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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ook story3-그림 좋아하세요? 천경자편

| 조회수 : 2,047 | 추천수 : 17
작성일 : 2006-05-18 02:28:21
그림 좋아하세요?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묻는 이에 따라 no이기도 하고 yes이기도 합니다..

학창 시절 가장 싫어했던 과목이 일명, 예, 체, 능. 음악, 미술, 체육이였어요.

음악은 어머니의 극성(?)으로 피아노를 체르니 40번까지 쳤지만 지금은 바이엘 초급 수준이고 체육은 보

는 거, 응원하는 거는 무지 좋아하지만 정말 젬병 그 자체였어요.(제가 연합고사 세대인데 그때 반에서 20

점 만점 못 맞는 사람 거의 없었거든요? 그 중 하나가 저였으니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하시겠죠? 울 신랑

한테도 말한 적 없는 특급 비밀입니다.)

미술은 그 중에서도 가장 싫어했는데 두 시간 연달아 하는 경우가 많아 정말 수업 내내 몸을 틀기 일쑤였

고 숙제는 거의 두 학년 아래였던 동생이 대부분 그려줬답니다.(그 중에서도 제일 싫었던 것 물감 떨어뜨

려 놓고 입으로 후후 부는 것, 이거 하고 나면 너무 어지럽지 않나요? 그리고 찰흙 만들기. 손에 묻는 거

너무너무 싫었어요. 손 씻는 거 귀찮아서요.)


근데 중학교 들어와 보니 미술 이론 시간이 그렇게 재미있는 거예요.

화가들의 삶이 굉장히 드라마틱한 사람들이 많잖아요.

총각 선생님 첫사랑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귀를 쫑긋하고 듣게 되더라고요.

또 중3때 미술 선생님이 굉장히 재미있게 가르쳐주신 영향도 있을 거구요.

시는 원래 좋아했었고 친구한테 편지 쓰는 거 좋아하다 보니(참 그러고 보니 그 시절엔 대부분 다 그러

지 않았나요? 우리들)파스텔로 이것저것 끄적이는 거(시화 비슷한 거)좋아했어요.



그렇지만 그림 실력 없는 거는 어쩔 수 없어서 학년이 올라갈 수록 점점 수준 격차가 벌어지는 거예요.

전 지금도 기타나 피아노 치면서 노래 잘 부르는 사람, 운동 잘 하는 사람, 그림 쓱쓱 잘 그리는 사람 보

면 기가 팍 죽어요.

공부 잘 하고 얼굴 이쁜 사람 보면 그저 그런데(그렇다고 제가 머리 좋고 이쁘단 말은 아니구요.)그런 예

체능 재능을 타고 난 사람을 보면 막 부럽습니다.


서문이 너무 길었지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그림 좋아하세요?(이번엔 제가 여러분께 묻습니다.)

저는 우리 나라 작가 중에서 김환기, 황주리, 천경자님을 좋아하는데(요즘은 김점선님도 좋아졌어요^^)

최근에 발간된 천경자님 책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네요.

예나 지금이나 잡다한 가십성 기사에 유난히 눈이 커지는 나. 속물 근성 바글바글한 내가 마음에 안 들지

만 어쩝니까? 그게 바로 내 모습인데요...

대학교 1학년 때(책을 보면서 기억이 나드라고요.)미인도에 얽힌 일련의 사건이 터졌을 때 신문을 통해

본 천경자님의 그림은 한 마디로 충격적이었어요.

그전에 그 분의 그림을 본 기억이 있었는지(교과서에 나왔어도 워낙 싫어했던 과목이라 그냥 스쳤을지

도 모르지요.)모르지만 모나리자를 처음 봤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가슴이 툭 떨어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사실 어렸을 때 모나리자 그림 보면 좀 우스운 생각 들지 않으셨어요? 무슨 명화가 저럴까하고

요? 아니시라구요? 하여튼 전 그랬습니다.)

그래서 제 기억에 똑똑히 아로새겨진 천, 경, 자. 이름 석자.

아마 글로만 보았던 나혜석 이후 제가 이름을 기억하는 최초의 여류 화가였을 거예요.



그 이후로 간간히 그 분의 그림을 접할 기회가 있었죠.

워낙 유명한 분이라 직접 화랑에 가서 감상할 기회는 없었지만 넥타이나 스카프 디자인으로도 나오고

또 얼마 전에 사촌 오빠가 운영하시는 개인 병원에 가 보니 휴계실에 떡 붙어 있는 그림도 그 분 것이더

라구요.

사실 그림은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신 분의 작품이면 가격이 일단 어마어마 하잖아요.

서정희씨가 한참 잘 나갈 때도 제일 부러운 사람이 돈이 많아서 자기가 원하는 그림 척척 살 수 있는 사

람이라고 했던 것 처럼요.

직업 여성이 극히 드물던 시절에 여류 화가로 이름을 알리고 그림값을 엄청난 재산을 모았을 거라 생각

하니까 같은 여성으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누구는 저렇게 재능을 타고 나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구나 하는 시샘도 일구요.(제가 제일 부러운 사람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

도 남부럽지 않게 버는 사람입니다.ㅋㅋㅋ)

게다가 글솜씨도 뛰어나 수필집까지 많이 내셨다고 하니 모든 걸 다 갖춘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았겠어

요?

가뜩이나 열등감 투성이인 제게요.


근데 워낙 오래 전에 활동하신 분이라 내셨던 책들은 대부분 절판되고 시중에서 구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올해 드디어 전시회 개막과 더불어 세 권을 책이 거의 동시에 발간되어 나온거예요.(비싼 값을 물

고 그림을 살 수 없는 저 같은 서민은 화가가 이렇게 내주는 책이 어찌나 고마운지 몰라요. 그림도 보고

글도 읽고, 꿩 먹고 알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ㅋㅋㅋ 같은 이유로 황주리님의 책 3권도 모두 소장하고 있

지요.)  

일단 세 권 다 천경자님의 그림풍을 싫어하시는 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아주 글을 맛있게, 슬프게, 그리고 아름답게 쓰십니다.

마치 자신의 그림처럼요.

그리고 그 어떤 연애인의 솔직 고백보다도 더 대담한 이야기들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이런 거 다 밝혀도 돼?할만큼 적나라한 책 속에 어느덧 빠져들게 되구요.

읽다 보면 가슴에 메어집니다.  

아~ 예술가의 삶은 이렇게 힘들어야만 하나, 자상하고 따뜻한 남편이 꼬박꼬박 가져다 주는 적지 않은

생활비로 모델 하우스 뺨치게 꾸며진 집에 인형처럼 귀여운 아이들, 스트레스라곤 전혀 주지 않는 인격적

인 시부모님과 정정하셔서 언제나 내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친정 부모님. 등등 주위에 속썩이는 사람이라

곤 하나 없는 평화롭고 밝은 일상 속에서는 과연 걸작이 탄생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탄식을 쏟아내게 만

듭니다.


물론 일제 치하에서 일본 유학까지 갔다오고 70년대부터는 어느 정도의 부와 명예를 쌓아 해외여행이 자

유롭지 않았던 시절에 유럽이다 아프리카다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축복받은 삶이라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책 속에 그려진 그 분의 삶은 같은 여자로서 결코 닮고 싶지 않은 고난의 여정이더군요.

특히 너무나 이기적인 남자와의 사랑(조강지처도 아니고 후처까지 딸린 남자의 애인으로 장장 20년)부분

은 지금 독자들에게도 상당히 쇼킹한 내용이 아닐 수 없지요.

생활비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도 선생님의 그림을 자기 마음대로 판매했다는 대목에서는 자유 게시판

을 읽을 때처럼 분노가 부글부글 끌어올라 화를 참기 힘들었어요.



늘 자기 마음같지 않았던 그 사람마저 떠나보내고 그 상실감과 고독까지도 그림의 소재가 되었다고 하

니 그림을 그리던 순간이나 완성 후 그 그림들을 볼 때마다 미처 딱지가 앉지않은 상처에 소금이 뿌려지

듯 매 순간 처절하게 혼자 울지 않으셨을까요?

로댕의 전설적인 연인, 까미유 끌로델은 불완전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랑때문에 결국은 자신의 삶과 예

술을 파괴하고 결국 정신병원에서 삶을 마쳤지만 우리의 천경자님은 사랑과 실연을 상처 모두를 자신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살려 놓았으니 한국 여성이 한 수 위라고 자랑할 만하지요. 안 그래요?
  


천경자님의 연세가 올해 여든 셋. 딱 저희 친할머니 나이세요.

저랑 할머니가 띠동갑이니 쥐띠신데  아직도 정정하시거든요.

근데 그 분은 먼 이국땅에서 건강마저 썩 좋지 않다고 하시네요.

소장하시고 계시던 그림의 상당수를 서울시에 기증하며 비싼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그분의 그림을 감상

할 수 있도록 하셨답니다.

저도 아기 유모차에 태워 조만간에 찾아가서 감상하려구요.

책을 구입하면 전시회 표를 주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그만 다 놓치고 말았어요.

너무 날씨가 화창해서 우울하시다는 분들, 다들 잘 사는 거 같은데 자신만 구질구질하다고 느끼시는 분

들 이쁜 그림도 보시고 위안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독서 어떠세요?

남의 불행을 보며 기뻐하는 거 좋지 않은 버릇이지만 자신의 글과 그림을 보며 행복하기를 바라실 것 같

아요. 그 분도요...

우리 모두 행복한 봄날 보내 보아요.

봄은 슬퍼하며 보내기엔 너무 짧지 않나요?



이 책은 그림이 특히 예뻐요. 종이도 약간 화집(?)같고요. 그림 보실 분은 이 책 추천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가장 좋았어요. 선생님이 손수 쓰신 자서전이예요. 슬픈 사랑얘기와 고난의 인생역정이 담겨 있지요.




천경자 평전. 객관적 시선으로 보고 싶다면 이 책 추천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쌍봉낙타
    '06.5.18 7:59 AM

    저도 천경자 님 좋아해요^^
    중학생 정도 나이 때,
    그림을 잘 모를 적에도 (뭐 지금도 그렇지만 ㅠ)
    천경자님 그림은 마음에 와 닿아서
    한참동안 바라보곤 했죠.
    어느 큐레이터가 쓴 글 보니까 유명세에 관계없이
    마음에 와 닿는 그림이 진짜 좋은 그림이라고...
    근데 천경자님 그림은 좀 슬프지 않나요?
    왠지 보다보면 가슴에 슬픔이 가득...

  • 2. 화영
    '06.5.18 9:18 AM

    "천경자"이름 보고 로그인했어요.
    지방에 살다보니 그분의 그림을 볼 기회가 없어서요.
    지난번 전시회 한다고 신문에 난거 보고 꼭 가고싶었고
    안되면 화집이라도 사야지..한게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가버렸네요.
    책이라도 사고 전시회도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싶어요.
    복사본이라도 사고싶고..
    천경자님의 그림은 윗분도 적었지만 슬퍼보여서...
    왠지 내 마음을 잘 알고 이해해줄것같은 눈빛...그래서 좋아요.
    집에 걸어두고싶어요..
    클라우디아님께 감사드립니다.
    책을 신청해서 올때까진 님의글을 자주 보게 될것 같네요...^^

  • 3. 맛동산
    '06.5.18 11:28 AM

    도서관에서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빌려다놓고 아직 못읽고 있는데
    덕분에 더 재미있게 읽기 시작할수 있을것 같습니다요.

  • 4. 빨강머리앤
    '06.5.18 12:51 PM

    회사가 광화문이였을때
    점심시간에도 슬슬 걸어가 미술관가서 전시보고 그럴때,
    미술관 갈때마다 빼놓지 않고 보고 또 보고 했던 그림들이였습니다.

    문화혜택을 누릴 수 없는 동네로 이사오니 그런 호사가 따로 없었더군요..
    집도 이사해서 시내 나가는 것도 일이고..흑.

  • 5. 재미있게 살자
    '06.5.18 1:56 PM

    헉...
    전 직장이 광화문입니다..
    근데..헉..
    시간이 절대 안납니다..
    얼마전 천화백님 갤러리 현대에서 하던데.
    가야해 가야해...하다보니..

  • 6. deep blue
    '06.5.18 2:05 PM

    책 세권이 모두 노란톤 이네요. 봄과 가을을 동시에 연상 시키는.

  • 7. 올리부
    '06.5.18 2:49 PM

    댓글 달려고 모처럼 로그인 했읍니다
    어쩜..
    황주리, 김점선, 글구 천경자
    이 세사람이 제가 아는, 좋아하는 유일한?? 화가입니다
    너무 반가워서요
    이렇게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날수도 있구나 해서요
    첫번째 책 얼마전에 사놓구는 여적 읽지 못하구 있네요
    저거 다읽으면 두번째것도 사야지 하구 있었는데
    눈 앞에 다른 시험이 있어서리 멀리 바라보구만 있답니다
    시험 끝나믄 읽어야지 ..하구요

    암튼 반갑다는 말 하고 싶어서요...

  • 8. 클라우디아
    '06.5.18 3:02 PM

    나중에 김점선님 그림이랑, 황주리 책에 대해서도 올릴게요
    부끄럽네요.ㅎㅎㅎ 제일 친한 제 룸메이트는 제가 책 읽는 거 별루 안 좋아하고 사는 것도 아까워 하는 눈치입니다. 좋은 책을 읽고 얘기할 상대가 늘 아쉬웠어요...

  • 9. 낮잠
    '06.5.18 8:24 PM

    좋은 정보예요..
    갑자기 지름신이 발동합니다..
    저 책 세 권 다 사면 지름신이 너무 강하게 오시는 걸까요?
    바로 인터넷 서점 창 하나 더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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