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겸 강사에요.
중고등 학원이데 고등부는 제가 직강을 합니다.
올해 고1이 되면서부터 다니기 시작한 남학생이 있어요.
중학교 때 과목 중에 유일하게 영어만
중상위권 정도 유지되는 아이였는데, 기초가 부실하니
고등학교 와서 영어마저도 어려워 다 포기하려던 아이를
다독이고 이끌어 첫 중간고사에서 2등급 문을 닫았어요.
3등급 문을 열까 싶었는데 학교에서 성적이 나오자
쌤 저 2등급이에요! 라고 본인도 정말 기뻤던지
다른 학원을 마치고 오밤중에 집에 돌아간 늦은 시간에
카톡으로 알려줘서 저도 정말 뛸듯이 기뻤죠 ㅎㅎ
그랬던 아이가 이제 영어에 자신감이 좀 생겼는지
숙제를 부실하게 해오고 수업에도 늦게 오거나 빠지고
그래도 기말고사는 2등급 유지하다가
여름방학 때도 공부를 하는둥 마는둥
내키면 엄청 정확하고 꼼꼼하게 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타부타 말도 없이
수업을 빠지거나 숙제를 일부분만 하더니
9월 모의고사에서 50점대가 나왔어요.
그리고 이제 다음주가 중간고사인데
시험 자료가 필요하니 지난주 지지난주 잘 나오다가
지난 주말에 또 말없이 수업에 빠져
아이 어머니와 통화를 해보니
아이가 수업 진도가 너무 느리다,
시험범위 문제를 다 풀어주지도 않는다며
다른 학원에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중이라네요.
이 어머니는 저희 학원을 믿고 의지하시는 편이라서
이 학원이 아니면 다른 학원은 없다고 대치하시는 중이라고. 에휴.
기초가 부실하고 거의 매일 불러 공부시켜야
어법을 조금씩 다져가고 독해 시간이 줄어드는 아이에요.
시험범위가 모의고사 기출 9개인데
애가 학원을 꼬박꼬박 와도 다 해줄까 말까 하는걸
진도가 느려 불만이라니.. 아 그냥 허탈하더라구요.
하루하루가 소중한 고등학생이라
어머님께는 저와 안 맞아서 그럴 수도 있다,
시험이 곧이라 다른 학원에서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우선 최대한 알아는 보시고
일단 지금 시험범위 자료는 혼자라도 공부하도록 줄테니
아이가 들리든 어머님이 오셔서 받아가시라 했어요.
학생이야 또 새로 오면 그만이지만
몇달간 마음 쓰고 정도 주고 어르고 달래며
여기까지 끌어왔는데,
학원 경력 15년차에 유난히 허탈한 날이라
그냥 주절주절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