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싱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시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대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 인줄만 알았는데
한밤중 자다깨어 방 구석에서 한 없이 소리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심순덕>
* 유명한 시지만 읽을 때마다 눈가가 시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