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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반생인데..옛날이 그리워요.. 21세기는 재미가 없어요 ㅜㅜ

40대 조회수 : 2,392
작성일 : 2026-02-25 21:28:03

1980년대

 ​우리 집은 할머니와 미혼이었던 고모까지 함께 사는 북적이는 대가족이었어요. 당시엔 옆집도 뒷집도 흔한 풍경이었죠. 11월이면 집집마다 연탄을 쌓으러 오던 연탄 트럭, 겨울 골목마다 쌓여있던 하얀 연탄재들. 여름이면 동네를 뒤덮던 소독차 연기를 따라다니던 아이들의 함성까지... 평상에 앉아 계시던 동네 할머니들은 이제 대부분 고인이 되셨겠지요.

​저녁이면 온 가족이 거실의 작은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습니다. 대학생 고모부터 어린 오빠와 나까지, 우린 모두 같은 드라마를 보고 같은 노래를 들었습니다. 주현미와 소방차의 리듬이 흐르고, 김현식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어린 마음에도 왠지 모를 슬픔을 남기곤 했습니다. 아빠는 손님이 오실 때면 우리에게 '호랑나비' 춤을 시켰고, 우린 용돈을 기대하며 'ㄱㄴ' 춤을 추고 '개똥벌레'를 열창하곤 했어요.

​지금처럼 채널만 돌리면 볼거리가 넘쳐나는 시대가 아니었기에, 일요일 오전 만화영화는 목숨 걸고 사수해야 할 성역이었습니다. 그리고 1988년 서울 올림픽. 온 동네 아이들이 호돌이 티셔츠를 입고 뛰어다녔고, 그때 저는 서울의 끝자락에 살았었는데 서울과 경기의 경계선에 호돌이 동상이 서 있던게 기억나요.

​우리집만 그랬던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절 외식은 참 귀했어요. 매일 오후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가는 것이 중요한 일과였죠. 어쩌다 20대였던 고모가 서울 시내에 데려가 팬시용품과 햄버거, 피자를 사주는 날이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1990년대

 90년대는 그야말로 대중문화의 전성기였어요. 등교하자마자 어제 본 드라마와 라디오 이야기로 교실은 늘 들썩였어요.  모래시계, 서울의 달, 질투, 느낌... 30년이 넘게 흐른 지금도 스토리가 선명합니다.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정재, 이병헌, 정우성, 고현정 같은 스타들의 신인 시절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길거리엔 김건모, 신승훈, 솔리드, 전람회의 노래가 끊이지 않았죠. 새 앨범이 나오는 날이면 레코드점에 예약해두고 설레며 기다렸고, 때로는 시내에서 '9월 인기가요 모음집' 같은 길거리 테이프를 사기도 했어요. 밤이 되면 이본, 이소라, 유희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고등학생 땐 새벽까지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을 들으며 밤을 지새웠어요. 교실은 H.O.T.와 젝스키스 팬으로 나뉘었지만, 결국 우린 같은 시대의 공기를 마시며 같은 음악을 들으며 자랐어요.

​아직도 멋진 톰크루즈,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영화를 보러 영화관을 가고 비디오를 빌려 보던 날들. 때론 겉멋에 취해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찾아보고 잡지 <스크린>을 매달 사서 친구들과 돌려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1994년, 신도시 아파트로 이사하며 누렸던 그 쾌적함. 엄마는 문화센터에서 수영을 배우고 백화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새로운 일상을 즐겼고.. 그때부터 외식도 자주 했던것 같아요.

 하지만 즐겁기만 하던 10대의 끝자락에 찾아온  IMF... 갑자기 학교에 오지 않는 친구들, 가게마다 붙은 '눈물의 폭탄세일' 현수막들... 동시에 박찬호와 박세리를 보며 열광했어요. 좌절과 환호가 공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2000년대

 ​2000년 노량진. 새벽부터 줄 서서 수강 등록을 하던 정진학원과 한샘학원 시절을 아시는 분 계실까요? 노량진 육교가 사라지니 왠지 이제는 노량진이 아닌 느낌이에요.

 2002년엔 붉은 티셔츠를 입고 광화문에서 '대한민국'을 외쳤고

​ 이후 '싸이월드'라는 신세계를 만났어요. 미니홈피를 꾸미고 방문자 수에 일희일비하며, 우린 처음으로 SNS라는 공간을 경험했습니다.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의 등장도 기억나요. 박찬욱, 봉준호라는 거장의 탄생과 성장을 모두 지켜본 복받은 세대인것 같아요.

 정치에 관심없던 내가 처음으로 정치에 관심도 갖고..  내 손으로 직접 뽑은 첫 대통령의 당선에 설레고, 그의 마지막에 함께 눈물 흘렸던 20대였습니다.

 

 스마트 폰이 등장하면서 모든것이 빠르게 변해간것 같아요. 이제 더이상 모두가 같은 시간에 같은 것을 보지 않아도 되는 세상..

김연아의 경기에 모두가 숨죽이고 월요일 아침이면 무한도전 본 얘기를 하던 시절이 공동의 문화를 향유하던 마지막 시절이었을까요..

 

​지금은 각자의 섬에서 살아가는 것같아요. 넷플릭스, 유튜브에서 누군가는 미드를 보고, 누군가는 알고리즘이 추천한 영상을, 누군가는 숏폼에 빠져 있습니다. "어제 그거 봤어?"라는 질문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 각자의 취향은 존중받지만,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던 공통분모는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 같아요.

​세상은 훨씬 편리하고 빨라졌지만, 함께 기다리고 함께 울고 웃던 시절이 그리워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건너오며 이 거대한 변화를 모두 경험할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우리는 집단의 열광을 아는 세대이고, 세계적인 거장들과 동시대를 살았으며, 같은 노래를 듣고 부르던 온기를 기억합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옛날이 그립네요.. 그냥 세상이 재미가 없어요.

IP : 58.29.xxx.107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6.2.25 9:34 PM (36.255.xxx.137)

    행복한 가정에서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내셔서
    어린시절이 그리우신가봐요.
    20세기든 아니든 상관없이 행복한 어린시절이라 그리우신듯요.
    전 80년대가 지옥같았고
    90년대는 지옥에선 벗어났지만 사는게 너무 힘들었어요.
    불행한 가정에서 자랐거든요.
    나이들고 부모가 다 사라진 지금이 좋아요

  • 2. 반가워요
    '26.2.25 9:34 PM (211.235.xxx.245) - 삭제된댓글

    저랑 동년배이신 것 같아요
    글 읽으면서 저도 예전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우리 부모님 세대가 엄청 큰 변화를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원글 님 말씀처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과정을 지켜본
    우리 세대도 정말 많은 변화를 겪은 세대인 것 같아요
    지금보다 정서적으로 풍요로움을 누렸던 90 년대 에 상상 기를 보냈다는게 감사한 일이라는 말씀 에 동감합니다

  • 3. 기성세대
    '26.2.25 9:35 PM (14.50.xxx.208)

    나이가 들어 책임과 의무만 있는 나이니 재미가 없죠.
    또 지금 아이들은 재밌는 게 너무 많다고 하더라고요.
    눈 온 날 눈집게로 하트 오리 등등 너무 잘 찍어서 째진다는 아이들 보며
    아직도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싶네요.

  • 4. 반가워요
    '26.2.25 9:35 PM (211.235.xxx.253)

    저랑 동년배이신 것 같아요
    글 읽으면서 저도 예전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우리 부모님 세대가 엄청 큰 변화를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원글 님 말씀처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과정을 지켜본
    우리 세대도 정말 많은 변화를 겪은 세대인 것 같아요
    지금보다 정서적으로 풍요로움을 누렸던 90 년대 에 성장 기를 보냈다는게 감사한 일이라는 말씀 에 동감합니다

  • 5. ㅇㅇ
    '26.2.25 9:36 PM (112.170.xxx.141)

    옛날이 그리운 건 젊음이 그리운 거
    지금이 재미 없는 건 나이 들어 예전만큼의 호기심이 없어진 탓일거고
    지금 mz들은 지금 세상이 재밌을겁니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죠

  • 6. 저도
    '26.2.25 9:37 PM (114.201.xxx.83)

    그옛날이그립네요
    밤이면 라디오들으며 카세트테이프로 녹음하던그때
    학교끝나면 공중전화로 음성사서함확인하던그때
    엄마랑 한이불덮고누워서 주말드라마보며 눈물흘리던그때
    정말 그시절이 훨씬재밌었어요^^

  • 7. ..
    '26.2.25 9:47 PM (182.220.xxx.5)

    저는 지금이 더 좋아요.
    지난 시절은 추억...

  • 8. ..
    '26.2.25 10:25 PM (117.111.xxx.254)

    01학번이에요. 어제 카페에 혼자 앉아있는데
    카페 주인이 신승훈씨 팬인지 신승훈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뭔가 그리움과 안도감이 사무치더라고요.
    다시는 오지 않을 시대죠. 하루만 돌아가보고 싶어요.
    피구왕 통키를 따라 불꽃슛을 던지던 같은 반
    꼬맹이들이 있던 90년대 어린 시절의 평범한 일상으로요.

  • 9. ㅜㅜ
    '26.2.25 10:52 PM (221.154.xxx.222)

    지난 날들이 다 아련하네요

  • 10. 그거
    '26.2.25 11:25 PM (121.175.xxx.233)

    늙어서 그런겁니다

    자꾸 과거 반추하는거

    지난 세월이 추억이 마치 다 어제일인듯 머릿속에선 생생하게 재생되는데
    나만 뚝 외딴섬에서 허우적대고 있는듯한 공허감 상실감 등등
    그래서 친구들 만나면 옛날에 어쨌네 저쨌네 복기하잖아요
    늙어서 그래요
    저도 안늙을줄 알았는데 시간은 공평하더군요 너무 잔인하게

    세상이 재미 없으신가요?
    글쎄요
    과거는 미화되는것 아닐까요
    뭐가 그리 좋았다고요 그냥 그랬어요
    살아있었으니 경험할 수 밖에 없었던 그저그런 일상들 되돌아갈 수 없으니 그때가 좋았어. 라고 퉁치는거 아닐까요

    늙어서 그래요

  • 11. 몬스터
    '26.2.26 2:20 AM (125.176.xxx.131)

    완전 공감!!

  • 12. 대공감
    '26.2.26 2:38 AM (182.212.xxx.12)

    82년생. 모든 문장에 완벽공감합니다.

  • 13. ㅇㅇ
    '26.2.26 8:15 AM (117.111.xxx.129) - 삭제된댓글

    80년생 인데, 88올림픽 때는 그게 우리나라에서 하는 건지도 잘 몰랐고요
    학교에서 손에손잡고 노래를 수업 시간에 배우긴 했네요
    개막식 날은 학교에 오지 말래서 집에서 티비 보고 있었는데요
    평일 오전 9시반?10시?인데, 개막식 중계로 티비가 안 끝나서, 왜 안 끝나지? 했었네요
    김현식씨는 방송에선 본 기억이 별로 없어요

  • 14. 추억은 그리워도
    '26.2.26 8:53 AM (119.149.xxx.215)

    그시절로 돌아가고싶지는 않네요
    딱히 나쁜것도 없었지만 돌아가도 현실일거고
    추억은 사진처럼 잠깐 거내봐야지
    음식처럼 계속 먹으면 질리고 또 안먹게 되잖아요

    위에 님들 말처럼 늙어서 그런지
    젊음을 돌려준다면 모를까
    경험한 과거를 또 돌이켜도 거기서 거기일뿐이죠

    기억은 굉장히 왜곡된 거라는거
    라쇼몽 영화처럼 자기위주의 기억을 만든거죠
    친구와 좋았고 누구와 너무 좋아서
    그때 친구에게 물어보면 난 솔직히 너무 싫었었다
    이런말 들을수도 있고요

    엄마한테 물어보니 크리스마스의 낭만과 황홀함은
    60년대까지였다네요 헐
    80년대 그렇게 애틋하고 좋았는데
    울엄마는 별로였다니 늙으면 다 그런건지

    근데 요즘 세대는 행복하지 않아요
    발전되지 않은 과거가 행복지수나 자살률 보면
    확연히 알수있죠 지금은 가상에 잡힌 세상
    목표도 꿈도 정처도 없이 그냥 기진맥진이에요
    과거가 행복했음에는 공감되네요
    잠깐 다녀온다면 콜이지만 ^^

  • 15. ....
    '26.2.26 9:38 AM (49.165.xxx.38)

    저는 80년대생인데..~~~

    저는 울 아이들 보면서 항상 하는얘기가. 니들이 부럽다. 나도 지금 학교다니고 싶다.~~~

    지금시대에 학교다녔으면 난 너무 행복할거 같다. 그래요..~~`

    제가 다닐떄... 초6까지.. 나무에 불땠고.. 월요일 토요일 아침에 아침조회.
    강당도 없어서.. 한여름또는 추운겨울에도... 운동장에서 체육함.
    도시락 싸가지고 다님.. 사물함도 없어서. 수업있는 책 다 들고 다님..~

    학생인권은 거의 없으니. 샘들의 권위가 하늘을 찌름..~~
    인터넷이 없던시절이니.. 뭔가 궁금한것도 물어볼곳 마땅히 없음
    (인강이 활성화 된 요즘 너무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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