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요.
일단 저는 이 남자가 좋습니다.
첫 만남은 정말 괜찮았어요.
서로 잘 웃고 대화도 편했어요.
남자가 먼저 “밥 한 번 먹자”고 해서 두 번째 약속을 잡았고, 첫 만남 후엔 주말 지나 월요일에 간단히 톡만 오가다가, 그 이후엔 연락이 없었고 두 번째 만남 당일 오후 “어디서 볼까요?” 하고 연락이 왔어요. 만남 전날도 연락이 없어서 마음이 변했나보다 생각했는데 당일 연락이 오니 뭐지 싶으면서 반가웠죠.
두 번째 만난 날, 그는 깔끔하게 옷을 입고 초코렛 선물도 사왔어요.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서로 연예인 닮은 사람 얘기하며 웃고, 눈이 자주 마주칠 때마다 묘한 설렘이 있었어요. 그가 말 편하게 하자해서 말도 놨어요. 그리고 “너랑 잘 되면 준비하고 있는 자격증 공부할 시간 없을 수도 있겠다”는 말도 할 만큼 분위기가 좋았죠.
스킨십은 없었지만 헤어질 때 손바닥 맞대며 인사했고,
집에 도착해서는 그가 키우는 고양이 사진도 보내주고 “ 초코렛 맛있었냐”고 물어보는 카톡도 왔어요. 두번째 만남 헤어지기 전에 바로 다음날로 만남 약속을 잡았어요.
그런데 세번째 만남은 확실히 달랐어요.
추레한 츄리닝 차림에 표정도 피곤했고,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 같았어요. 추리닝 입고와서 제가 잘 못알아봤고 저 사람이 맞나 한참 쳐다봤어요. 영화 내내 시계랑 핸드폰을 번갈아 보며 집중도 못하더라고요.“영화가 재미없었다”고는 했지만, 그냥 전반적으로 무기력한 느낌이었어요. 대화도 두번째 만남처럼 진심이 오가는 느낌보단, 회사 이야기나 연예인 얘기 같은 가벼운 대화뿐이었어요. 그리고 제 생일도 물어보고 “누나네?”라며 웃었는데,
그 말에서 묘하게 벽이 느껴졌어요.
어제랑 너무 다른 분위기에 이대로 헤어지면 오늘 만남이 끝일 것 같아서 우리 관계에 대해 제가 먼저 물었어요. 시작은 가볍게 “누구 만나본 적 있어?”
그는 “있지. 너도 있었잖아.”라며 살짝 발끈(?)했고- 발끈 이유모름, 어쨌든 전에 만나던 여자 얘기 아주 살짝 하더니 본인은 저에게 호감을 표현했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모르겠다고 했더니 본인은 저와 더 만나보고 싶다고 하면서 사귈까라고 장난반 섞어서 물었어요.
저는 잠시 망설이다가 “표현을 안 해서 몰랐는데, 나도 호감 있어.”라고 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귀자는 이야기 오늘부터 1일 이라는 이야기가 오갔어요.
또 저에게 “너는 남자들에게 인기 많을 것 같은데 아직 결혼 안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고,
제가 “마음이 맞는 사람이 없었어”라고 하자
“나는 맞는 것 같냐?”고 묻길래 “응, 그런 것 같아”라고 했더니 남자는 “나도 그런 것 같아.”라고 답했어요.
스킨십은 이번에도 거의 없었고,
집에 갈 때 손바닥 맞대며 “다음엔 손잡아야겠다.”고 했고, 다음 만남으로 주중에 어디 가자고 약속은 한 상태예요. 그리고 가까운 시일 내에 직장 동료 결혼식 갈때 같이가자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그가 고기 사준다고 하면서 저에게 “고기 잘 굽냐”고 묻더라구요. 본인은 고기 구워본적이 없데요 집에서는 엄마나 누나가 굽고 회사에서도 굽는 사람 따로 있다면서.. 결국 고기는 제가 구웠고 돌아와서 얘기하는 중에
“고기 굽는 훈련해야겠네.” 하고 장난치듯 말했는데 웃짇도 않고 정색 얼굴로
“그런 훈련은 필요 없고, 구워주는 대로 가면 된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어요.
또 하나 걸리는 게,
그가 여자 만날 땐 가까운 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조금만 멀면 만나기 싫다고 했는데,
저는 일 때문에 지역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이 부분에서 현실적인 불안감이 생겼어요.
참고로 그는 할머니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고 했고, 누나는 그렇지 않은 거 같았어요.
얘기를 들어보면 집안 내에서 아들과 딸 치별에 대한 뉘앙스도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오늘 전반적으로
감정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온도가 너무 달랐어요. 사귀자는 말이 오갔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지 않고, 그의 태도도 헷갈립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저는 이 남자가 좋다는 거예요.
그래서 더 혼란스러워요.
이 늦은 나이에 이렇게 마음이 움직이는 일이 흔하지 않은데, 이 관계를 계속 이어가야 할지,
아니면 상처받기 전에 멈춰야 할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