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v.daum.net/v/20060424204218111
이 사진은 한국 리얼리즘 보도사진의 대가인 고(故) 정범태 사진기자가 1961년 6월 10일 서울·경기 고등군법회의 언도 공판 현장에서 촬영한 작품으로, 제목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개념을 빌려온 '결정적 순간'입니다.
사진 속 사건의 전말
1961년 5·16 군사정변 직후, 군부 정권은 사회 기강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시민을 체포하여 군사법정(혁명재판소)에 세웠습니다. 삼엄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대규모 합동 재판이 진행되던 중이었습니다.
상황: 사진 오른쪽에 수의(죄수복)를 입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서 있는 여인은 마약 투약 및 밀매 혐의로 구속기소 된 피고인이었습니다.
아이의 등장: 판사가 판결문을 낭독하려던 찰나, 방청석에 있던 이모(여인의 동생)의 품을 벗어난 두세 살배기 어린 아들이 자박자박 재판정 앞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떨군 채 절망하고 있던 엄마의 손을 꼭 쥐며 판사석을 바라보았습니다.
무죄 선고: 말 없는 아이의 간절한 몸짓이 엄혹했던 법정 안의 모든 사람들을 울렸고, 군사재판부의 법관 역시 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판사는 그 자리에서 이 여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당시 법정에 섰던 수십 명의 피고인 중 무죄를 받은 사람은 이 여인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기록자 정범태 기자의 회고
다른 사진기자들은 이미 촬영을 마치고 뒤로 물러나 잡담을 나누고 있었지만, 정범태 기자는 끝까지 현장을 주시하며 카메라를 놓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는 바로 그 '결정적 순간'에 플래시를 터뜨려 이 기적 같은 휴머니즘의 현장을 역사에 남겼습니다.
이 사진은 그해 10월 일본 아사히신문 주최 국제사진전에서 '세계 10대 걸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이듬해 세계사진연감에도 수록되며 전 세계에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