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이었는데 그때는 몰디브가 신혼 여행지로 인기있을 때였어요.
남편도 몰디브가 어떠냐 했지만, 결혼 전부터 맘 속에 콕 찝어 놓은 곳이 있었는데 그게 피지였어요.
인생 영화였던 '트루먼 쇼'에서 짐 캐리가 첫사랑 때문에 자꾸 피지에 가고 싶어했거든요.
사랑하는 사람과 진정한 삶을 찾기 위해 가고 싶어하는 피지가 낙원처럼 느껴지면서 그곳은 어떤
곳일까 정말 궁금했거든요. 여행 후기도 별로 없고, 관련 상품을 다루는 여행사도 별로 없어서 걱정됐지만 결과는 대만족. 공항에 내려서 헬기를 타고 리조트가 있는 섬으로 들어가는데 발 아래
펼쳐진 바다가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예쁜 풍경을 보고 눈물이 났던 게 그때가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리조트 프로그램 중 하루는 무인도에 커다란 도시락 박스와 무전기 그리고 저희 부부 둘만 내려놓고 몇 시간 있다 데리러 오는 게 있었는데, 꿈같은 경험이기도 했지만 좀 무섭기도 했어요. 아름다운 해변과 야자수가 있는 섬이었지만, 정말 무서울 정도로 고요한 한낮의 적막감에 소름이 돋기도 했구요. 우릴 데리러 오지 않으면 영낙없이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공포감 마저 들더라구요.ㅎㅎ 순간 '캐스트어웨이' 주인공이 되는 거냐 하는 생각도 잠시 했어요. 황홀감과 공포감이 동시에 드는 기이한 경험을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