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베스트글에 올라온 택시 운전하시는 기사님이요
어제 제가 그 분 택시를 탔답니다!!
아이 학원 설명회에 가는 길이었어요
보통은 자차로 운전하고 다니는데
가야 하는 동네가 워낙 주차난이 심각한 동네라 차를 포기하고 카카오택시를 불렀어요
택시를 콜할 때 출발 장소를 점 찍다보니 OOO 아파트 앞으로 지정이 됐는데
정작 저는 그 맞은편 건물에서 나왔어요
기사님이 OOO 아파트 출입구로 제가 나올 거라 생각하고 그 쪽만 쳐다보고 계셨는지 제가 반대편에서 불쑥 와서 문을 확 열어버리니 놀라셨나봐요
“아니 대체 어느 쪽에서 오신거예요?”
“아 제가 맞은편 저 건물에서 나왔는데 못 보셨나보네요~”
그리고는 길게 침묵을 이어가며 행선지를 향했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 좋은 인상 보이고 싶었던 저는
한껏 차려입고 뿌리염색 못해서 희끗희끗해진 머리(교육 정보 하나도 없는 노산 워킹맘입니다ㅠ)를 새치마스카라로 열심히 칠하고
얼굴에도 열심히 파우더하고
향수 냄새 나는 핸드로션을 바르며 뒷자리에서 부산을 떨었어요.
조용했던 차내에서 냄새 뿜어가며 벼락치기 난리 단장을 하고 있으려니 좀 죄송하기도 하고 뭔가 멋쩍기도 해서 뒷자리에서 백미러로 앞에 계신 기사님을 힐끗거리며 보다가
다 도착할 때 즈음 신호등에 걸려 서있었는데 갑자기 무슨 용기가 났는지 저는 평소에 궁금했던 걸 덥석 여쭤봤어요.
“저기 선생님… 이런 거 여쭤보는 거 너무 실례일지 모르겠는데… 저기 혹시 여성으로서 택시 운전하시는 거 안 힘드세요?”
하는데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기사님이 확 뒤둘아보시더니
“아니요 하나도요!!! 요즘은 카카오택시로 많이 부르기도 하고 회식문화가 전같지 않아 만취한 손님도 적고, 있어도 다들 조용히 주무시면서 2차 없이 집으로들 가는 문화이다보니 괜찮답니다~”
저는 지금 제 일을 가지고 있지만
친구들과 얘기 나누다 나중에 하고있는 일을 관두게 되면 그 땐 뭐하고 살지 얘기 나누곤 하는데,
워낙 운전을 좋아하는 저는 속으로 ‘택시 기사는 어떠려나 너무 위혐하려나’ 이런 생각을 하곤 했었거든요
여성 택시 운전자를 그동안 못 본 것도 아닌데
어제 뵌 분은 뭔가 뒷모습만 봐도
너무너무 멋지고 당당하고 요즘 말로 걸크러쉬 유발하는 언니 같은 인상이랄까..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용기가 나서 그런 실례되는 질문을 불쑥 해버린 거였는데
가장 듣고 싶었고 같은 여성으로서 위로?가 되는 답을 들은 거예요!
저도 모르게 사이다 (실은 맥주ㅋ) 들이킨 것 같은 시원함이 느껴지며 뭔가 신나는 미소가 지어지던 순간,
기사님이 이어서
“제가 안그래도 어제 82쿡이라는 곳에 글을 썼었거든요~ 욕 먹을 줄 알았는데 다들 용기와 응원의 댓글을 써주셔서…..”
하는데 제 귀에 왓? 82쿡이라고? 82쿡82쿡82쿡82쿡82쿡만 왕왕 울리는거예요 ㅎㅎㅎㅎ
저 완전 20대때 마이클럽 때부터 찐멤버인데ㅠㅠㅠ
이렇게 오프라인 현실 세상에서 뵙다니ㅠㅠㅠ
하필 제가 엊그제 글들을 못 봤어서 놓쳤는데
미리 봤더라면 연예인 본 기분이었을 것 같다고 ㅎㅎ
그래서 둘이 막 느닷없는 동지애 같은 감정으로 유쾌하게 웃다가
내리기 직전에 기사님이 본인이 환갑이시라며ㅜㅜ
(머리는 희끗하셨지만 당당한 어깨와 얼굴과 목소리는 족히 열살은 어려보이셨어요 긍정에너지 덕분인걸까요)
그리고 여기에 쓰신 글과 댓글들을 따님께 보여주셨더니 따님이 울컥하셨다고….
싱글맘이셨다고 하는데 저도 모르게 함께 울컥….ㅠㅠ
저도 아버지께서 자유인이기를 혼자 선언하고 마음대로 인생을 누리신 덕분에
어머니께서 저와 오빠를 거의 싱글맘처럼 키우셨어요
그건 얼마나 외롭고 힘들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다잡아가야하는 시간이었을까…
제가 아이를 키우며 더욱더 느꼈던 일이라
기사님 말씀 듣는 순간 입은 웃고 있었지만 제 눈이 빨개졌고
마침 목적지에 도착해서 안 들키게 얼른 내렸어요ㅠㅠ
세상 처음 길에서 만난 여성에게서
짧은 시간에 감동과 동지애와 위로와 용기를 얻었어요
봬서 너무너무 반갑고 감사했어요, 인생 선배님!!!!
앞으로 오래오래 차사고 없이, 사람 사고 없이
행복하고 즐겁게 길을 누비고 다니시길 마음 깊이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