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집에서 무시당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서 잘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러다보니 잘 하지 못하고 바보취급받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한번은 엄마가 시장에 가서 뭐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셨어요
엄마가 빠른 말투로 시장 어디에 있는 **에 가서 뭐를 사오라고, 그런데 엄마가 말하는 곳이 시장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찾아 가서 헤맬것을 생각하니 덜컥 걱정이 되어서 처음으로 엄마에게 거기가 어디냐고, 좀 차분하게 설명을 좀 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엄마도 자신만 아는 그 가게의 위치를 남이 이해할 수 있게 명쾌하게 설명하는 어휘력이나 표현력이 없었던 거에요
그래서 그, 왜 , 그 가게, 그 큰 가게, 시장가면 다 아는 그 큰 가게 이런 식으로 얘기하다가 제가 당최 못 알아들으니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셨어요, 시장가서 길만 건너면 있는 그 큰 가게를 왜 몰라!! 이러면서 화를 막 내시다가
마침 그때 들어오신 아버지가 듣다가 도대체 어디를 얘기하는 거냐고, 나도 모르겠다고, 시장에 있는 길건너 큰가게가 한두곳이냐고 하면서 차분히 좀 설명해보라고 하셨어요
결국 엄마가 말로 하다가 안 되니 달력을 찢어와 달력뒤에 어설프게 약도를 그려가면서 그 가게 위치를 설명해 주셨어요
그때 내가 모르면, 이해하지 못하면 이런 식으로라도 물어봐야 되는구나 또 내가 모르는 것이 내가 눈치가 없거나 내가 모자라서 모르는 거라고 의기소침했었는데 어쩌면 상대편이 내가 알아듣지 못하게 설명해서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 시절의 나에게는 나름 큰 깨달음이었다고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