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강아지를 너무 키워보고 싶어했는데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찰나 저희 친정엄마아빠가 갑자기 병아리를 모란시장에서 데려오셨어요
예전에 학교 앞에서 사온 병아리는 하루이틀만에
죽었던 기억이 나서 죽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따뜻하게 해주고 온갖 정성을 들여서 키웠네요
점점 크는데 계속 크면 어쩌지? 시부모님 계신 시골로 보내야할텐데 잡아먹음 어떡하지? 고민도 되었는데
다행히 가까운 곳에 전원주택 사시는 엄마 친구분이 닭 키워보고 싶으시다고 오늘 데려가셨어요 ㅎㅎ
한 달 조금 넘게 키웠는데 수컷은 벼슬이 생기고 암컷은 꽁지털이 생기더라구요 쉴 새 없이 싸는 똥이며 깃털이며 각질 엄청떨어지는데두 너무 귀여웠어요
딸보다 제가 더 정성들이게 되더라구요 ㅋㅋ
병아리때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독수리마냥 날렵해진 상태로 닭이 되었는데도 귀엽구 애틋하네요
방이 네 개라 한 방을 병아리방으로 만들어서 풀어놓고 키웠는데두 풀밭에서 죙일 노는 모습들을 보니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게 맞구나 싶더라구요
어린왕자의 길들여진다는 것을 말하던 여우도 생각났어요
수천마리 병아리들 중에서 우리에게 온 두마리
병아리를 길들이면서 너무 특별하고 사랑스럽고 그랬어요
십 년 이상 키운 애완동물들 떠나보내는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고 강아지 키워보고싶은 계획도 접으려구요 근처 주택으로 보내는데도 맘 아픈데 감당 못하겠구나 싶더라구요 ㅠㅠ
그래도 외동인
아이에게 이런 특별한 기억이 있어서 좋을테죠?
똥치우기 잠자리 마련해주기 다 딸아이가 도맡아할정도로 너무 좋아했네요
아쉽지만 이제 일상으로...^^
병아리 편안히 살 곳 있다면 키워볼 만한 녀석들인
것 같아요 강아지보다 더 귀여워요^^ 뒤뚱뒤뚱 걷는
궁둥이며 안아주면서 볼 살살 만져주면 눈 스르르 감는거며
앉아있음 무릎으로 폴짝 뛰어올라 앉아 조는 모습하며...
고마웠다 행복했다 병아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