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사이에 확 나빠지셨고
3-4개월 전부터는 1주일 단위로 모든 기능이 떨어지는데
2주 전 응급실과 병원입원 2박3일 후에는
운동기능을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안고 눕고도 못하고 대소변도 못하고요.
2주 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부축하면 걸음도 걸으셨거든요.
너무 급작스레 진행되고, 병원에서 호스피스 얘기도 나오니까
제가 당황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 예견된 상실(죽음)에 대한 제 반응은 회피였어요.
두렵고 회피하고 싶더라고요.
전화통화도 싫고 무섭더라고요.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도 알고싶지 않고요.
평소 직면주의자, 도전주의자라서 모든 일을 직선으로 처리하는 편인데
전혀 대비가 안되어 있더군요.
눈물도 안나오고 뭔가 가슴에서 꾸물꾸물하는데
돌덩이 얹은 것 같기만 하고 답답...해요. 꾸욱..눌리는 느낌.
그 상태에서 일상을 다 합니다. 밥먹고, 운동하고, 개산책 시키고..
사람들과 연락도 하고, 농담도 하고, 위에서 떨어지는 일, 전화, 처리하고요.
그런데 머리는 잘 안돌아가서 평소 하던 작업을 거의 진도 못나가서 밀어두고
멍때리는 시간이 길어지고요(일하기 싫어 핑계인가 싶은 생각도)
넷플이나 유툽에 평소보다 더 골몰하게 되고,
부모님이 증여해주신다는 부동산 증여 처리하느라 오히려 분주하고요.
이걸 누가 지켜본다면 슬픔도 없이 지 일에만 몰두하며 지 몫 챙기는 사람으로 보이겠다 싶을 정도.
가끔 감정이 훅 올라왔다가 다시 안개 속으로 모호해지고요.
그때 알았어요. 아, 상실에 대한 준비도 훈련도 전혀 없구나.
그러면서 이번엔 한번 내 마음을 묵히지 말고 따라가보야지 생각이 들면서..
(예전에 상실 애도에 실패해서 몇십년간 힘들게 살았거든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호스피스 책도 찾아보면서 울고,
명상 하다가 울고, 갑자기 훅훅 들어올 때 감정을 놔주면서 울고 그랬거든요.
그러니깐 훨씬 낫더라고요. 맘이 헐렁해지는 느낌.
꽈악 늘리던 느낌이 없어지고..
그렇게 시시때때로 혼자 울며 일상과 사무를 처리하면서
계단식으로 다가올 상실에 익숙해져가고 있어요.
점진적이고 눈에 보이는 상실도 이렇게 애도하기 힘든데
전쟁/재난/사고/실종으로 가족을 잃고 유해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정말 미칠 노릇이겠구나. 애매한 상태에서 제대로 울어지지도 않겠구나.
사람은 자기가 경험해보지 않은 길은 정말 모르고,
겉으로도 판단하면 안되겠다 싶으면서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전쟁을 치루고 있고,
타인에게 좀 더 관대? 아니, 그 사람의 세계를 존중해주고, 또는 적정거리를 유지하면서
친절하게 대해야겠다...는 뜬금없는 생각에 다다르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말해서 죽음이 가르쳐주는 것이 또 상당하구나.....싶었습니다.
안해보면 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