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내내 시어머니는 늘 긴장되는 무서운 존재였어요.
홀시어머니+외아들의 조합이 이렇게 어려울줄은 결혼하고 알았네요.
이야기를 풀자면 몇보따리를 풀어야하나 싶을 정도...
남편은 늘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셨어요.
그 온도가 저랑은 좀 차이가 났던거 같아요.
사실 지금 생각하면 그 온도차이는 당연한건데
둘다 어리고 미숙했기에 싸움으로 번지기도 하고 그랬죠.
하지만 그럼에도 남편은 저한테도 참 잘했던것같아요.
술담배 안하고 가정적이고 본래가 무척 성실하고 선한 사람인데
그에 반해 어머니는 참으로 넘치게 강인하고 기가 쎄신 분이셨어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참 눈물날 정도로 남편이 어머니에게 최선을 다하더라구요.
아마도 저의 수고를 덜어줄려고 그랬던 부분도 있었을거라 봐요.
본인도 주말에 쉬어야하는데 혼자 가서 어머니 내내 모시고 간병해드리던 시기도 길었구요.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부부생활을 하면서 안싸울수는 없는건데
어느날은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결혼하고 싸웠던 일들의 99퍼센트가 어머니관련문제더라구요.
그래서 그걸로 저도 스트레스 많이 받았고
두사람의 특성상 언성을 높이며 싸운적은 한번도 없지만
조금이라도 미묘하게 의견을 갈리거나 마음이 상할때는
참 아팠어요.
어머니의 마지막 병원에서의 투병은 길지는 않았지만
그대신 짧고 굵게 모두가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아파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저도 너무 마음이 아팠구요.
하지만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그 고통스러운 시간이 아주 길지는 않았고
모든 가족들의 손을 꼭 잡은채 기도받고 편한 얼굴로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저희도 저희의 일상으로 돌아온지도 1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고 있네요.
어머니의 존재가 워낙 컸기에 어머니의 존재가 없는 일상들은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고 적응조차 되질 않더라구요.
하지만 결론적으로 지금은 어머니에게 죄책감이 들 정도로
육체와 마음이 평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남편은 죄책감가지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우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본인은 아주 마음이 가뿐하고 편하대요.
돌아가도 더 이상은 못할거같아서 후회가 없다네요.
결과적으로는 어머니가 남겨주신 유산덕에 삶이 많이 풍족해졌으니
그걸 제가 누린다고 생각하니 죄책감이 들때가 있더라구요.
결혼할때 저희가 해도 잘 안들어오는 3천만원 전세집에서 무일푼으로 시작했는데
전혀 안도와주시길래 그냥 어머니께서도 어려우신줄로만 알았어요.
결혼생활내내 또한 그랬구요.
저희는 저희대로 사회에서 자리잡기 시작해서
도움받지 않아도 충분히 살수 있을 정도로 성장을 해왔어요.
워낙 똑똑하시고 생활력이 강하신 분이긴해도
재산을 그렇게까지 모으셨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거죠.
전혀 오픈하질 않으셨으니까요.
저희가 자리잡기 전에는 원망했던적도 솔직히 있었던것 같은데
돌고돌아 또 이런 삶의 순간도 온다고 생각하니
인생이 온탕과 냉탕을 오고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산이네 뭐네 주변에 떠벌린적도 없고
그냥 속으로만 생각하던걸 글로 한번 써보았습니다.
삶이 참 여러가지 형태가 있을텐데
나는 이런 인생을 살아왔구나..하고 요즘 생각이 많아지네요.
앞으로 또 알수없는 역경이 올수도 있지만
돌고돌아 찾아온 평안함에 조금은 몸을 기대어 지내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