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90%이상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봐요.
앙앙대는 껌사마 딸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무엇보다 운전을 할 줄 몰라서 한꺼번에 많은 짐을 들고 다니
는 게 부담스러워 대형 서점에 가 본 게 까마득해요.(제가 어렸을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동네 서점에는
읽을 만한 책은 거의 없더군요. 잡지나 학습 참고서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1권이든 여러 권이든 집 안까지 들어다 주니 편리하기 그지없지요.
하지만 입어보지 못한 옷이나 신어보지 못한 신처럼 종종 실패를 해요.
내용은 빈약한데 값만 비싼 경우도 있고요, 아예 광고와는 전혀 다른 책이기도 해서 실망할 때가 많아요.
예전엔 학기 중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구입하는 건 주로 방학 때 했거든요.
일단 종로에 있는 학원에 11시쯤 시작하는 강좌를 신청해요.
러시아워가 끝나는 시간에 출발하면 종로 서적(지금은 없어져서 너무 아쉬워요.)에 10시쯤 도착해요.
그러면 1시간 정도 서서 책을 읽었어요.
웬만한 책은 1시간에 1권정도 속독으로 볼 수 있으니까 일단 읽어보고 두 번 읽어도 아깝지 않을 책만 구
입해서 후회할 일이 없었지요.
인터넷으로 10권 정도 사면 1,2권은 돈이 아까운 경우가 많았는데 드디어 오늘~ “심봤다~”
제가 오늘 읽은 책은 김점선 스타일 1,2권이예요.
사실 스위스 전이 열리는 4시까지 좀 자려고 했어요.
근데 저녁을 부실하게 먹은 탓인지 잠이 오지 않아서 빵 하나 먹고 바로 자기 그래서 주문해 놓았던 책
을 펴보았지요.
세상에, 단숨에 두 권을 읽어 버렸어요.
자꾸자꾸 줄어드는 책 뒷부분이 아쉬우면서도 책장을 넘기는 손을 막을 수 없었거든요.
2000년 이후 문화생활과 담을 쌓고 지낸지라 정말 아줌마 다 되었다는 소리 많이 듣고 살았어요.
천경자 이후로 가장 유명한 화가라는 김점선님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겨우 두세 달 남짓.
근데 첫눈에 반한 남자처럼 푹 빠지고 말았어요.
너무 좋아요. 저 어떻게 해요? ㅎㅎㅎ
제 성격이 너무 좋아하는 사람은 만나서 눈 한 번 똑바로 보지 못하고 말도 걸지 못하고 그저 멀리서 바
라보는 걸 즐기는 짝사랑 체질이거든요.
만약 운 좋게 그 분을 만나더라도 아마 비실비실 웃으며 뒷걸음 칠 것 같아요.(이 책을 읽으며 광화문에
있는 [나무와 벽돌]이라는 곳에 가 보고 싶었어요. 남편이 일요일 날 휴가를 준다고 해서요. 근데 정말 뵙
게 되면 어떡하지요? )
그만큼 반했단 증거지요.
책을 살펴보면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먼저 1권은 오직 하나뿐인 당신을 만나다로 김점선님이 만나 인물들에 대한 인터뷰가 실려 있고요, 2권
에는 이 세상에 하나는 있어도 좋지만 둘이면 곤란한 사람, 김점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글이 실려 있어
요.
어쩌면 평소에 제가 너무 좋아하는 분들로만 골라서 섭외하고 만나셨을까요?
김점선님 특유의 짧고 경쾌한 문장으로 간결하지만 힘 있는 솔직하고 자유로워서 그 동안 알지 못했던
부분들이 그려져 있어 더욱 흥미로워요.
다른 분들이 김점선님에 대해 쓴 글들도 하나같이 신선하고 자유로운 영혼에게 바치는 찬사로 가득 차
있더군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그림이 주를 이루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말을 즐겨 그리시는
작가였네요.
흔히 보는 섹시(?)한 말이 아니라 천진함과 순수함을 간직한 동화책 속 말 같은 그림을 그리기에 전혀 노
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언제나 젊은 마음과 열정을 간직하고 사시나 봐요.
얼마 전에 어떤 분이 자유 게시판에 이런 글 올리신 적 있지요?
동네 분들과 친하고 싶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돈, 집, 시댁 얘기 등등만 하셔서 외로웠다고요.
그 분~ 이 글 보신다면 이 책 꼭 한 번 보세요.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쓸쓸해하지 마세요.
아무리 친한 친구, 가족이라도 속마음을 100% 드러내 놓고 위로받기는 힘들어요.
무촌이라는 남편도 마찬가지고요,
이 책 속에서 읽은 건데 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 은희경이 글을 쓰게 된 동기가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일을 가지면 남편과의 관계가 쿨 해질 거라고 남편이 먼저 권유한 거라네요.
뚜렷한 나만의 세계,-그것이 직업이 되었든, 취미생활이든-가 있다면 더욱 당당한 인간으로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새삼 해 봅니다.
김점선님의 책에는 따뜻함과 열정이 가득 들어 있어요.
그리고 자신의 그림을 계산 없이 나누시는 분답게 이 책도 읽고 난 후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잔
잔함 감동을 줍니다.
꼭 한 번 읽어 보세요. 그리고 소장해 보세요.
1,2권 함께 사시면 김점선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예쁜 컵 받침 4개도 줍니다.(무슨 책장사 같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