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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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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야기 그리고 40대 후반 동시통역대 합격 이야기

잠깐 휴식 조회수 : 3,152
작성일 : 2024-11-29 14:32:24

참으로 덜렁대는 중학생 딸을 둔 40대 후반 입니다. 오늘도 체육복을 갖다달라는 전화를 받고 끓어 오르는 열을 식히며 학교로 배달 하고 오는 길에 잠깐 커피숍에 들러 한숨 돌리고 있어요. 이 아이는 한때 ADHD 아닌가 라는 의심을 품고 풀 배터리 검사까지 다 해 본 덜렁이입니다.벽과 침대 사이에서 썩고 있는 양말이 몇 켤레이며 가방 속에서 썩고있는 체육복 운동복이 몇 벌인지 모르겠네요. 학비 고지서도 제대로 전달 해 주지 않아 독촉전화를 가끔 받습니다. 그러니 뭐 다른 편지는 말할 것도 없이 가방 안에서 썩고 있겠지요 ㅜㅜ어젯밤에도 그렇게 준비물 잘 챙겨라 라고 얘기 했건만…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도 어릴 때 저희 아이와 별 다를 바가 없었던 것 같아요. 친정 엄마가 처음으로 핸드폰을 마련 하고 저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냈던 내용이 제발 아침에 허둥대지 말아라 라는 것이었으니까요. 친정 엄마는 안타깝게도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이런 이야기를 공유할 수 없다라는 것이 너무 아쉽고 가끔은 쓸쓸 합니다. 그리고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저도 매일 학교 공중전화로 엄마에게 준비물 갖다 달라고 하고 덜렁대고 책가방 안들고 학교 간 적도 정말 많거든요 사용한 생리대를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종이 가방에 모아 옷장 안에 넣어두다가 엄마한테 등짝 맞은 적도 여러번이구요. 이렇게 생각하니 아이가 저렇게 행동 할 때 화가 나다가도, 나는 더 했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다지 화가 나지는 않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지요. 말썽 부리지 않고 모범적으로 잘 자라신 분들은 어쩌면 사춘기 아이들을 대하면서 매우 억울하고 힘들겠다 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정말 골고루 다해봤기에 부모님 속상한 마음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고, 사춘기 아이의 마음도 아, 내가 저때 그런 기분이었지 라는 이해도 조금은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통번역 대학원 합격 통지를 받았습니다. 물론 제 얘기입니다ㅎㅎ 40대 후반에 뜬금 없이 통번역 대학원이라니 앞으로 AI 시대인데 그럴 가치가 있을까? 주변의 우려도 있었고 저도 그런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2, 3년 후 50이 넘었을 때, 그때 그냥 할 걸!이라고 후회하기 싫어서 진학을 결정 하였습니다. 남편 직장을 따라 해외 생활을 다니다 보니 저의 경력도 안정적으로 이어 가기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내 손에 면허증? 자격증 같은 것을 갖고 싶었습니다. 준비 기간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고통스럽게 열심히 공부했고, 무려 성적 장학생으로 합격 했습니다. 내년봄부터 말 그대로 자식 뻘 동기생들과 함께 공부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긴장도 되고 iPad며 각종 어플리케이션 사용법을 익히고 있는 중입니다.

두서 없는 이야기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생각해 보면 부모님에게 받은 사랑을 부모님에게 갚는 것이 아니라 자식에게 갚는 과정인것 같아요. 인생이란 것이 말이죠. 이렇게 인류는 지속 되나 봅니다.

IP : 61.73.xxx.154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ㄴㅇㅈㅎ
    '24.11.29 2:39 PM (61.101.xxx.67) - 삭제된댓글

    우와 추카드려요.. 배움에 나이가 어딧나요. 그냥 학교는 큰돈 내돈 내고 다니는거니까 당당하게 다니시면 됩니다.

  • 2. ㄴㅇㅈ
    '24.11.29 2:40 PM (61.101.xxx.67)

    우왕 추카드려요

  • 3. ...
    '24.11.29 2:43 PM (106.101.xxx.130)

    제가 쓴 글인줄..
    마지막 문단도 딱 제 생각이랑 같으세요.
    원글님 어머니는 원글님 과가 아니셨죠?
    저희 어머니도 저랑 정반대였어요.
    그러니 얼마나 제가 답답하셨겠어요.ㅜㅜ
    엄마께도 감사합니다 ㅜㅜ

  • 4. 원글
    '24.11.29 2:44 PM (123.143.xxx.249)

    고맙습니다!

  • 5. 원글
    '24.11.29 2:46 PM (123.143.xxx.249)

    네, 엄마는 제 과 아니셨죠 ㅜㅜ 속 많이 끓이셨을거에요..

  • 6. ^^
    '24.11.29 2:55 PM (211.234.xxx.210)

    너무 대단한 엄마시네요!! 축하드려요! 이렇게 내면이 단단한 엄마신거 따님도 언젠가 꼭 느낄거에요^^

    합격 축하축하드려요!

  • 7. 원글
    '24.11.29 2:59 PM (118.235.xxx.204)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소심해서 무슨 그나이에 통번역대학원이냐, 전망없다 이런 글이 달릴까봐 긴장했어요
    편안하고 따뜻한 하루 보내시길!

  • 8. ㅁㄶ
    '24.11.29 3:07 PM (61.101.xxx.67)

    전망과 비전은 스스로 만드는 겁니다. 세상은 준비된 자에게 손짓하고 그 연결은 깊숙히 숨겨져 있습니다. 좋은 기회나 일자리는 그래서 숨어 있습니다. 열심히 실력닦으시면 남들이 못보는 기회를 갖게 되실 겁니다.

  • 9. ...
    '24.11.29 3:08 PM (1.235.xxx.154)

    합격축하드립니다
    부럽네요
    저는 56세 뭔가 도전하려다 접었거든요
    남들이 뭐도전하고 실행하는거보면 참 부럽네요
    이젠 아낌없이 축하도 할 수 있는 맘도 있어요
    사는 날 동안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 10. ....
    '24.11.29 3:08 PM (58.142.xxx.55)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정말 잘하셨어요.

  • 11. ...
    '24.11.29 3:24 PM (211.234.xxx.24)

    축하드립니다!!!
    부모님께 받은 사랑 자식에게 갚는다는 말
    마음에 와닿네요.

  • 12. 축하
    '24.11.29 3:33 PM (210.109.xxx.130)

    축하드려요. 젊은 사람도 어려운 것을 해내셨네요.
    혹시 전직이 통번역 관련되어 있었던 건가요?

  • 13. ㅇㅇ
    '24.11.29 3:37 PM (14.48.xxx.117)

    정말 대단하신 원글님
    부럽고 축하드려요~~
    용기도 대단하고 능력도 대단하시네요
    앞으로도 더 승승장구하시길~~

    사족으로 통번역 하실분이라니
    덧붙이자면
    덜렁되다
    허둥되다 아니고
    덜렁대다. 허둥대다입니다~~

    요즘 이거 많이들 틀리는 맞춤법
    중 하나인듯합니다

  • 14. 원글
    '24.11.29 3:49 PM (118.235.xxx.76)

    맞춤법 표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성인식으로 작성 후에 고친다고 고쳤는데 오타가 많네요

    전직은 통번역 관련은 아니었고, 공기업 일반 사무직이었습니다^^

  • 15. . . .
    '24.11.29 3:56 PM (125.129.xxx.50)

    어머님이 원글님을 잘 키우셨네요.
    원글님도 딸을 잘 키우고 계시네요.
    전 사실 범생이과고 애들도 크게 벗어나지 않고 키워
    그마음을 다는 모르지만 글로 읽어도
    좋은 엄마신걸 알겠어요.
    합격 축하합니다.

  • 16. 와우
    '24.11.29 4:21 PM (118.235.xxx.190)

    비슷한 딸 키우는 엄마로써 위로되고
    공감되는 글이네요
    그리고
    축하드려요!! 멋지심!!

  • 17. . .
    '24.11.29 4:54 PM (210.97.xxx.59)

    와 20대들도 고3보다 더하게 공부해도 안되는경우 허다한데.. 정말로 대단하셔요. 혹시 기존 해외파셨을까요?

    영어공부법 교재등 자세한 후기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 18. 원글
    '24.11.29 5:41 PM (61.73.xxx.154)

    누가 그러던데 동시통역대학원 공부는 문과의 끝판왕이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야말로 문과 끝판 체질이었고, 수학때문에 대학도 레벨 한단계 낮아질 정도...

    아무튼 학생시절 독서왕이었고(이것은 모국어 실력과 독해에 도움된 듯) 외국어 공부 좋아했고, 해외파는 아니었는데, 대학 졸업후 외국계 기업에서 5년 정도 근무하면서 혹독하게 배웠어요. (언어 뿐만 아니라 사회, 기업문화 등등) 그후 공기관으로 이직하면서 정식으로 통역사 고용할 필요가 없는 회의 등에서는 강제로 통번역 업무가 주어졌구요 ^^;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다 저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들이었네요.

    이번 입시 준비하면서 일단은 유형 파악부터 했어요. 너무 늦게 준비를 시작해서 오프라인 학원 다닐 시간도 마땅치 않았어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밤낮없이 유형 파악에 집중했어요. 그러니까 저는 외국어 실력이 완벽했다기 보다는 시험 유형에 최적화하여 준비했다는 표현이 맞아요. 시험에 나오는 에세이나 문장들이 시사, 사회비평 분야의 지문이 대부분이었는데, 저는 나이도 많고, 사회경험도 많잖아요? 그러니까 배경지식이 풍부한거죠. 이 나이 입시생의 장점입니다. 이해력도 좋구요. 다만, 전광석화와 같은 순발력과 암기력 퇴화는 젊은 친구들에 비해 떨어지죠.. 의외로 대학졸업 직후의 친구들은 시사 용어나 지문 이해에 어려움을 많이 겪더라구요.

    아무튼 유형에 맞는 지문을 찾아서 매일 소리내어 읽고 해석하고 표현 정리해서 외우는 작업을 끝없이 반복했어요. 한국 뉴스도 뉴스 듣고 한국어로 요약해서 말해보기(모국어 이지만 쉽지 않습니다) 이것을 다시 외국어로 바꿔 말해보기 많이 했어요. (시험직전 두달치 뉴스 체크도 정말 중요합니다)

    일단 생각나는 것은 이정도네요.
    참참, 해외파라고 다들 잘하는거 아니니 겁내지 말고 도전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 19. 대박
    '24.11.29 6:06 PM (180.228.xxx.53)

    멋있어요 이 글 읽고 반성도 해보고 부럽기도 하네요

  • 20. . .
    '24.11.29 6:13 PM (210.97.xxx.59)

    원글님 정말 자세한후기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그정도시면 못하실일이 세상 없으실듯요

  • 21. . .
    '24.11.29 6:18 PM (210.97.xxx.59)

    통번역 너무 궁금했는데 그 관련지문 암기는 보통 뉴스등 시사 내용인가요? 지문 소리내어 암기하시고 이거 단순회화도 아닌데 보통일아니죠.

    예전 지인분께서 늘 타임즈 헤럴드 영자신문을 끼고 다니셨다고..

    정말 대단하셔요.

  • 22. 가보세
    '24.11.29 6:20 PM (106.101.xxx.231)

    축하드려요!
    망설이고 있는게 있었는데
    도전의지가 생기네요.

  • 23. 원글
    '24.11.29 6:24 PM (61.73.xxx.154)

    관련지문은 주로 사설 종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설보다는 칼럼이 더 근접한 느낌이 들어요. 요즘에는 사설 녹음된 신문사들도 많아서 일단 눈으로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음성으로 메모없이 듣고 기억에 의지해서 요약, 문장으로 만들어 반드시 입으로 내보내기(우리의 혀도 결국에는 근육이라 자주 써줘야 잘쓸 수 있습니다) 많이 하세요. 처음에는 30초 분량 익숙해지면 늘려가시구요. 네이버 오디오 클립도 매우 유용한 컨텐츠가 많습니다. (시사용어 설명 클립 등 추천)

  • 24. 원글
    '24.11.29 6:25 PM (61.73.xxx.154)

    가보세님! 일단 해놓고 결과 나온 후에 고민하자라고 생각하니 결단을 내리기 쉬웠습니다!

  • 25. 지혜월
    '24.11.29 7:09 PM (219.255.xxx.15)

    와~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덜렁이 딸을 보며 나도 저만할때 그랬지 하고, 수용해주시는 모습도 참 휼륭하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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