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산동에 살았어요
언니들은 모두 학교가고
엄마는 집안일 하시고
저는 한가로이 낮잠 자고 있는데
엄마가 방에 들어오셔서는
<사진 찍어주는 사람>이 왔다고
자느라 산발이 된 저를 씻기고
다시 머리를 예쁘게 묶어 주셨어요
옷도 갈아입고 카메라 앞에 섰는데
그 사진에 지금은 돌아가신 엄마도 찍혀 있어요
그날 오전의 햇살의 따스함까지
평생 기억이 나는데
이 사진을 친구에게 보여줬더니
친구가
<너는 정말>
<머리가 컸구나>라고 말하네요
그래서 다시 보니 저는 거의 3등신
부모님 돌아가신 지가 20년이 넘었어요
엄마도 그립지만
저 빨래줄에 널린 아버지의 양말도
그리운 어린 시절이네요
땅딸해보이는 3등신이지만 사진에 보이는
저 담너머에는 그당시 저를 좋아하던 소년이
살고 있었답니다
그럼 그 소년 이야기는 다음에 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