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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부케,,꽃을 든 여인

| 조회수 : 2,292 | 추천수 : 12
작성일 : 2005-06-02 07:52:09
오늘 오데옹거리를 지나다가 문득 앞에 걸어가는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이 많이 흔들렸지만 그녀가 들고있는 꽃은 아주 탐스러웠다.
그런 꽃을 보고있자니 오래전 친구 결혼식의 부케가 떠올랐다.

요즘 결혼식에서도 신부가 들고있던 부케를 친구에게 던지는 행위를 하는거 같던데.
문득 저주받은 부케가 생각났다. 저.주.받.은.부.케.//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 안있어 대학친구 한명이 결혼을했다.
난 그녀의 결혼식에서 부케 계승자(?)로 임명장을 받았고 원래 뭐하나 인정(?)받으면
엄청 충성!..하는 촌시련 성격인지라 이왕이면 멋지게 몸을 날려 결혼식 피날레를 장식하는데
일조를 하고 싶었다. 난 워낙에 사람들 모임을 좋아라하는 성격이었는데
그시절엔 파티라는 개념이 없었으므로 친구들의 결혼식이 대리만족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결혼식에 오라는 친구있으면 쫄랑쫄랑 따라다녔고
심지어는 별로 친하지 않은 대학동창으 결혼식에도 배시시 웃으며 얼굴을 내밀곤했다.
뭐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것이 그렇게 신났던 이유는 나도 빨랑 멋진 사람만나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 땜에 남덜 하는 결혼식에 괜히 덩달아 기분이 들떴던건 아니었는지.

부케 계승자로서 임명되는건 나쁠거 없지만 한가지 걱정되는게 있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그당시 친구들이 하는 말에 따르면,
친구의 부케를 받고 6개월이내에 결혼하지 않으면 앞으로 6년동안 시집을 못간다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았던 것이다.
나. 안그래도 아버님께서 대학졸업반때 부터 일찍 시집가지 않으면 넌 끝장이라고
엄청 세뇌시켜주셔서 딱히 사귀는 남정네가 없던 나로서는 불안감을 떨칠 용감함이 부족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부케를 멋지게 받는 세러머니(?)에 주인공이 된다는 같잖은 설레임은 날 유혹에 넘어가게 했던 것이었다.

멋지게 부케받고 그 후로 6년...
난 정말 결혼할 남자를 못만나고야만 것이다... 뻐꾹뻐꾹..(올드미스 버젼)
아 뭐 그렇다고 연애도 한번 못해본건 절대 아니다.
그건 아쉽지 않을만큼 해봤다 이거다..-.-(그래 너 잘났다.)
그래도 곧 결혼할 상대를 만나겠지..라는 생각으로 애써 나름 쿨한 척 잘 지내고 있었는데,
얼마후 또 영광스런 부케 계승자로 뽑혔던 것이였다. 아.뿔.싸.

이번엔 내친구의 올드미스 언니가 굉장히 늦게 결혼을 하게 됐는데
친구들은 이미 다 결혼을 했기땜에 부케받을 뇨자가 없다나머라나..
그래서 적당한 노처녀인 나를 지명한 것이였다.
나. 앞에서도 말했지만 부케 세러머니의 주인공이 되는거 좋아라한다.
헌데 이번에도 그 악성 루머가 내 머리를 흔들었고... 잠시 망설인 끝에
그래도 뭔가의 주인공이 된다는 촌시련 설레임이 또 날 유혹에 너머가게 하고야 말았다.
이번에도 나름 삐까라번쩍 패션으로 멋진 부케피날레 를 장식해주고(개뿔)
꽃을 든 행복한 여인마냥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째 쫌 불안하더니만...
그 후로 또 6년...
아.직.도. 결혼할 남정네를 못만나고야만 것이다......뻐꾹뻐꾹...

작년, 그러니까 2004년이 6년째 되는 해였으니
이제 난 그놈의 부케의 저주가 풀리는 새시대 새천년을 맞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한 해의 절반이 지날랑말랑하는 이 시점까지 아직도 그 웬수같은 인생의 반려자는 콧배기도 안비치고 있단 말이다.

그래도 그동안 심심치않게 만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연애할때 잠깐은 장미빛이었지만
연애의 끝이 결혼이 아닐바에는 괴로움만 남는 법이니..이젠 증말증말 연애 그만하고
내 인생의 반려자를 맞이하고 싶.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말이다.
근데 신기하게 올해부턴 마음이 싸하게 가라앉는 느낌이다.
그동안 간간히 연애란걸 해보면서 내 인생에 있어 남자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할거란 생각이 안들더란 말이다.
지금까지 난 단 한번도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을 못만났으니까.
그간 그냥 떠나보낸 사람 중 아쉬움이 남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건 분명 내결정이 옳았다는확신을 갖게한다.
참 신기하다. 나같이 감정적이고 계산 못하는 애가 감정에 이끌려 결혼을 결정하지 않았다는건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쉽게 그런다. 너무 까다로운거 아니냐, 눈이 높은거 아니냐...등등.(한마디로 주제파악 못한다는.)

결혼이 적당한 나이에 자연스럽게 성사됐던 사람들은
멀쩡한 여자가 이 나이까지 사람을 못 만나고 있다고 하면 뭐 문제라도 있나.. 의심스런 눈초리를 던진다.
이 부분에선 마음이 좀 안좋아지는걸 어쩔수가 없다.
나 정상이라고, 나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가도 불쑥,
그럼 결혼한 사람들은 무조건 다 정상이고 전혀 문제없는 완벽한 사람들이냐고 되묻고 싶어진다.
흔히 사람들이 범하는 실수. 일반적인 범위에 속하지 않으면 비정상이라 생각해버리는,
그러면서 자신의 일반적임에 안도하고 싶어하는 그런모습은 그다지 성숙해보이지 않는다.
그저 나와다른걸 인정하면 그만인것을...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건 마치,,
몇날몇일밤을 라면,쵸콜렛,짜장면,피자,튀김,떡복기... 이따구것들 실컷먹고 퍼질러 자도 도대체 살이 안붙는 삐리삐리형 잉간덜이, 
물 한모금 찔끔 마셔도 갑자기 볼따구 튕겨나오는 죄다흡수형 잉간들을 절.대.로. 죽었다 깨나도 이해 못하는 이치와 같다 이거이다.-.-
나도 내가 왜 이 나이까지 이러구있는지 증말 별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이미 별들에게 물어봤다.그들도 먼산 바라본다.)

근데 이제 부케 두 다발의 저주에서 풀려날때가 되니 오히려 좀 느긋해지는건 또 뭔일인지.
나 한 몸만 깔끔하게 잘 챙기면 되니까 오히려 좋은 점도 많다 뭐.
물론 그렇다고 독신으로 살 결심을 했슴다아.... 뭐 이런소리는 절대 안한다.
단지, 지금까지 신중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신중하게 생각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니,,,뭐,,결혼보단 부케받는 일에 더 신중해야겠단 말이지...음..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베네치아
    '05.6.2 8:19 AM

    ㅋㅋㅋ 글 넘 재미있게 잘 쓰시네요. ^^
    아무쪼록 근사한 반려자를 꼭 만나시길 바랍니다 ~~ ^^

  • 2. 헤르미안
    '05.6.2 8:42 AM

    ㅋㅋ저도 베네치아님이랑 같아요
    db님 사정관 상관없이 걍 글이 좋아여

  • 3. 혜인맘
    '05.6.2 9:25 AM

    제목보고 전 여름납량특집을 벌써하나?생각했드랬습니다..글 넘 재밌어요 글구 인연이 빨리 나타나길 바랍니당~

  • 4. bingo
    '05.6.2 9:56 AM

    아침부터 뛰어난 글 솜씨에 푹 빠져 웃어가며, 넘치는 재치에 감탄해가며 읽었어요.

    아니 세상 남자들은 다 어딜 보고 있는거야 이렇게 괜찮은 처자를 발견 못하다닛!!!

    본래 마음을 비우고 포기할 그 때 쯤 기회가 오는 거라네요.
    머잖아 좋은 소식, 기쁜 일이 생기면 꼬옥 알려 주세요.

  • 5. chante
    '05.6.2 10:46 AM

    걱정마세요. 짝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거거든요. 저도 결혼에 목 안 맨다, 그렇지만 독신주의는 아니다, 뭐 이러고 살다가 36살, 12월달에 결혼했습니다. 한 살 더 먹기 전에 하라는 말이 그 땐 왜 그렇게 가슴이 꽂히던지... 싱글 즐길 수 있을 때 재미나게 보내세요. 결혼해서 행복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혼자만의 자유가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 6. 미스마플
    '05.6.2 11:49 AM

    좋은 글이네요.

  • 7. 미야
    '05.6.2 11:59 AM

    아하하..ㅠㅠ 저도 얼마전 친구 부케 받을 이가 없어서 받게 되었는데....
    저도.. 부케 세레머니 좋아 하거든요..
    6년.. 클났습니다...

  • 8. namu
    '05.6.2 12:50 PM

    ㅎㅎㅎ
    넘 잼나여~~~

  • 9. 카푸치노
    '05.6.2 1:50 PM

    잼있게 잘 봤습니다
    전 부케 한번도 못 받아보고 결혼해서 오히려 아쉽던데

  • 10. 가을들녘
    '05.6.2 3:52 PM

    내 막내 동생 생각 나네요
    노 총각이거든요

  • 11. 바다사랑
    '05.6.2 3:56 PM

    구질구질하게 오래 사느니 짧은 생활 쿨하게 산다 생각하시고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인연을 만드세여 .결혼적령기란 따로 없다고 생각해요.
    내게 환경조건이 되면 그때가 결혼시기인거죠. 넘 급하게 서두르지마시고

  • 12. choi
    '05.6.2 4:57 PM

    ㅎㅎㅎ
    부케받는거 좋은 일 하시는 거여요...
    멋진남 만나실테니 걱정하지마세요~~~

  • 13. 포리
    '05.6.2 5:10 PM

    글 잘 적는 분들 넘 부러워여.
    좋은 사람 만나셔서 더 행복해지세요~

  • 14. db
    '05.6.2 5:48 PM

    어머,,
    처음으로 82쿡에 이런 장문의 개인적인 글을 올리고나니 그에 소요된 시간이며, 눈이 빠질거 같이 뻐근하더군요.
    이곳에 장문의 글 올린다는게 새삼 보통 정성이 아니라는걸 생각했습니다.
    어저께 새벽녘에 글을 올리고 아침에 일어나 클릭해보니 이렇게나 많은 답글이..

    전 아마도 여러분이 생각하시는것보다 한참 스미드올 일겁니다.ㅎㅎ
    외국에 있으면 그나마 좀 덜 의식할수 있는데 한국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다르겠지요.
    뭐 그래도 처음보는 사람들은 이십대 후반으로 보는,, 악성근시인 사람들도 많으니까(쿨럭..)
    그런분들에게 한올 한올 정성을 다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보렵니다.
    세상에 좀더 눈나쁜 쌀람덜이 많아지길 기대하면서.
    답글 달아주신분들 감사드려요.

  • 15. 물결
    '05.6.3 1:01 AM

    db의 글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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