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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무리해 둔 한강 작가 문장 공유해요

땅땅 조회수 : 4,259
작성일 : 2024-10-10 20:56:12

한강의 작별이라는 소설에는 싱글맘이 나옵니다. 10대 아들 하나를 홀로 키우고 있고 찢어지게 가난한 백수인 연하남과 연애를 하고 있어요. 어느날 다니던 직장으로부터 실직을 통보 받고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던 길에 여성은 눈사람으로 변한다는 내용입니다. 여성은 조금씩 몸이 녹아 내려서 세상에서 소멸할 처지에 놓입니다. 더 녹기 전에 아들과 남자친구에게 서둘러 작별의 인사를 고하고 남은 가족들에게도 마지막으로 전할 편지를 씁니다. 남동생과는 아마도 어떠한 이유로, (고된 처지에 놓인 피붙이들이 대게 그러하듯) 절연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오래 전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동생에게 남긴 이 작별의 편지...제가 참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

내가 널 원망할 거라고 생각해왔을지 모르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네가 윤이와 나에게서 멀어져가는 매 순간을 난 명백히 이해했어. 자신을 건설하기 위해 가깝고 어두운 이들에게서 등을 돌리는 사람의 용기를. 정말이야, 조금도 서운하지 않았어. 같은 방식으로 윤이가 나를 떠났다 해도 난 서슴없이 이해했을 거야. 다만 분명히 알 수 없는 건 이것뿐이야, 먼지투성이 창을 내다보는 것처럼, 아니, 얼음 낀 더러운 물 아랠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이야, 그러니까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가 인간인 건지.

=====

 

작가님 넘 축하드려요!! 

IP : 124.56.xxx.95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마워요
    '24.10.10 8:57 PM (218.39.xxx.130)

    우리 모두 같은 마음으로 기뻐하고 축하 하고 있어요
    책 좋아 하는 지인들이 카톡 난리입니다..

    정말 정말 축하 합니다.

  • 2. 역시
    '24.10.10 8:59 PM (221.138.xxx.92)

    좋네요...

    소개 감사해요.

  • 3. ...
    '24.10.10 9:02 PM (124.50.xxx.169)

    어머..좋네요222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 4. 소년이 온다
    '24.10.10 9:08 PM (124.56.xxx.95)

    소년은 자신의 집에서 하숙을 하던 누나를 짝사랑했습니다. 계엄군이 광주로 쳐들어온 뒤 누나는 사라졌고, 누나의 남동생이자 자신의 친구인 정대마저 사라집니다. 정대가 어딘가 살아있을 거라고 믿는 소년은 시신이 들어찬 체육관과 병원을 샅샅이 뒤집니다. 그리고 정대를 떠올리고 누나를 기억합니다. 소년이 누나를 사랑하게 된 순간의 문장입니다.
    ====
    그렇게 잠깐 궁금했을 뿐인데, 그후로 자꾸 떠올랐다. 잠든 정대의 머리말에서 네 교과서를 펼칠 통통한 손. 조그만 입술을 달싹여 외울 단어들. 세상에, 너는 머시매가 어쩌면 이렇게 착실하나 생글거리던 눈. 고단한 미소, 부드러운 천으로 겹겹이 손끝을 감싼것 같은 노크 소리, 그것들이 가슴을 저며 너는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에 그녀가 걸어나오는 기척, 펌프로 물을 길어 세수를 하는 소리가 들리면 너는 이불을 둘둘 말고 문 쪽으로 기어가, 잠에 취한 눈을 감은 채 귀를 기울였다.

  • 5. 소년이 온다
    '24.10.10 9:10 PM (124.56.xxx.95)

    한강이 재현한 시민군의 말은 더 아름답죠.
    ==========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이, 부서져 피 홀렸던 그심장이 다시 온전해져 맥박 치는 걸 느꼈습니다. 나를 사로잡은 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선생은 압니까, 자신이 완전하게 깨끗하고선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양심이라는 눈부시게 깨끗한 보석이 내 이마에 들어와 박힌 것 같은 순간의 광휘를.

  • 6. 좋네요
    '24.10.10 9:13 PM (222.100.xxx.51)

    채식주의자만 읽고 소름이 끼쳤었는데 소년이 온다의 문장이 굉장히 섬세하고 날카로워요
    저도 읽어볼게요 감사합니다

  • 7. 오타 걸러야..
    '24.10.10 9:15 PM (124.56.xxx.95)

    오타가 많습니다. 작품에 누가 되지 않기를요.

  • 8. ㅎㅎㅎ
    '24.10.10 9:16 PM (121.162.xxx.234)

    넘나 축하합니다
    제가 왜 이렇게까지 기쁜지 모르겠을 정도로 기쁩니다

  • 9. 와우
    '24.10.10 9:19 PM (211.186.xxx.59)

    문장이 간결하고 아름답네요 번역해도 그닥 거슬리지않을것도 같구요

  • 10. 82주의자
    '24.10.10 9:24 PM (210.178.xxx.242)

    역시 82 라고 !
    노벨상 만큼이나
    조용하고 평온한 오늘 82 를 꽉 채워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끼지도 못하겠지만
    집단 지성이라고 ~
    빛납니다 .

  • 11.
    '24.10.10 9:26 PM (203.170.xxx.203)

    소식듣고 제가 더 벙벙해요. 이런일이 ㅜ 원글님 발췌해주신 글이 너무 아름답고 좋네요. 감사합니다.

  • 12. 어떻게 살면
    '24.10.10 9:27 PM (118.218.xxx.85)

    이렇게 주옥같은 글을 쓸수있게 되려나 너무 우러러 보입니다.

  • 13. 근데
    '24.10.10 9:29 PM (211.211.xxx.168)

    한강님이 저랑 코드가 맞는 건지 넘 맞는 말인데 공감가면서도 현실적인 상황이 너무 슬퍼요.
    가족간의 의무와 희생을 미덕으로 미화하는 한국의 문학들에서 현실적 반영이라 해야 시도라 해야 하나 모르겠지만요

    "자신을 건설하기 위해 가깝고 어두운 이들에게서 등을 돌리는 사람의 용기"

  • 14. ..
    '24.10.10 9:34 PM (114.203.xxx.30)

    기쁜 날입니다~~

  • 15. wizzy
    '24.10.10 10:04 PM (86.180.xxx.189)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무서워서 시도 못한 작가님의 글 시작해 보겠습니다

  • 16. 아...
    '24.10.10 10:10 PM (112.172.xxx.211)

    글귀가 너무 좋네요.
    저도 하나씩 다 읽어보겠습니다

  • 17. ㅁㅁ
    '24.10.10 10:24 PM (115.41.xxx.13)

    기뻐서 슬프네요

  • 18. 언젠가는
    '24.10.10 11:01 PM (61.42.xxx.134)

    원글님 글 좀 더 올려주세요
    이해도 잘 되고 너무 좋아요

  • 19. 경사
    '24.10.11 12:43 AM (39.114.xxx.245)

    경사났습니다~~

    덕분에 좋은 문장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 ..
    '24.10.11 12:46 AM (175.223.xxx.73)

    글 감사드려요 느낌을 조금이라도 맛보고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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