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추억

어릴적 조회수 : 511
작성일 : 2023-12-12 11:47:46

초등학교 1학년때 였을 거예요

시골 살았는데 큰길가 가까운 초가집이었어요

비오면 낙수에 흙마당이 패이고

볏지붕 사이에 굼벵이도 보이는 집이었어요

대문이 따로 없었지만

집쪽으로 들어오는 골목에 

커다란  석류 나무가 있었고

큰마당  앞쪽으로

해마다 주렁주렁 열리는 감나무 대여섯그루가 있는 집이었어요.

초여름무렵 쯤

엄마가 심하게 아프셨는데 아빠는 출근을 하셨고

동네에는 약국이 없어

제가 버스를 타고 혼자 읍내에 나가 약을 

사온다 했는데

엄마가 너무 아프셨는지 그러라고 하시면서

돈을 주셨어요

해가 떨어질락말락한 시간이었는데

국민학교 1학년이  용감하게

버스타는 곳으로 나갔죠.

무슨 마음이었는지 생각은 안나지만

꽤나 용기를  냈었을거예요.

저쪽에서 버스가 오길래

탄다는  뜻으로 열심히 손을 들었는데

기사님은 손 한번 흔들어 주시고

그냥 통과 하시더라고요.

70년대 중반 차가 많지도 않았고

차가 지나가면 길가에 있던 애들이 손을 흔들면

기사님들도 같이 흔들어 주곤

했었던 시절이었어요.

결국 약은 커녕 버스도 못타고

집으로 향했는데

엄마가 뭐라고 하셨는지는 기억에 안나네요 ㅎ

 

살다보니 

어떤 기억은 콕 박혀 있어

더욱 더 생생하게 기억 나는 포인트가  있던데

저는 50여년전 저때의 기억이  또렷해요

IP : 121.168.xxx.17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동
    '23.12.12 11:55 AM (125.190.xxx.212) - 삭제된댓글

    세상에... 눈물나게 아름다운 글이네요.
    아픈 엄마를 대신해 용기 낸 어린 소녀와
    그 마음이 무색하게 야속하게도 다정하게 지나쳐버린 기사아저씨...
    tv동화 한 편 읽은 기분이에요.

  • 2. 감동
    '23.12.12 11:55 AM (125.190.xxx.212)

    세상에... 눈물나게 아름다운 글이네요.
    아픈 엄마를 대신해 용기 낸 어린 소녀와
    그 마음이 무색하게 야속하게도 다정히 지나쳐버린 기사아저씨...
    tv동화 한 편 읽은 기분이에요.

  • 3. ....
    '23.12.12 12:02 PM (218.146.xxx.111)

    그때는 시골길 차가 별로 없어서 놀다가도 차만 지나가면 손을 흔들어댔었죠 그러면 지나가던 자전거아저씨도 손 흔들어주던시절 누가 어른이라도 있었음 같이 탈수있었읉텐데 전 그래도 못탄게 다행이다싶은 마음이네요

  • 4. ㅇㅇ
    '23.12.12 1:08 PM (116.121.xxx.18)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네요. 추억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5. 겨우
    '23.12.12 1:33 PM (211.36.xxx.47)

    초등학교 1학년 애 혼자 탈거라곤
    기사님도 상상도 안하신거죠.
    더군다나 그 시절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48014 다음에 뮨파 카페 27 ㅇㅇ 2024/01/09 1,357
1548013 멀미가 너무 심한 거 못고치나요. 21 ... 2024/01/09 2,175
1548012 심플한 뚜껑 머그 사고 싶은데요 3 ... 2024/01/09 762
1548011 안테나 간 규현 신곡. 유희열 작사? 자숙 끝났냐 26 2024/01/09 3,719
1548010 그릭 요거트 가격이 7 2024/01/09 2,265
1548009 사강 갑작스러운 남편상, 슬픔 속 빈소 지켜 15 명복을빕니다.. 2024/01/09 33,439
1548008 전세자금대출 알고싶어요 1 월세 2024/01/09 791
1548007 남편과의 정리. 19 .. 2024/01/09 7,718
1548006 이대 근처 거주지 20 .. 2024/01/09 1,832
1548005 김치전 3장 만원 14 ㅇㅇ 2024/01/09 4,250
1548004 동위 안먹히는 갑암 어떻게 치료하셨나요 5 ..... 2024/01/09 804
1548003 맛있는거 하나만 적어주세요. 5 ㅇㅇ 2024/01/09 1,487
1548002 상가집갓다가 다투어요 18 경험 2024/01/09 5,566
1548001 집에 혼자 계신 분 저녁 뭐 드실거에요? 5 혼밥 2024/01/09 1,552
1548000 생리 전 오한 2 그래서 2024/01/09 1,110
1547999 전에 서울에 흉터전문성형외과 올려주셨는데 5 흉터제거 2024/01/09 995
1547998 2030 ‘영끌족’ 두손 두발 다 들었다 6 ... 2024/01/09 3,534
1547997 대학생딸 방학되니 얼굴을 볼 수가 없네요. 6 .... 2024/01/09 2,593
1547996 '개식용금지법' 국회 통과…식용 목적 도살·사육 모두 징역형 12 이제라도 2024/01/09 1,246
1547995 식탁 닦는세제 7 주방세제 2024/01/09 1,569
1547994 인강관리교사 할 만한가요? 3 저도 2024/01/09 1,403
1547993 오늘 국민의힘 영입인사는... 7 어제 2024/01/09 1,272
1547992 결정장애_토요일에 만든 베이글 샌드위치 먹을까요 버릴까요 4 ... 2024/01/09 684
1547991 이태원참사 특별법 통과 12 0000 2024/01/09 1,969
1547990 묵주기도 중에 지향 바꿔도 되나요? 2 ㅇㅇ 2024/01/09 8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