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엔 서울에 머물다가...혼자서 그 곳에 내려가 주말을 보내는
그런 친구입니다.
50 줄에 들어서서 새삼스럽게 외로움 타는 친구가 전화를 했더군요.
그래서 고기 두어 근 사들고 차를 몰아 그 곳으로 향했지요....^^
무언 긴말이 필요했겠습니까.
그저 고기 굽고 술 한잔씩 나누면서...
초여름의 향기가 가득한 평상에서...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저녁이었습니다.
술을 한잔 하였으니..차를 몰 수도 없거니와
어두운 밤에 적적할 친구를 생각해서 그냥 이야기를 나누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
훤히 동터오는 시간에 잠이 깨었습니다.
오랜만의 산책을 즐기고 싶어서...영부인 커피 한잔 타서 들고
안개가 자욱한 뜰로 나섰습니다.
길 가 풀섶에는 이슬이 맺혀있고...
그저 흐릿한 가운데 안개가 천천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얼굴과 손목에 와 닿는 안개의 느낌을 즐기며...
상큼한 숲의 냄새와 약간은 탑탑한 안개를 호흡하며
희뿌연 시골길을 따라 걸어 갔지요....^^
잎이 연녹색인 감나무와 올망졸망 열매를 달고있는 앵두나무 사이로
무엇인가를 심으려 밭을 갈아 놓은 모습이 보이는군요.
흐릿한 안개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새순이 잔뜩 올라온 찔레꽃 덩쿨도 만났습니다.
제가 어릴 적, 먹거리가 궁하던 시골에서는...
찔레꽃 새순을 짤라내어...겉껍질을 벗기고 즐겨 먹었는데
약간은 달달하고 비릿하던 그 기억 속에서도 선듯 손이 나가질 않더군요.
그저 놓아두고 즐기려는 생각과 귀차니즘이...까닭이겠지요...^^
그 대신에...
향기로운 아카시아 꽃송이를 하나 따서 들고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 올리며
보드라운 꽃잎을 음미했습니다.
아직 꿀벌이 다녀가지 않은 탓인지...
달큼한 맛과 진한 향기가 일품이더군요....^^
해는 이미 제법 떠올랐지만...
안개에 가려 달처럼 희뿌연 윤곽만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엉겅퀴 꽃을 닮은 보라색 꽃망울이 무성합니다.
저의 사진 실력이 일천하여..
그 생생함을 다 보여드리지 못하는 점이 아쉽군요....쩝!
그러구러 안개 속의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 오니, 친구가 부시시한 얼굴로 맞아 주네요...^^
그래서 물어 보았습니다.
"라면 끓여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