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쓰고 싶었는데 하도 바빠서 못 썼어요. 누가 읽으실까 싶은데 그래도 읽는 분 계시겠죠?
이전이야기는
그렇게 다시 저는 부동산이고 이사고 뭐고
관심을 둘 수가 없었어요. 남편 사업이 너무 위태롭고 저희 부부는 매일매일 냉전에 싸우다 냉전에 싸우다. 반복.
거기다 갓 고등학생이 된 큰애는 첫 중간시험부터 너무 성적이 안 나오는 거예요.
모든 것이 멘붕 그 상태 거기다 둘째까지도 속 썩이는 게 있었고요.
그냥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된거 같아서 너무 고통스럽더라고요.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고 간간히 뉴스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이런 뉴스도 나왔지만 저희가 부동산에 관심 가질 때가 아니라서 신경도 안 썼어요.
그런데 남편 사업이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전혀 예상하지 못한 데서 수익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냥 곁다리로 껴 넣은거였는데 의외로 거기서 수익이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사실은 문 닫자고 할려고 했는데 이걸 보니까 또 저도 마음이 흔들리는 거예요. 어차피 문 닫으라고 해서 닫을 사람도 아니었겠지만 저는 더는 못 견딜 판이었거든요.
그리고 그때쯤이었습니다. 제가 그 핵심지 동네의 어떤 가게에 볼일이 있어서 가게 되었어요.
그때가 한겨울이었는데..
버스에서 내려서 간판을 찾기 위해 고개를 높이 들었는데
저기 대각선 맞은편에 아파트 단지들이 보이는데 특히 몆개의 동 무척 좋아 보이는 거예요.
그때가 나뭇잎이 하나도 없을 때거든요. 그러니까 적나라하게 단지들이 보이는 거였어요.
보자마자 저기 살면 참 좋겠다 이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번에 핵심지 보러 갔을 때는 실망하고 왔는데
저긴 너무 보기 좋아서 저기는 진짜 비쌀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볼일 보고 회사에 돌아왔어요.
그리고 퇴근할 때 갑자기 그게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남편한테 그 이야기를 가볍게 했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꼬치꼬치 물어보는 거예요. 본인도 제 관점이 마음에 들었던 거죠.
그리고 남편이 인터넷을 켜더니 제가 본 그 위치 그 단지 그 동들을 정확히 찾아내더라고요. 여기 맞냐고.
그래서 맞다고 했고 인터넷 지도 상으로 봐도 참 좋아보였어요.
그리고 둘이서 여기 진짜 비싸겠다. 게다가 대형이었거든요.
남편 눈빛은 이미 앞으로 돈 좀 벌면 여기 사고 싶다. 이런 눈빛 하지만 여기 비싸서 지금은 불가능하겠지 그리고 끝.
그런데 그날 밤 뭔가가 생각날 듯 생각날 듯 하면서 생각이 안나다가 탁 하고 생각이 나는 게 있더라고요.
그게 뭐였냐면 몇주 전엔가 그 핵심 단지 부동산에서 저한테 메시지를 보내주신게 생각나는거에요.
그러니까 그때가 언제였냐면 부동산이 계속 오르니까 규제책 나오고 얼마 지나서였어요. 그때 강남 부동산이 약간 죽었을 때였나 봐요. 급매가 나왔다고 나한테 메시지를 준 거였어요. 그때만 해도 남편 사업이 희망이 너무 없어서
어짜피 사지 못할거라 메시지 제대로 읽지도 않았거든요.
근데 그때 스쳐 지나가듯이 보긴 했지만 급매에 적힌 땡땡동이 뇌에 남았었나봐요.
오늘 내가 보고 부러워 했던 그 동들중 하나였어요.
그게 생각나자마자 다시 그 메시지 뒤져서 보니까 정확히 그 동 맞더라고요.
그런데 가격이 내가 상상했던 거보다 훨씬 쌌어요(?).
물론 싸봤자 강남 대형이 뭐 얼마나 싸겠냐만은
남편과 내가 상상했던 가격보다는 훨 쌌어요.
그 이야기를 남편한테 했고 남편이 그날 퇴근하고
다시 거기로 가보자고.
그래서 저녁 먹고 다시 그쪽으로 가서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집에 와서 다시 뷰 등 뼛속까지 공대출신답게 정말 꼼꼼히 공학적으로 찾아보더니
내일 그 문자 준 부동산에 전화하래요.
근데 제가 예전에 부동산 알아봤을 때도 그렇지만 강남 부동산은 정말 시시각각으로 급매가 사라지고 확 오르고 막 그랬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별 희망은 갖진 않았어요. 그래도 처음으로 남편도 저도 뜻이 일치하는, 진짜 살아보고 싶은 집이 생겼고 때마침 남편 사업도 아예 접을 건 아니었고 돈이 좀 벌리기도 했고. 그래서 다음날
이 물건이 과연 남아 있을까? 벌써 몇 주가 지났는데 하면서
그 문자 준 부동산에 전화를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