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facebook.com/share/p/196iZ8T8sH/
이광철 변호사님의 형소법 개정 논의에 대한 글을 읽고.
이광철 변호사님, 이 글을 쓰기 위해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변호사님은 제가 존경하는 몇 안 되는 후배 변호사 중 한 분입니다. 이 변호사님은 성실함, 진솔함, 유능함, 정의감 그리고 용기 이런 덕성을 두루 갖춘 분입니다. 이 글을 읽고 그런 덕성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
그럼에도 저는 이 글을 읽고 나서 서글픔이 앞섭니다. 이변호사님의 한탄이 조금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글은 제가 지난 3월 15일 이 공간에 올린 “검찰개혁 향후 시나리오”의 이광철 버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검찰개혁이 지금과 같이 진행된다면 올 가을 이후 이 정부는 호된 반격을 받고 급기야 정권의 위기를 맞이할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여러 내용과 근거는 다르지만 그 예측은 이변호사님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왜 이렇게 어려운 국면으로 가고 있을까요, 저는 이같이 가는 데엔 조국혁신당도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보완수사권 문제를 누가 주도했습니까. 민주당 강성 의원 몇이 있긴 하지만 가장 앞장 선 곳이 조국혁신당 아닌가요. 저는 내심 조국혁신당이 이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길 바랐습니다. 소수 정당이지만 적어도 검찰개혁만큼은 의석 수를 넘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국혁신당은 지난 1년간 어떤 돌파구도 내놓지 못하고 그저 강성 개혁 일변도로 나아갔습니다. 검수완박의 진원지 역할을 했던 것이지요.
.
저는 지난 1년간 수없이 이야기해 왔습니다. 검찰개혁을 복잡하게 하면 안 된다, 매우 간단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문재인 정부가 하지 못한 검사의 직접수사(수사개시권)를 완벽하게 도려내는 선에서 끝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위기는 만들어지지 않았습니까. 검사들도 이제는 수사개시권을 포기할 수 있다, 포기해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것이 얼마나 좋은 국면입니까. 적어도 이런 분위기를 만든 것은 문재인 정부의 공입니다. 그런데 이게 무엇입니까. 과거에는 생각도 하지 않은 보완수사권 문제를 내놓고 그것마저 없애라고 하니 검사도 반발, 심지어는 저 같은 사람까지 반발하는 것 아닙니까.
.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검사에게 기록만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라고 하는 것은 억지가 아닙니까. 세상 어느 나라에 그런 검찰이 있습니까. 문재인 정부 시절 보완수사권까지 뺏어야 한다고 생각이나 했습니까. 아니잖습니까. 그것은 이 정부 들어서서 검수완박을 주장하는 몇몇 강성파 의원들, 그것을 뒷받침한 몇몇 전문가들, 이에 동조한 일부 시민운동가들이 앞장서 분위기를 만들었고, 결국 이들이 여권 강성 지지자들을 결집시킴으로써 정치 문제화 한 것이 아닙니까.
.
이변호사님의 글에서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이곳입니다. “보완수사권 문제도 그렇다. 보완수사권을 검사에게 인정하는 것이 맞다고 보았다면, 당당하게 "보완수사권 인정하겠다. 다만, 그 남용에 대한 방지책은 이것이다”라고 했어야 했다“ 제가 그렇게 하자고 했던 사람입니다. 그 면에서 이재명 정부는 비난받을 만합니다. 책임정치의 실종입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조국혁신당은 무엇을 했습니까. 만일 조국혁신당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면 이대통령도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요. 그랬다면 정국이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고 조국혁신당의 입지도 넓혀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쉬운 일입니다.
.
이변호사님 말씀대로, 저 또한 예측한대로, 형소법이 검수완박의 상태로 개정된다고 해도 그것을 검찰개혁의 성공이라고 하긴 힘듭니다. 제도 개혁은 법 개정 후 국민 수용성이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런 것을 도외시하면서 검수완박을 외치는 정치인들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들은 개혁을 한다고 하면서 결국 대한민국이란 공동체를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을 만드는 장본인들입니다.
.
그럼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늦었지만 이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검찰개혁의 목표를 수정해야 합니다. 개혁 입법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교착상태에 있는 부분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 첫 번째가 보완수사 문제입니다. 이것을 없애는 것은 검찰개혁을 찬성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도 결코 지지를 받을 수 없습니다. 경찰은 수사를 개시하고, 검사는 전건송치(이 부분은 제가 절충안을 제시했으니 그 정도 선에서 정리하는 것도 가능함)와 보완수사를 통해 통제하며, 수사 초기부터 검경 수사 협력을 위한 구체적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
그런 방향으로 나간다면 야당도 보수언론도 나아가 검사들도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겁니다.(저는 검찰개혁을 검사들에게서 권한을 뺏아 항복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하면 안 된다는 말을 여러 번 해왔습니다. 협조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왜 나쁩니까) 저는 그것이 이 혼미한 검찰개혁 문제를 매듭짓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10월 이전에 그런 내용으로 형소법 개정을 하기 힘들다면 부득이 공소청과 중수청의 시행 시기를 몇 달 연기하는 정부조직법 개정도 고려해야 합니다. 시행시기에 쫓겨 이상한 법을 만들면 그것이야말로 개악 아니겠습니까.
저는 이런 방향을 주도하는 정치인들이 진짜 이 시대에 필요한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조국혁신당에서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빕니다.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이변호사님의 역할도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