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완전 은퇴는 아닌데 몇 년안에 하게 되겠죠.
65세까지는 풀타임으로 일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서
한동안 마음이 가라 앉아 있었고 지금도 좀 그렇기는 해요.
그런데 오늘 여기 올라온 글 읽으면서 저도 제 생각을 다시 객관화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어요.
돌아가신 시어른을 보더라도 75세 지나니까 그전에는 친구분들과 함께 잘 다니던
해외여행도 한번 넘어져서 다치고 나니까 계속 건강은 내리막길을 걷더라구요.
건강이 좋아지는 건 아니고 그 나이쯤 되면 그냥 있는 상태를 잘
유지해서 조금이라도 손상이 덜가게 해서 죽을 때까지 유지하면서
소모가 덜하게 하는 게 방법일 뿐 뭘 먹거나 뭘 해도 75세 지나면
몸은 내 뜻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지경으로 가는게 인생인 걸 배웠어요.
시부는 매우 의지도 높고 이상도 높고 인격도 고상하신 분이었는데도 결국
나이 앞에서는 우리는 모두 육체라는 껍데기가 무너지면 아무리 정신이 고상해도
삶이 한정되고 아름다움도 희미해져 간다는 걸 보았죠.
그런데도 저는 65세까지 내가 풀타임으로 일하지 못하게 된 걸 우울해하고 있었던거죠.
아마도 내 의지로 된 게 아니라서 더 그랬을 거 같긴해요.
마치 헤어짐은 똑같은데 내가 찼느냐 아니면 차였느냐에 따라 헤어짐의 휴유증이 다른 것처럼요.
그래서 나한테 남은 이 15년을 어떻게 써야 좋을까
돈은 어떻게 쓰고 등등 하다 보니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도 다시 정리해봤어요.
해외 여행은 장단기로 꽤 한편인데 여행을 좋아해요.
좋은 곳도 많이 가봤고 자주도 가봤죠.
지금은 강아지가 있어서 안돼고 얘와 헤어질 때쯤 해서
적어도 65세쯤 지나서는 어느 나라든 내가 가보고 좋았던 곳에 가서 일년에 두 차례 정도
두달 살기 하면서 몇 년을 지낼까 싶어요.
그래서 고민은 이럴 경우 집을 어떻게 할까 하는 거에요.
앞으로 짐도 많이 줄일 거거든요. 책도 필요없고 아주 단촐하게 할 건데 그러면 집도
좀 작은 집으로 옮기고 관리비용도 덜 드는 방향으로 빌라는 어떨까 하는데
그럼 우리가 없는 동안 집을 그냥 잠궈 놓고 가도 괜찮을 것 같거든요.
주변환경 좋고 엘베 있는 빌라도 많이 있고
살아 있는 동안 못 쓸 돈을 깔고 있는 집에 묶어 두고 살다가 남좋은 일 시키고
가고 싶지는 않아서요.
혹시 이렇게 살고 있거나 살아보신 분이 있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두달살이 한다면 어느 나라가 좋았는지 그런 경험담 있으면
같이 나눠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