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지게 가난했다고 했다.
없는 집에서 없는 집으로 시집와 보니
없는 집 보다도 더 없는 집에
방 두칸짜리 초가집에서 시부모님과
시동생까지 보살피고 살아야 했단다.
시집와
쌀 독을 열어보니 쌀알은 안보이고
보리쌀도 바닥에 몇 톨이 전부여서
쌀독을 부여잡고 울었댄단다
재산이라고는 초가집 하나.
밭도 논도 없어
남의집 일을 해서 품삯을 받거나
쌀이나 보리를 받아 식구들 먹고 살아야했고
그와중에 자식들도 몇 낳아
시부모에 자식에 시동생까지
먹여 살리려니
하루가 그리 짧았더라. 하셨다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고 했다
가진게 없어
열심히 일을 하고 일을 해도
내 재산을 만들기가 너무도 힘들었다고 했다
그저
빚지지 않고 부모님을 평생 모시고
자식들 잘 키워내는 것만도 다행이었다고.
소처럼 일해서
평생 힘들게 마련한게 터 넓은 내집 하나.
종중 밭을 경작하는 대신 종중 산소 관리에 시제 음식 준비를 도맡았다.
산 속에 있는 밭은 얕은 산이 해를 가리고
노루가 농작물을 헤짚어 대서
맘에 맞게 농사가 지어지지 않았으나
그걸 경작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뿌듯하셨단다
콩심고 팥심고 깨심고 고추심고...
먹고 남을 정도로 농사가 잘 되면 팔기도 하고
해마다 자식들 한테 내가 지은 농산물 가득가득
챙겨 보낼 수 있어서
그게 내 행복이라 하셨다.
내 밭이 아니지만
내 밭마냥 농사짓는게 재미나셨다고 하셨다.
재미보다도 몸이 더 힘들었겠지만
젊을때는 힘든 것도 몰랐다던 엄마는
한해
한해
몸이 늙어가고
몸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왔었다
젊을때 몸 아낄 줄 모르고 농사일에 혹사했더니
뒤늦게 몸이 시위를 했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프고 뼈 마디가 아팠다
그래도 농사를 놓기가 어려웠다
내것이 아니기에
여기서 손을 놓으면 다시 손을 잡을 수가 없어서
올해만 하고 농사 그만 짓겠다는 다짐을
한해 미루고
또 한해 미루었었다.
그렇게 미루었던 한 해가
올해 마무리 되었다.
일흔여섯.
엄마는 묻지도 않았는데 말씀을 하신다.
거기가 해가 가려서 늘 그늘이 많은 자리라 알곡 여무는게 시원찮다.
심어 놓으면 심어 놓는데로 노루가 가만 두질 않아서
그게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그래도...내가 농사 짓는 동안 흙이 기름지게 해놔서
땅이 참 좋아졌다.
흙이 참 좋은데....
더이상은 안돼겠어서 손을 놓으시고는
마음에서 미련이 남으시나 보다
그래도 자식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다는 자신감과 행복감이
그 작은 밭에서 나왔었는데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내가 내어줄 수 있었는데
그마저 못할지도 못하는 불안감이
자꾸 미련으로 남으시나 보다
몇년을 이제 그만 농사에서 손 놓으시라고
화도 내고 타박도 하고.
엄마 몸 생각하시라고 잔소리를 그렇게 해댄 나는
이제서야 다 내려놓으신게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웬지 모르게
엄마 목소리에 힘이 없는 걸 보니
엄마의 시원 섭섭한 마음이 괜시리 안쓰럽기도 하고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냥 주절거렸습니다.
친정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목소리에 담긴 엄마의 섭섭함이 괜시리 마음 아파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