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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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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쑥호빵 생각이 나요

아빠생각 조회수 : 827
작성일 : 2024-11-12 17:10:12

아직 호빵 생각이 간절할 만큼 추운 건 아니지만

겨울이 오면

가끔씩 진~한 쑥색 호빵 생각이 나요.

 

제가 국민학교시절 잠깐 나왔던 쑥호빵이니

아주 오래전 얘기긴 하네요

 

35년전 국민학교 3학년 겨울 어느날

면에 나가셨다 오신 아버지 손에 검정 비닐봉투가 들려있었어요

아버지는 밖에 일보러 나가셨다 

먹을거리나 간식류를 잘 사오시는 편은 아니었어요

 

시골이고 

점방,  가게라고는 면으로 나가야 있어서

군것질을 잘 못했던터라

부모님이 시장 나가시거나

혹은 면에 일보러 나가시면

혹시라도 과자 하나 사들고 오실까 

오매불망 기다리곤 했어요

 

그러던 겨울 어느날

면에 나가셨던 아버지가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 서시는데

까만 비닐 봉지를 뒤로 숨기듯 들고 오시더라고요

 

아버지 다녀오셨어요~~  하면서 달려 나가면서 보니

까만 비닐봉지 속에서 흐릿한 김이 살짝 새어 나오는데

그 김에 배인 쑥호빵 냄새가 콧속으로 살랑살랑 들어 오더라고요

 

아버지~ 아버지~ 호빵이에요??

 

아버지는 아닌척~ 하셨지만  이미 얼굴 표정에서 

그건 틀림없는 호빵이란게 다 표시가 났어요

 

근데  그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는 호빵을

검정 비닐채로 

방안 벽장에 쏙 넣으시더라고요.

 

분명히 호빵인데

호빵이 맞는데

왜 안주시고 벽장에 넣으실까... 야속도하지

 

아버지는 벽장 속에 호빵 봉지를 넣어두시곤

밖으로 일보러 나가시고

저는 벽을  타고  벽장 속으로 올라가

까만 비닐 봉지에 코를 대고 

호빵냄새를 맡고 내려왔다

그 아래에서 놀다

또 벽을 타고 벽장 속에 올라가

호빵 냄새를 맡다

그러는 사이 저녁이 되었어요

 

방 두칸짜리 작은 시골집에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살았는데

저녁이 되어 식구들 다 모이니

그때서야 아버지가 벽장속에서

까만 봉지를 꺼내 시더라고요

 

지금은 호빵이 좀 작은데

그땐 꽤 크기가 있던 걸로 기억하지만

식구들이 하나씩 먹을 갯수가 안돼고

4개의 호빵을 나눠 먹었던 기억이 나요

 

이미 다 식어버려서

따끈할때 그 맛은 안났어도

어찌나 맛있던지...

 

 

 

아버지가 직접 사들고 오신 간식거리가 

처음 이었던 터라 그런지

그때의 그 장면이 생생해서

겨울만 되면 그 진한 쑥호빵이 생각나곤 해요

 

 

 

IP : 222.106.xxx.18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겨울
    '24.11.12 5:34 PM (118.33.xxx.228)

    따뜻한 추억이네요
    저는 통닭이랑 찐만두 생각나요
    아빠가 퇴근할 때 술에 얼큰하게 취해서 흔들흔들 보여주던 종이봉투..
    지금처럼 먹거리가 다양하지 않았는데
    다 맛있고 소중한 간식이었어요

  • 2. ..
    '24.11.12 6:36 PM (59.26.xxx.224)

    쑥색 호빵 저도 그 향이랑 색깔 기억나요. 요즘은 호빵이 뭐 그렇게 대단한 간식이 아니지만 예전엔 어려서 그랬던건지 한국이 지금보다 삶의 수준의 낮아서 그랬는지 귀한거였죠. 가게방 앞에 나와 있는 호빵 넣어져 있는 기계보면 그렇게 맛있어 보였어요. 우린 보통 슈퍼서 한봉지 사다가 새로 한 밥 위에 엄마가 올려놨다 주셔서 호빵 바닥에 밥 풀 붙은거랑 같이 먹었지만. 그리고 그때는 왜 그렇게 야채호빵이 귀했던건지.

  • 3. happy
    '24.11.12 6:38 PM (39.7.xxx.217)

    어머 저도 좋아했어요.
    쑥호빵!!!
    밍숭한 흰 찐빵보다 쑥 풍미와
    달콤한 단팥이 얼마나 찰떡인지
    다시 나오면 사먹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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