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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휴가를 1 - 나는 밥이 좋다!!

| 조회수 : 2,219 | 추천수 : 5
작성일 : 2006-11-03 01:29:31
외국여행 가시면 빵 드시나요?
저는 밥 먹습니다.
스테이크 칼질하기, 빵 만들기, 신기한 외국요리 맛보기라면 사족을 못썼고 지금도 못쓰는 저.
몇년전 유럽출장에서 줄창 일주일 양식먹고  와장창 체한뒤 교민집에서 김치통 끌어안고 `울면서' 밥먹은 뒤부터 이렇게 됐습니다.

그리스로 떠난 올 여름휴가.
제가 10개의 햇반과 2kg 정도의 쌀을 채운 배낭을 짊어지고 나선 이유입니다.
제가 위장병이고 동행한 초딩 아이들이 밥도둑이라는 까닭도 있습니다만.
여하튼 이렇과 밥과 쌀을 꾸역꾸역 유럽으로 운반하는 프로젝트란 참으로 고달픈 것이어서
고대의 아름답고 웅장한 유적들이 제 눈앞에 펼쳐질 순간에도
제 머릿 속은 오로지 밥! 그리스에서 성공적으로 밥 해먹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여행은 두 다리가 튼튼해야 하고 그 힘은 무조건 밥에서 나온다.'
이런 `촌시런' 모토를 갖고 그리스로 향발했습니다.  

저의 이번 여행은 `약간 럭셔리한 배낭여행'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패키지투어 아니었고 혼자 비행기표 예매하고, 인터넷으로 호텔을 예약하고, 혼자 아이들과 다닐 동선을 짰지요.  
밥 해먹는데 가장 중요한 관건은 역시 숙소이더군요.
숙소에 취사도구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20대처럼 유스호스텔 쓰기는 40이 넘은 이 나이에 매우 궁상시러워 보여 싫었습니다.
여행사에서 소개해주는 호텔은 대부분 이런 취사가 불가능하지요.

출국에 앞서 3-4개월 매일 퇴근후마다 국제 호텔 예약사이트를 국제미아처럼 헤메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아테네에서는 2개의 아파트형 호텔을 예약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호텔에 비해 매우 드물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숙소는 식비 절약되고, 공간이 넓은 편이어서 외국인도 많이 선호하는 것 같습디다.

# 밥해먹기 1
새벽 2시에 아테네 도심에 도착한 우리를 맞아준 Delice Hotel.  
10여개 사이트를 다니면 등장하는 호텔들이 다 비슷비슷한데 딱 한군데서만 나왔으니 유명하지 않은 곳이라는거 짐작이 가시죠?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일단 부엌부터 확인했습니다.
와~~~~ 오븐이 있더군요. 그 신새벽에 통닭도 구워먹을수 있겠다는 환희가 밀려오데요.  
시차적응을 못해 아침 7시에 깨어난 아이들이 밥 달라고 난리칠때 오븐위의 4구짜리 전기레인지에 밥을 하면서
저는 감격을 넘어 통쾌.짜릿하기까지 했습니다. 맞아!!! 바로 이거였어!!!

처음에는 밥에 한국서 가져간 분말형 국, 김, 후리가께 등을 먹었습니다.
인근의 번듯한 슈퍼마켓의 위치를 확인한 뒤에는 스테이크, 생선, 베이컨, 달걀, 치즈, 요구르트를 장보는 단계로 발전했습니다.
`그리스에서 시장보기'.....이것도 여행의 재미더군요.
이렇게 먹고 시내관광을 나서면 호텔 메이드가 설겆이와 청소를 싹 해줍니다.  
이러니 이 아파트의 온방이 시원치 않은거, 전망이 답답한거,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것 등등이 다~~ 용서가 되더군요.

이렇게 아파트는 아이들과 여행할때 참 유용합니다.
다리가 아파 일찍 귀가해도 뒹굴며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TV만화영화를 볼수 있는 넉넉한 마룻바닥이 좋았습니다.
원래 아파트였는데 호텔로 개조한데 분명했습니다.
창문에 접이식 나무덧창 달린것, 현관이 넓은 구조하며, 벽장 서랍 안쪽이 오래된
꽃무늬 천으로 도배된거 보고 짐작했습니다. 주변은 베란다마다 화초를 키우는 아파트들이었지요.

# 밥해먹기 2
이 아파트를 떠날 무렵 우리에게는 쌀이 떨어졌습니다. 아귀아귀 먹어댄 것이지요.
"이제부터는 햇반시대다" 아이들에게 경고하고
우리나라 8월의 햇살을 연상시키는 남부 크레타섬에 도착했습니다.

밥먹기의 측면에서 본다면 본격적인 모험은 이때부터였습니다. 부엌이 없는 호텔에 들었으니까요.
여행객들 사이에는 호텔에서 햇반먹는 노하우가 있습니다.
목욕탕 세면대에 온수를 가득 부어놓거나, 호텔에 뜨거운 물을 주문해 방에서 받은뒤 햇반을 물속에 담그는 방법으로
그런대로 먹을만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일제 소형 전기쿠커를 빌려갔더랬습니다.
이거 호텔에서 안되는 건지, 아닌지 모르면서 일단 아침마다 전기쿠커에 물을 데웠습니다.
물이 끓으면 햇반을 퐁당 넣고 10분간 덥히기를 몇차례.
이렇게 덥혀진 햇반을 들고 식당으로 내려가 호텔의 조식뷔페에 차려진 햄.베이컨.달걀을 반찬삼아 먹었습니다.  

사실은 플러그가 서로 맞지않아 전기쿠커를 쓰지 못할까봐
수입품 가게에서 C레이션...거 미군들 전쟁났을때 헬리콥터에서 공중투하하는 비상식량 있거든요.
그 비상식량 상자속에 물만 집어넣으면 부글부글 끓어올라 음식을 덥힐수 있게 해주는 히터(Heater)까지 10여개 가져갔었지요.
비상용으로 햇반 데워먹으려고...
그러나 전기쿠커 작전이 성공해 이 히터들은 고스란히 가져왔습니다.

# 밥해먹기 3
여행은 끝나가고....다시 아테네로 돌아온 우리에게는 쌀도 햇반도 모조리 동이 났습니다.
AVA Hotel이라고...아주 인기좋은 아테네 도심의 아파트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먼저 아파트보다 자질구레한 용품들이 많고, 전기주전자에 와인잔 등등 여러가지 컵까지 갖춰진 훌륭한 아파트였습니다.

일단 징징거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론리플래닛 지도를 따라 일본식당을 찾아갔지요.
여기서 돈까스 2개, 미소된장국, 공기밥, 캘리포니아롤 한줄 먹었는데, 허어어어어억! 45유로가 나오더군요.
그리스 기냥 식당에서 3명이 먹으면 30유로면 뒤집어쓰는데.....

"안되겠다. 엄마 쌀 사야겠다"
이러고서 아크로폴리스 옆 플라카 구역에서, 남들은 다들 타베르나(카페)에 앉아 그리스식 냉커피인 후라페를 마시고들 있는데
나는 쌀사러 이리저리 헤맸다는거 아닙니까.
정말 기대하지 않고 구멍가게보다 조금 더 큰 슈퍼마켓에 들어갔지요.
이곳에서 저는 10여가지도 넘는 각종 쌀이 500g 단위로 포장돼 1유로 조금넘는 가격이었나...하여간 이렇게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걸 발견하고는 한국서 2kg의 생쌀을 짊어지고온 노고가 서러워 가슴을 쳤습니다.
다 있는걸!!! 이렇게 다 있는걸!!!
"자포니카 달라"고 말해도 주인여자는 영어가 도통 안됩니다.
쌀알의 크기를 보고 우리가 먹는 것과 같은 제일 짧은것을 집어들고는 아파트로 돌아와 밥을 했습니다.
흠~~ 역쉬, 좀 누룽지가 좀 노리끼리하고, 우리 밥과 뭔가가 다른 약한 냄새가 나기는해도 역겹지 않고 상당히 먹을만하데요.

이렇게 그리스의 마지막 밤과 귀국일의 아침식사도 우리는 밥을 먹었습니다.
밥만 먹었냐구요?
아.니.죠~~~
그리스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데요.
수블라키, 무사카, 그릭 샐러드, 각종 스테이크와 버거, 꿀을 뿌려먹는 요구르트, 그릭 커피까지 마셨습니다.
애들 데리고 먼 나라에서 왔다고 "처음 있는 일이예요"라면서 그리스 전통술 우조를 공짜로 내놓던
크레타섬 바닷가 식당의 아줌마의 인심도 훈훈했습니다.  
샐러드는 레시피 적어왔구요, 그릭 커피는 한국서 만들어 먹으려고 도구까지 사왔어요.
향기가 강한 허브들도 한아름 사왔습니다. 여기서는 그 비싼 말린토마토가 1.5유로(1800원 정도).
이름난 식당도 시간 되는대로 찾아다녔구요.  

다만 아파트에서 하루 1-2끼씩 밥해먹으니까 돈은 굳습니다. 끓여먹으니 배탈도 안나구요.
무엇보다 집에 있는것 같은 느낌이 좀더 강합니다. 호텔보다는.
여행사에 전화해서 아파트 구해달라고 하니까 "우리는 거래하는 호텔하고만 해요" 하길래 혼자 찾아나섰는데
이렇게 좋은 여행방법도 있다는거 알려드릴 겸사겸사 글 썼습니다.
여행 준비하며 자게에서 이것저것 여쭤봐 좋은 답변 얻어서 제가 정보를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구요.

사실 82cook의 오랜 회원이구요.
1년만에 들어오나봐요. 아뒤를 늦여름으로 바꿨습니다.
그리스의 10월은 가을이지만 꼭 제가 좋아하는 늦여름같은 햇살이어서 얼굴이 많이 탔습니다.^^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걸작품
    '06.11.3 7:04 AM

    푸하하... 용감하십니다. 저도 외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절대 빵으로 아침 못 넘깁니다.
    자알 하셨습니다.

  • 2. 돼지용
    '06.11.3 8:32 AM

    엄마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가를 밥에서 느낍니다.
    저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어요.

  • 3. 허진
    '06.11.3 9:42 AM

    저도 내년에 유럽여행 계획중인데 도움 많이 되었네요.

  • 4. 승희맘
    '06.11.3 10:07 AM

    추천.. 여행기 더 올려주세요!!! 너무 재미나요.
    저두 아이들 초등 고학년 되면 짐쌀래요 ~~~

  • 5. 아녜스
    '06.11.3 11:27 AM - 삭제된댓글

    대단하시네요. 저두 내년에 두녀석이랑 그리스 여행하고 싶은 데
    저렴한 비행기편이랑 주문신 호텔 알려주세요.
    많이 도움될 것 같네요.

  • 6. 늦여름
    '06.11.3 11:40 AM

    그리스 여행기가 인터넷에도 많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40대에 걸맞는 `약간 부티나는 배낭여행'을 해보겠느라고 동분서주한 바
    제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올리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저처럼 고생하지 말아야 하니까, 첫 빠따로 고생한 제가
    여행감상문보다는 정보 위주로 글을 올릴께요.
    오늘밤에 2탄으로 아테네를, 며칠안으로 3탄으로 크레타섬을 제가 보고들은 한도
    안에서 안내해보겠습니다.

  • 7. 름름
    '06.11.3 12:27 PM

    사무실에서 배 잡고 읽었어요
    지금은 꼬물락 거리는 3살짜리 아이 데꼬 언젠간.. 그리스 가리라.. 생각하고 있네요
    후기 기대하고 있습니다 ^^

  • 8. 뭉치네
    '06.11.3 12:49 PM

    좀더 준비만 제대로한다면 ,그저 주어지는것보다 내가 만들어 가는 여행이 더 좋을것 같네요.
    지금이라도 어디든 떠나고 싶어지도록 재미있고 유익하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여행 많이 하세요.
    그리고 계속 들려주세요. 저도 2탄 기대해요.....

  • 9. 푸름
    '06.11.3 12:53 PM

    저도 가고시포요 ....T.T
    지난 여름 태국갔을때 애아빠 후배가 아파트호텔을 예약해 주었답니다.
    정말 거의 아파트더군요. 베란다는 없습니다.(이건 호텔식) 부엌은 콘도처럼 구비되어있구요,
    방마다 틀리긴 한데 첫날 저희 방에는 건조세탁기와 다리미도 있었습니다.
    외출하면 청소해주고요 ㅋㅋ
    근데 저흰 잠만 자고 나왔네요...
    아테네와 크레타섬, 기대합니다.^^

  • 10. 룰루랄라~
    '06.11.3 3:24 PM

    너무 대단하세요~ 잘 읽었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 11. 6층맘
    '06.11.3 4:55 PM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2탄을 기대합니다.
    오늘 이쪽 날씨가 쌀쌀해서 목을 움츠렸는데 늦여름님의 아이디 덕에 따뜻해졌네요.
    며칠간의 여행이셨나요? 아이들의 연령도 궁금하네요.
    학습지 안하고 키운 아이에게 그 돈 절약한 것 만큼 그리스 여행 시켜 준다고 했는데 아이가 그 말 꺼낼까봐 조마조마 한데 늦여름님의 정보 덕좀 볼랍니다.

  • 12. plumtea
    '06.11.3 11:06 PM

    말이 그렇지 애들 데리고 다니시면서 밥까지 해 먹이시기가 상상만 해도 힘드셨을 거라 생각되네요, 늦여름님 글을 보니 저도 그리스 가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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