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곳에 지지난주 일요일부터 지난주 월요일까지 눈이 엄청 왔어요.
20인치 정도.
제설작업은 잘하는 지역이어서 도로와 규모가 넓은 인도는 지난 주중에 잘 정리가 되었는데, 문제는 좁은 인도와 공원들이에요. 저는 큰 개와 살고 있거든요. 뒷마당에 개가 다닐 길은 만들어 놓았지만 하루에 두 세시간은 걷고 뛰놀아야 하는 이 녀석의 에너지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
개와 산책을 나오면 집 앞 눈을 안 치운 몇 몇 집앞에서 돌아가야 하고, 동네 개들이 주로 노는 학교 운동장과 리틀야구장, 공원도 모두 눈에 가로막혀서 돌아와야 했어요. 막힌 길 앞에서 돌아서야 할 때마다 저희 개는 세상이 무너진 표정으로 뭐야 왜, 나 아직 못놀았어 하고 주저 앉고. 달래서 집에 돌아오면 저는 재택근무를 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에너지가 넘치는 개는 집안에 있는 장난감 다 꺼내와서 이래도 안놀거야 하다가 필살기인 등돌아 눕기를 시전하며 제 마음을 아프게.
다행히 며칠 전부터 기온이 영상 가까이 올라오기 시작해서 허벅지 넘게 올라오던 운동장과 공원의 눈높이가 얼추 무릎께로 내려왔어요. 그것을 본 순간 돌아가신 아빠가 떠올랐어요. 눈이 많이 온 후에 등산을 가서 눈길을 밟아 사람들이 갈 길을 만들어 놓으시던.
그래서 저도 개들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겠다 결심하고, 옷장 깊숙히 있던 예전에 입던 스노우 팬츠와 스키바지로 중무장을 하고, 이런 게 도대체 왜 있는지 모르겠지만 테니스 라켓처럼 생긴 설피도 찾아 신고 동네를 휩쓸고 다니고 있어요. 하하하
운전하고 가다가 뒤돌아 보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은지 흐흐흐
첫날에 학교 운동장에는 큰 트랙과 작은 트랙 그리고 저희 개 협조로 대각선 길까지 세 가지 큰 길을 만들었고, 어제는 야구장에도 다섯 갈래 길을 만들었어요. 제가 눈을 헤치고 길을 만들기 시작하면 저희 개가 뒤따라 오면서 길을 다지는 셈이에요. 어머 우리 팀플레이 어쩜 끝내준다
오늘은 조금 먼 공원도 가서 길 만들고 왔어요.
피곤한 개가 제일 행복한 개
피곤한 개주인은 가장 뿌듯한 개주인
운동량도 많고, 다른 개들도 산책 다닐 수 있고, 패션은 최악이지만 기분은 둥실둥실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