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글 저런질문
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책을 기증해보세요.
기증이니, 후원이니 하는 것들이 거창하게 보이지만,
그래서 작은 것을 가진 사람들은 손을 내밀기도 쑥스러워서 포기하지만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런 일에는 전혀 부끄러워하거나 쑥스러워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누군가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받으면, 그 도움이 작은 것이라고해도
참 요긴하고 고맙지요.
주는 이가 생색과 과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저는 전혀 꺼려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말농장을 하다보니 채소가 많이 수확되면 저는 망설이지 않고
우리 지역 푸드뱅크에 연락을 합니다.
전에 동사무소에 문의했더니 가르쳐주셨거든요.
연락을 받으면 푸드뱅크 봉사자분들이 직접 가지러 오십니다.
그러면 넉넉히 담궈진 김치나 막 밭에서 가져온 채소들을 줍니다.
전에 김치를 나눠줬더니 그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김치가 가장 필요해요. 받으시는 분들이 항상 '김치는 없냐'고 하시거든요."
한국 사람에게 다른 반찬은 없어도 김치는 항상 필요하기 때문일 겁니다.
김치는 또 만드는 것이 간단치도 않아서 쉽게 담가먹기도 어려우니까요.
또 김치는 시어도 찌개나 볶음 등 각종 요리를 해먹을 수 있으니 좋지요.
그래서 하는 김에 좀 많이 담그고 넉넉하면 연락해서 가져가시도록 합니다.
받으시는 분들은 양이 적어도 상관 없다면서, 언제건 연락만 하면 고마워하시며
바로 달려오십니다.
저는 가능하면 이미 시어져서 먹을 수 없을 때 보내는 것보다 막 담근 후에 드리려고 합니다.
전에 어머니 말씀이 "남의 집에 음식을 보낼 때는, 막 만들었을 때 줘야지,
나 먹고 난 후에 갖다 주면, 먹고 남은 거 주는 줄 알고 기분 나빠한다."고
했던 말을 항상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요리를 잘하지도, 손이 야무지지도 못하고, 솜씨가 좋지도 못하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이렇게 나눌 때마다 음식 잘하다는 칭찬을 과분하게 받아서
용기를 얻곤 합니다.
졸지에 요리의 고수가 되어버리는 순간이죠...
사실은 아닌데...
제 생각엔 항상 뭔가가 부족한데도 그 분들은 아주아주 과분하게 칭찬을 해주십니다.
사실 제 실력은 제가 잘 알기 때문에 속이 뜨끔하고 '아니에요, 아니에요~'하고
손사레를 치지만, 덕택에 용기를 얻는 건 사실이랍니다.
이야기가 잠시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어느 날 편지가 한통 도착했습니다.
00교도소에서 보내온 우편이었습니다.
예전이라면 죄 지은 것 없어도 '교도소'라는 단어만으로 심장이 뛰었을텐데...
일전에 책을 기증 한 것이 생각 나서 열어보았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물품 인수증'을 보내셨더군요.
그 교도관이 책을 가져가시면서 "며칠 안으로 책 목록이랑 정리해서 연락 드리겠습니다"
하셨었는데...
정식 절차를 이렇게 밟는가 봅니다.
제 책이 제대로 전달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긴, 전에 장애인복지관에 김치 2통을 기증했을 때도 간단하지만 서류 작성을 하더군요.
000님께 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쉬운 일보다 어려운 일을 좋은 일보다 궂은 일을 자신보다는 남을
위하는 일을 몸소 실천하고 계시는 000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이 한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정성보다 더 진실하고
고귀한 아름더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밝은 햇살과 나무를 무성하게 하고 향기로운 꽃을 피게 하는 것과
같이 교정에 대한 000님의 정성은 보다 밝은 사회를 이룩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금번에 보내주신 도서는 수용자 교화용으로 활용하였습니다.
끝으로 000님이 하시는 일과 가정에 항상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7.6.11
의정부교도소장 강동운
제가 이 편지를 올리는 이유는 자랑을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내게 그다지 필요가 없어서 필요로 하는 이에게 주고픈 생각은 있는데
수줍어서, 방법을 몰라서, 쑥스러워서, 상대가 정말 필요로 할지 자신이 없어서
그냥 참는 일이 많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작은 노하우를 알려드리기 위함입니다.
저도 예전엔 정말 그런 일이 많았으니까요...
그러다가 세월이 약이 되어 이제는 많이 뻔뻔하고 대담해졌지요.
그렇지만 저도 교도소에 책을 보내는 일을 생각한 것은,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교도소에 책을 기증했다는 모 단체의 글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법을 안 것이지요.
제 책들은 말이 헌책이지 하나같이 종이에 손 베어지게 깨끗해서 새책이나 다름이 없지만
어차피 팔면 헌책값 밖에 못 받지요.
또 각각 새 주인 찾으려면 그것도 큰 일이고..
무엇보다도 "책은 자꾸 돌아야한다" 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떠올린게 교도소였습니다.
바깥 세상에 있는 저도 읽을 거리가 없으면 좌불안석인데 갇혀서 아무런 읽을 거리 없이
몇달, 몇년을 살려면 제 정신을 간직하기 쉽겠는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 중 한 사람이라도 이 책으로 교화가 된다면, 그래서 더이상의 피해자가 안 나온다면
이 책은 충분히 제 몫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전에 어느 신문기사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책이라곤 교과서 외엔 한권도 안 읽은 남자가 교도소에서 처음으로 책을 읽고
감화를 받아서 모교에 책살 돈을 기증한다고요...
이 글을 통해 재활용 분리수거로 들어갈 책들이 필요한 이들에게 갈 수 있다면
제 '낯두꺼운 공개'는 충분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는 작은 씨앗이 있는데,
기회와 방법을 충분히 알기만 하면 그것이 물과 햇빛이 되어 멋진 싹을 틔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작은 귀찮음, 성가심을 극복해서 상대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면
해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읽을 거리가 없이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을 단 5분도 견디지 못하는 저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사유로 한정된 공간에 오랜 시간을 있어야하는 이들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엇습니다.
저는 화장실에 잠시 갈 때도 책을 들고 들어가야 하거든요. 읽건 안 읽건...
사람이 읽을 거리가 없으면 자연 쓸데없는 공상도 늘어나고 나쁜 생각이 사라지지 않고
더 자신을 힘겹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힘들 때마다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순간순간을 넘기곤 하니까요...
작은 책 몇 권이라도, 내게 당장 필요없는 것 약간이라도 필요한 곳으로 보내줘보세요.
이사를 가실 때도 필요없는 물건을 그냥 아무데나 놓지 마시고
<필요하신 분은 맘껏 가져가세요>라는 메모를 붙여놓고 내놔보세요.
그러면 금새 없어진답니다.
필요로 하면서도 "저거, 버린 건가?"하고 엿보는 분들이 계시죠.
그렇지만 차마 "이거 버리실 거에요?"라고 묻기도 창피하고,
버린 거 같아 그냥 집어가자니 훔쳐가는 것 같아 가슴 두근해하실 것을 생각해서
그런 메모 한장 붙여놔주시면...
가져가는 이는 당당하게 가져갈 수 있고, 주는 분은 '필요없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눠주는 것'이 되어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저는 이사 갈 때마다 그렇게해서 물건을 내놓는데, 그렇게 하면
가져가는 분들이 너무도 당당하게, 활짝 웃고 집어가십니다.
가져가는 이를 떳떳하게 만들어주고, 나도 즐겁게 주는 기쁨을 누리는...
아주 작은 아이디어랍니다.
http://blog.naver.com/manwha21

화초, 주말농장 14년차입니다. 블러그는 "올빼미화원"이고. 저서에는 '도시농부올빼미의 텃밭가이드 1.2.3권'.전자책이 있습니다. kbs 1라디오..
- [키친토크] 일상의 힘... 다시 .. 17 2016-10-29
- [키친토크] 혼자 김장하기 (2)-.. 50 2015-12-05
- [키친토크] 혼자 김장하기 (1)-.. 56 2015-12-03
- [살림돋보기] 가정용 에어컨, 큰 맘.. 22 2013-05-29
1. 활화산
'07.11.20 10:02 AM아름다우십니다.
2. 두 딸램
'07.11.20 2:26 PM - 삭제된댓글정말 좋은 일이네요...
3. 시심
'07.11.20 3:44 PM매발톱님..
정말 좋은일을 하셨네요.
전에 인생9단이란 책에서 그런 나눔에 대한 글을 본 것 같아요.
인생9단의 글쓰신 분도 님과 같은 생각으로 인생을 살고 계시더라구요.
가끔 저도 쓰던 물건을 내놓을 때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긴한데
행여나 넘누 낡은건데..싶을 때가 있기도 하답니다.
좋은 일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껴요.
매발톱님이 글을 읽으며 좋은 정보 감사하구 저두 실천할 용기를 얻어 봅니다.4. 매발톱
'07.11.20 7:08 PM시심님. 전혀 망설일 필요 없답니다.
다만 조금 '번거로울 뿐'이에요...
의복은 여기 82쿡의 '호후님'이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해서 모으고 계시고
(자유게시판에 글이 올라오니 이름으로 검색하면 되십니다)
책은 기증할 곳이 많아요.
각 지역마다 작은 지역도서관이 있기도 하고(기증받는 곳이 따로 있어요)
저는 교도소에 기증한 것이 다른 것이지요.
지역에 복지관같은 곳이 있으면 그곳도 좋고요.
교도소같은 곳은 책 예산이 없댑니다.
의정부교도소도 없다고 했습니다. 기증하는 단체가 있는데 그런 곳에서 보내는 책이...
어떤 책인지 아시겠죠?
연락해보시고 도서담당자와 통화하시고 보내시면 좋아합니다.5. 푸른두이파리
'07.11.20 8:55 PM그러게요...조금 번거로울 뿐인데...그게 잘 안된다는...
매발톱님 글 읽고 불끈불끈..^^
우리말 가르칠 교재로 초등 국어교과서 필요한 이주노동자센터도 있고...
산골 작은도서관에선 아이들 책이...조금만 눈 돌리니까 많더군요...
헌 박스는 약 도매상아저씨가 제공...아주택배아저씬 포장테이프와 택배비 에눌..
이집저집에 부탁했더만 헌옷도 주고 히터 같은 자잘구레한 안쓰는 가전도 주고...
이렇게 여기저기 스포터도 생겼답니다^^
남편은 솔직히 좋아하지 않습니다만...집 이구석 저구석에 숨겨뒀다 모이면 보내곤 합니다.
요긴하게 쓰이길 바라면서요..
매발톱님...많이 닮고 싶은 분이예요^^6. 그게뭘까
'07.11.20 11:25 PM매발톱님, 정말 좋은 걸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런 베스트셀러들. 좋아서 사지만 정작 지금은 짐으로 남아있어요.
이젠 마음이 변해서 남기고 싶은 책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책을 남에게 팔아볼까 해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결국은 주는 식이 됐고요.
남에게 준다면 정말 도움이 되면 좋겠는데, 그냥 파지가 돼 버릴까봐 고민이 컸어요.
또 어떤 기증처들이 있을까요? 생각나시는 곳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대학 시절의 전공책 등등도 있습니다만, 이 책들을 보실 분은 없을것 같고..7. 노루귀
'07.11.20 11:54 PM아 저도 책 기증할것 좀 있는데...쪽지로 주소 보내주세요.^^*
8. 코스타델솔
'07.11.21 3:20 AM참 보람있는 일을 하셨네요. 저도 책을 좀 정리해서 꼭 필요하신 분들께 보내 드리고 싶은데,
임의로 **교도소 주소 검색해서 그냥 택배로 보내 드리면 되는 건가요? 귀찮으셔도 쪽지 부탁 드릴게요...9. 매발톱
'07.11.21 4:35 AM의정부교도소 교도관과 오래 대화를 했는데 수형자는 많은데 도서예산은 없댑니다.
1년에 100권 정도 기증이 온댑니다. 그런데 책이 그저 그런가 봅니다.
교도관이 젊은데 굉장히 의욕이 많아 보였습니다.
전화를 걸면 바로 그 부서로 연결되지 않고 여러번 돌아야합니다.
의정부시 고산동 813번지 의정부교도소 교육교화과 (480ㅡ700)
전화로 책을 좀 기증하겠다고 하세요.
그리고 보내드리면 되고, 아니면 그냥 보내셔도 될 듯합니다.
겉면에 '책 기증'이라고 쓰세요.
안에 편지를 써서 넣으시면 됩니다. 6월경에 책 160권 기증한 여인네 말 듣고
보내는 거라고 해도 되고요. ^^10. 석봉이네
'07.11.21 10:57 AM매발톱님, 아주 좋은일을 하고 계시네요~
저희 아이들이 도서관의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
책을 한참 고르다가 제가 기증했던 책이 눈에 들어오면
얼마나 마음이 뿌듯한지 몰라요~
며칠전에는 제가 기증한 책을 어떤분이 다 읽고서
반납을 하시는데 책이 많이 낡아져있더군요
선물받은걸 읽자마자 기증한건데
베스트셀러대열에 있던거라 많은 분들이 보신것 같았어요
좋은 책을 읽고 마음의 감동이 밀려들면 무척 행복하게 되잖아요
누군가가 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마음의 변화가 있다면 보이지 않는 꽃을
그 사람에게 선물한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11. 시나몬
'07.11.21 8:07 PM저도 주소좀 주세요..
12. 매발톱
'07.11.22 5:37 AM의정부시 고산동 813번지 의정부교도소 교육교화과 (480ㅡ700)
입니다~13. 난이야
'07.11.22 5:19 PM넘 좋은일 하셨네요...
쉽지 않으셨을텐데.. ^.^ 넘 멋지세요..14. 상구맘
'07.11.22 6:46 PM좋은일을 많이 하시네요.
그게 그리 쉽지 않은 일들이죠.
저 스스로를 반성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