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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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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를 보내드리고 드는 생각

ans 조회수 : 7,910
작성일 : 2024-07-19 22:29:53

결혼생활내내 시어머니는 늘 긴장되는 무서운 존재였어요.

홀시어머니+외아들의 조합이 이렇게 어려울줄은 결혼하고 알았네요.

이야기를 풀자면 몇보따리를 풀어야하나 싶을 정도...

 

남편은 늘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셨어요.

그 온도가 저랑은 좀 차이가 났던거 같아요.

사실 지금 생각하면 그 온도차이는 당연한건데

둘다 어리고 미숙했기에 싸움으로 번지기도 하고 그랬죠.

 

하지만 그럼에도 남편은 저한테도 참 잘했던것같아요. 

술담배 안하고 가정적이고 본래가 무척 성실하고 선한 사람인데

그에 반해 어머니는 참으로 넘치게 강인하고 기가 쎄신 분이셨어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참 눈물날 정도로 남편이 어머니에게 최선을 다하더라구요.

아마도 저의 수고를 덜어줄려고 그랬던 부분도 있었을거라 봐요.

본인도 주말에 쉬어야하는데 혼자 가서 어머니 내내 모시고 간병해드리던 시기도 길었구요.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부부생활을 하면서 안싸울수는 없는건데

어느날은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결혼하고 싸웠던 일들의 99퍼센트가 어머니관련문제더라구요.

그래서 그걸로 저도 스트레스 많이 받았고

두사람의 특성상 언성을 높이며 싸운적은 한번도 없지만

조금이라도 미묘하게 의견을 갈리거나 마음이 상할때는

참 아팠어요.

 

어머니의 마지막 병원에서의 투병은 길지는 않았지만

그대신 짧고 굵게 모두가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아파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저도 너무 마음이 아팠구요.

 

하지만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그 고통스러운 시간이 아주 길지는 않았고

모든 가족들의 손을 꼭 잡은채 기도받고 편한 얼굴로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저희도 저희의 일상으로 돌아온지도 1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고 있네요.

어머니의 존재가 워낙 컸기에 어머니의 존재가 없는 일상들은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고 적응조차 되질 않더라구요.

 

하지만 결론적으로 지금은 어머니에게 죄책감이 들 정도로

육체와 마음이 평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남편은 죄책감가지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우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본인은 아주 마음이 가뿐하고 편하대요.

돌아가도 더 이상은 못할거같아서 후회가 없다네요.

 

결과적으로는 어머니가 남겨주신 유산덕에 삶이 많이 풍족해졌으니

그걸 제가 누린다고 생각하니 죄책감이 들때가 있더라구요.

 

결혼할때 저희가 해도 잘 안들어오는 3천만원 전세집에서 무일푼으로 시작했는데

전혀 안도와주시길래 그냥 어머니께서도 어려우신줄로만 알았어요.

결혼생활내내 또한 그랬구요.

저희는 저희대로 사회에서 자리잡기 시작해서

도움받지 않아도 충분히 살수 있을 정도로 성장을 해왔어요.

 

워낙 똑똑하시고 생활력이 강하신 분이긴해도

재산을 그렇게까지 모으셨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거죠. 

전혀 오픈하질 않으셨으니까요.

 

저희가 자리잡기 전에는 원망했던적도 솔직히 있었던것 같은데

돌고돌아 또 이런 삶의 순간도 온다고 생각하니

인생이 온탕과 냉탕을 오고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산이네 뭐네 주변에 떠벌린적도 없고

그냥 속으로만 생각하던걸 글로 한번 써보았습니다.

 

삶이 참 여러가지 형태가 있을텐데

나는 이런 인생을 살아왔구나..하고 요즘 생각이 많아지네요.

앞으로 또 알수없는 역경이 올수도 있지만

돌고돌아 찾아온 평안함에 조금은 몸을 기대어 지내보려구요.

IP : 180.65.xxx.153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실례가 안된다면
    '24.7.19 10:38 PM (58.29.xxx.135)

    원글님과 시어머니 연세가 대략 어느정도 되시는지..어느정도 나이가되면 이런 홀가분을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해서요....

  • 2.
    '24.7.19 10:41 PM (106.101.xxx.42) - 삭제된댓글

    본인이 누리고 가시디
    씁쓸하네요.

  • 3. 정말
    '24.7.19 10:44 PM (70.106.xxx.95)

    본인이 누리다 가시지
    고생만 하고 욕만 먹고

  • 4. ans
    '24.7.19 10:46 PM (180.65.xxx.153) - 삭제된댓글

    저는 50, 어머니는 만 80세에 돌아가셨습니다.

    제 마음속에 드는 알수없는 죄책감이 그런것같네요.
    어머님이 충분히 더 누리고 가셨어도 되셨을텐데.. 왜 그러지 못하셨을까?하는 마음이요.
    절약이 몸에 베이셔서 늘 근검절약하고 저희한테도 그걸 많이 강요하셨었거든요.
    아무래도 오랜시간동안 그래오신걸 듣고 저도 지내왔으니..
    올초에 유럽에 여행을 갔는데 괜시리 마음이 불편하기도 그랬어요.
    남편이 나에게 선물이라고 비즈니스석에 앉아 갔는데
    내가 이런걸 누려도 되나 하는 그런마음이요.ㅠㅠ

  • 5. ...
    '24.7.19 10:48 PM (221.161.xxx.62)

    그렇게 강인한 분이니 홀로 자식 잘 키우고 또 재산 또한 모았거나 지켰겠죠
    님의 남편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도 미련도 회한도 없는거니 그 또한 현명한 분이시고
    글쓴님도 쓴 글로보아 선한사람 같으니
    복으로 다 돌려 받았네요

  • 6. ...
    '24.7.19 10:49 PM (116.32.xxx.73)

    에고 홀몸으로 외동아들키우며
    악착같이 사셨겠네요
    그 고단한 엄마의 삶을 지켜보았던 남편이
    지극정성 간호했나본데요
    다행입니다 배은망덕한 아들이 아니라서요
    며느리로써 많이 힘드셨겠어요
    물론 부부사이도 마찬가지고요
    돌아가신 시어머니도 당신이
    애틋하게 여겼던 아들과 며느리가
    누리고 살면 좋아하실듯요
    행복하게 사세요

  • 7. ans
    '24.7.19 10:50 PM (180.65.xxx.153)

    저는 50, 어머니는 만80세에 돌아가셨어요.

    제가 느끼는 죄책감(?)이라는건 그런 마음이겠죠?
    본인이 누리고 돌아가시지 못했다는 그런거요..

    워낙 절약이 몸에 베셔서 어머니한테 배운 절약술 같은것도 진짜 많았는데
    배울때는 싫었는데 막상 제가 살림할때 그거 하고 있더라구요.
    욕만 먹는다니.. 그렇게 생각하실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씁쓸하다는 생각은 저도 들어요.

  • 8. 그게
    '24.7.19 10:56 PM (70.106.xxx.95)

    나는 평생 살거같고 안죽을거 같으니 그렇게 아끼는거 같아요
    정작 죽고나면
    빈몸으로 가는건데

  • 9. 요즘
    '24.7.19 11:25 PM (223.62.xxx.59)

    80이면 일찍 돌아가셨네요
    양가 모두 90이 넘거나 언저리...
    아직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솔직히 부럽습니다

  • 10. 80이시면
    '24.7.19 11:37 PM (106.102.xxx.15) - 삭제된댓글

    일찍 가신 편이네요.
    지금 90이시고 100살까지 사실 생각이신 분도 있어요. ㅠㅠ

  • 11. 혼자 몸으로
    '24.7.19 11:38 PM (59.7.xxx.113) - 삭제된댓글

    재산을 일구시려니 일생이 얼마나 고되셨을까요? 평생 독하게 살아오셨을거예요. 원글님은 그런 모습에 좋은 마음이 들지 않을거고요. 근데 그렇게 사시다가 많은 재산 남기시고 덕분에 유복해지니, 그런 고된 삶을 살아오신 분에게 좀더 따듯하게 대하지 않고 조금 원망하는 마음도 있었던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겠죠. 근데 누구라도 그럴걸요. 시어머니가 아니고 엄마였어도요.

  • 12. 80이시면
    '24.7.19 11:40 PM (106.102.xxx.23)

    일찍 가신 편이네요. 저희 어머님도 기쎄고 강하세요.
    지금 90이시고 100살까지 사실 생각이시더라구요.
    저는 언제쯤 그런 평안함을 누리게 될까요. ㅠㅠ

  • 13. ㅇㅇ
    '24.7.19 11:49 PM (211.234.xxx.237)

    저도 50인데ㅠㅠ 전 앞으로 10년은 더 답답할거 깉아요
    내일도 아침일찍 어머님께 가야해서 일찍 자야하는데 못자고 있네요

  • 14. ㅠㅜ
    '24.7.20 12:00 AM (223.39.xxx.86)

    전 63
    울엄니 85

  • 15. 정말
    '24.7.20 12:43 AM (70.106.xxx.95)

    중년나이에 더 편해져도 모자랄판에
    이젠 노부모들 차례 ..

  • 16. 누리세요
    '24.7.20 4:18 AM (90.82.xxx.157)

    지금의 여유로움과 평온함 누리세요.
    원글님도 충분히 인내하고 노력하셨네요.
    좀 쓰고 가셨어야 하는데, 시어머니 성격인거니 어쩔수 없어요.
    그 동안 맘고생도 많으셨을테니 이제 누리세요

  • 17. ㅂㅂㅂㅂㅂ
    '24.7.20 7:08 AM (103.241.xxx.82)

    82에선 상속세 난리라던데
    얼마나 유산을 받으셨길래 그 정도 하시고도 죄책감을 느끼시는지…

  • 18. 아들위해
    '24.7.20 8:18 AM (223.38.xxx.115)

    아들에게 물려주려구 아끼셨겠죠

  • 19. 외아들
    '24.7.20 10:02 AM (118.235.xxx.194) - 삭제된댓글

    저흰 시어머니가 아들거리며
    그거 하나라고 입에만 발린듯 결혼한 아들 매주마다 데려가고 자고 오게 해서 저혼자 과부생활 24년 했는데
    그분 때문에 남편 월급 많이 들어갔고
    빚만 지고 살았어요.
    형편이 기초수급 못사는 시어머닌데 맘이라도 좋았음 아무런 불평도 없었을거에요.
    구덥은 친정이 다했는데 남편도 시어머니도 시누들도 안하무인이더라고요
    86살에 오래 살다 3년전 죽었고
    빚도 내게 넘겨서 제가 다 갚느라 고생했고요.
    죽고나선 재산도 0원이어서 가져올거도 없었구요
    지금도 지네 집 일 부르면 돈안되는일 지돈 쓰는일만 쫓아다녀요.
    오늘도 폭우 왔는데 장지 간다고 새벽에 갔어요.
    못사는 집은 일도 많고 돈은 없어요. 겨워요.

  • 20. 외아들
    '24.7.20 10:02 AM (118.235.xxx.194) - 삭제된댓글

    저흰 시어머니가 아들거리며
    그거 하나라고 입에만 발린듯 결혼한 아들 매주마다 데려가고 자고 오게 해서 저혼자 과부생활 24년 했는데
    그분 때문에 남편 월급 많이 들어갔고
    빚만 지고 살았어요.
    형편이 기초수급 못사는 시어머닌데 맘이라도 좋았음 아무런 불평도 없었을거에요.
    구덥은 친정이 다했는데 남편도 시어머니도 시누들도 안하무인이더라고요
    86살에 오래 살다 3년전 죽었고
    빚도 내게 넘겨서 제가 다 갚느라 고생했고요.
    죽고나선 재산도 0원이어서 가져올거도 없었구요
    지금도 지네 집 일 부르면 돈안되는일 지돈 쓰는일만 쫓아다녀요.
    오늘도 폭우 왔는데 장지 간다고 새벽에 갔어요.
    못사는 집은 일도 많고 돈은 없어요. 죽는 곳에 다 따라다니고 피곤하고 돈은 안붙고 지겨워요.

  • 21. 근데
    '24.7.20 10:31 AM (106.101.xxx.6)

    죽고사서도 돈은 많고 볼 일이네요..
    유산 많이 남기니 죄송하고 미안하다는 말도 듣는거지
    반대 상황이면 원망만 남지 않았을지..

  • 22. 남편은
    '24.7.20 11:15 AM (211.206.xxx.191)

    그 당시 어머니께 최선을 다해서 아무 후회가 없는 거죠.
    다시 돌아 가도 그때 만큼 못한다고 하니.
    자식과 며느리
    자식과 사위는 다른 것을 어쩌나요?
    그리고 그런 소회가 드는 것도 어머니가 강하고 억척이셨어도
    막장은 아니었으니 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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