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그 긴 세월동안 자기가 번거는 시댁 부양하고 자기 용돈으로만 쓰고요.
시댁은 막장 중의 막장.
시자 붙은 사람들은 단체로 저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집단이었어요.
제가 2,3년 전 더 이상은 이렇게 못 살겠다 협의이혼하고 이만 갈라서는게 서로 좋겠다 했어요.
남편이 크게 반성하고 자기가 잘하겠다고 했고요.
그 이후에 남편이 처음으로 생활비라는 걸 제게 이체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내는 생활비가 별로 안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죠.
제가 그때 진작 결심을 했더라면 그나마 결혼생활이 아주 조금은 정상으로 되었을거라고 후회했어요.
신혼은 극빈에서 시작해서
오늘날 여유있게 살게 되기까지 남편이 기여한 것은 십만분의 1, 아니 백만분의 1이라고나 할까요.
나 혼자 애들 키우면서 독박육아, 독박가장..
일에서 너무 어처구니 없는 일들도 다 나 혼자 감당하면서 살아온 세월이었어요.
여태 애들 키워 결혼시키고 그러면서 그 긴 세월동안 남편이 제게 딱이 도움이 된 적 한번도 없었고
남편이 있어서 참 좋았던 적도 없었고
시댁 온갖 패악질도 강건너 불구경하던 남편이라
솔직히 저는 남편없이도, 아니 남편이 없었다면 시댁의 패악질도 당할 필요 없었기에 더 잘 살았을거구요.
정말 남편이 내 인생에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거든요.
그래도 애들의 아빠이니 내가 최소한도의 도리는 하자는 심정으로
너그럽게 용서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었어요.
지난 주말에 우리집에서 2시간 반 거리에 있는 어떤 곳에서 뭘 실어와야 할 일이 있었는데
늘상 그렇듯 제가 혼자 가려고 했더니만
남편이 자기가 운전할테니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이 운전하고 저는 조수석에서 편하게 졸다쉬다 다녀왔어요.
정말 처음으로 남편의 도움을 받아보니
남편이 있으니 내가 편한게 있기는 있구나 싶고
뒤늦게 이제야 남편 사용설명서를 읽은 느낌이 들어요.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네요.
남편이 도움이 될 때가 내 평생 있기는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