버지의 고봉밥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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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의 아버지는 고봉밥 한그릇으로 집안 대주임을 표현했고,
먹는게 생기면 제일먼저 아버지 드실꺼 정해놓고 나머지로 먹었는데
다들 바쁜 시간속에 살다보니,전기밥솥에 해놓은 밥은 아무나~
바쁜 순서대로 먹게되고,먹거리가 풍부한 요즈음은 아버지꺼라고
따로 남겨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없고, 편리한데로 손 닿는사람이
우선순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늘......
여럿이 함께 밥을 먹다보니 그냥 밥이 놓여지는되로 먹게됩니다
그것이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밥 그릇이라도 따로 표나는걸로 정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기 그릇을 할까하다가 옛날 고봉밥도 생각나고해서 유기그릇으로
장만했습니다.. 옛날에는 유기그릇을 닦을때는 짚으로 연탄을 으깨
박박 문질러서 닦았는데 지금은 세상이 좋아서 그런염려는 없으니
깨지지않는 놋그릇을 잘 선택했다 싶으네요....






예전에 우리집 양반도 고봉밥을 먹었습니다
입맛이 땡끼는날은 두어공기는 그뜬했는데
요즈음들어 근력이 떨어지는지 주먹만한 밥공기에
깍아담아도 자꾸 몇숟가락은 남깁니다...
밥을 많이먹어도 밉고,
밥을 적게먹어도 참 밉상입니다.....
수북히 올리는 밥만큼이나 권위가 올라갈까마는
그래도 마음만큼은 고봉밥처럼 높이 쌓아주고싶습니다..


아~
아자쒸~!!
밥 좀 많이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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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 처럼 일 많이 시킬려고........ㅎㅎ




            




뱀발~
참고로 작은 점빵을하고있어 우리식구만 따로 식사를하는일이 별로없어요
그래서 내식구 밥그릇이 구분이 안가구요....밤새 점빵보다가 심심해서 어린시절
이야기 끄적여봤습니다.....82식구,,,,형제여러분~!! 재밌는 주말 보내세요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푸른두이파리
    '08.3.8 11:38 AM

    왕사미님 덕분에 저도 아버지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저런 유기 그릇과 수저로 식살 하셨는데...
    숟가락은 무거워 어린 제가 들기가 버거울 정도..^^
    늦게 오셔 저녁상을 받으시면 오남매중 셋째인 저를 꼭 밥상머리에 앉히시곤
    하얀 쌀밥과 계란후라이를 먹이시곤 했었어요..
    어릴 때 하두 말라 왕갈비 소릴 듣던 저를 무척이나 안쓰러워 하시고..이뻐하셔서..
    중학생때까지도 싫다는 저를 무릎에 앉히셨답니다^^

    요즘 가장들은 권위를 잃어 버린듯 합니다...각 가정에서든..사회에서든...
    그곳엔 봄이 버얼써 왔으리라...조금 바빠지셨으리라 생각되네요..
    저희집 남자는 식사량이 준 만큼 기도 꺽이는 것 같아 더욱 안쓰럽다지요..
    엉덩이 자주 두드려 주세요^^

  • 2. 왕사미
    '08.3.8 1:32 PM

    으....글등록할때 써버정검중인지 갑자기 렉걸린것처럼 뻑뻑거렸는데
    글쓰기 등록이 되었군요.....오타수정할려구 들락거리다가 잠이와서
    그냥 잤는데 혹시나 싶어 확인차 들렸더니.....

    푸른두이파님~
    안녕하세요???? 저랑 비슷한 세대라 공감대같이 느끼는가 싶습니다.. 댓글고마워요.....
    주말 잘보내시구요...
    그런데 봄이 올려면 아즉 멀었는지 바람때문에 더 추운것같이 느껴집니다..ㅎㅎ

  • 3.
    '08.3.8 4:55 PM

    추억의 밥그릇이네요.....
    어릴적 아버지 밥그릇은 정말 컸었는데.....^^
    이제 자식들이 커버린만큼 아버지 밥그릇이 작아졌네요....
    자주 뵙지 못하는 친정 아버지가 오늘따라 그립네요....

  • 4. 수기
    '08.3.8 11:56 PM

    왕사미님의 글을 보니 집집마다 외출하신 아부지를 위해 밥그룻을 이불속에 밥그룻을 묻어두시던 엄마 생각이 나네요.
    유기그룻 참 예뻐요..

  • 5. 헐리우드
    '08.3.9 5:49 AM

    옛추억이 살아나는군요. 울 아버님도 스텐 밥그릇에 고봉밥을 드셨었는데....
    자취를 감춘 놋그릇을 요즘 쓰신다니 대단하시네요~ 그릇이 참 예쁘네요.
    아자쒸께 고봉밥 챙겨드리시고 두분 모두 건강하세요.^^

  • 6. 솜사탕
    '08.3.9 3:15 PM

    녜. 저도 잠시 이불밑에 꼭꼭 숨겨놓았던 " 아버지진지" 그릇이 생각나네요. 유기그릇이었던것 같아요. 식으면 애가 타서 속상해 하다가 없는 중학생실력에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며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유지하려고 굴이했던 기억이 있어요. 규방공예를 알고보니 솜을 넣어 두툼하게 만들어 썼던 유물들이 있네요. 한번 만들려고 해요. 지금은 다 돌아가셨지만 어른들을 생각하면서... 감사합니다. 이런 추억을 되돌릴수 있게 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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