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호빵 생각이 간절할 만큼 추운 건 아니지만
겨울이 오면
가끔씩 진~한 쑥색 호빵 생각이 나요.
제가 국민학교시절 잠깐 나왔던 쑥호빵이니
아주 오래전 얘기긴 하네요
35년전 국민학교 3학년 겨울 어느날
면에 나가셨다 오신 아버지 손에 검정 비닐봉투가 들려있었어요
아버지는 밖에 일보러 나가셨다
먹을거리나 간식류를 잘 사오시는 편은 아니었어요
시골이고
점방, 가게라고는 면으로 나가야 있어서
군것질을 잘 못했던터라
부모님이 시장 나가시거나
혹은 면에 일보러 나가시면
혹시라도 과자 하나 사들고 오실까
오매불망 기다리곤 했어요
그러던 겨울 어느날
면에 나가셨던 아버지가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 서시는데
까만 비닐 봉지를 뒤로 숨기듯 들고 오시더라고요
아버지 다녀오셨어요~~ 하면서 달려 나가면서 보니
까만 비닐봉지 속에서 흐릿한 김이 살짝 새어 나오는데
그 김에 배인 쑥호빵 냄새가 콧속으로 살랑살랑 들어 오더라고요
아버지~ 아버지~ 호빵이에요??
아버지는 아닌척~ 하셨지만 이미 얼굴 표정에서
그건 틀림없는 호빵이란게 다 표시가 났어요
근데 그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는 호빵을
검정 비닐채로
방안 벽장에 쏙 넣으시더라고요.
분명히 호빵인데
호빵이 맞는데
왜 안주시고 벽장에 넣으실까... 야속도하지
아버지는 벽장 속에 호빵 봉지를 넣어두시곤
밖으로 일보러 나가시고
저는 벽을 타고 벽장 속으로 올라가
까만 비닐 봉지에 코를 대고
호빵냄새를 맡고 내려왔다
그 아래에서 놀다
또 벽을 타고 벽장 속에 올라가
호빵 냄새를 맡다
그러는 사이 저녁이 되었어요
방 두칸짜리 작은 시골집에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살았는데
저녁이 되어 식구들 다 모이니
그때서야 아버지가 벽장속에서
까만 봉지를 꺼내 시더라고요
지금은 호빵이 좀 작은데
그땐 꽤 크기가 있던 걸로 기억하지만
식구들이 하나씩 먹을 갯수가 안돼고
4개의 호빵을 나눠 먹었던 기억이 나요
이미 다 식어버려서
따끈할때 그 맛은 안났어도
어찌나 맛있던지...
아버지가 직접 사들고 오신 간식거리가
처음 이었던 터라 그런지
그때의 그 장면이 생생해서
겨울만 되면 그 진한 쑥호빵이 생각나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