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사과로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군요.
우리는 바다로 가고 있다
2016년 12월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특별검사가 수사팀 구성을 위해서 인선 1호로 지목한 사람은 윤석열이었어. 특검보를 선정하기 전에 수사팀장을 먼저 지목한 것도, 특정 검사를 콕 집어 파견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모두 이례적이었지.
윤 검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댓글 수사와 관련하여 징계 및 좌천을 당한 악연이 있는지라 공정성과 중립성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었어. 이 때 박 특검은 “처음엔 모양새가 안 좋다고 거절당했으나 내가 강권했다. 저하고 호흡을 많이 맞췄고 수사를 아주 잘한다. 또 굉장히 합리적”이라며 밝혔어.
사실 그가 대검 중수2과장으로 부산저축은행사건의 주임검사이던 시절, 대출브로커 조모씨를 변호했던 박영수를 위해선 참 합리적이긴 했지. 조모씨는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인척으로 대장동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대가로 10억여원의 뒷돈을 받았는데, 합리적인 윤 검사 덕분으로 입건을 면했으니까.
하지만 그 조모씨는 2015년 수원지검 수사에선 같은 혐의로 기소되어 결국 유죄판결을 받았거든. 그 때에도 박 변호사가 변호인이었으니 윤 검사가 합리적으로 수사한 덕에 박 변호사는 같은 사건으로 두 번 돈을 벌 수 있었지.
이제서야 불거진 봐주기 의혹에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대장동 불법 대출은 수사 대상이 아니고 진술이나 증거가 없었다’고 해명했어.
하지만 씨세븐 대표 이강길씨가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을 때 ‘수수료를 준 것이냐’고 묻길래 ‘조씨가 자금을 가져오는 조건으로 용역 발주를 요구해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고 했으니, 윤 검사가 역시 “박 변호사를 위해서” 수사를 잘 했구나 하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단 거지.
근데 쟁쟁한 검사와 변호사가 붙을 때 최고의 창과 방패가 만난다는 레토릭을 쓰잖아. 개뿔, 그냥 끼리끼리 자기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은혜를 베풀면서 기회와 돈을 나누었던 거지.
윤석열은 박영수가 변호하던 대출브로커를 봐주고, 박영수는 국정농단 특검에 수사를 잘하고 매우 합리적인 윤석열을 부르고, 그 대출브로커에게 박 변호사를 소개해준 사람은 화천대유의 김만배이고, 박영수의 아들, 딸은 화천대유 및 대장동 아파트 분양대행업체의 관련회사에서 근무했고 김만배의 누나는 윤석열의 아버지의 집을 샀는데, 이런 극단적 우연은 검사들의 세계에서는 아주 가능하지.
진경준 검사가 김정주 대표로부터 넥슨의 주식을 받아 주식대박을 치고, 넥슨은 하필이면 우병우 처가의 땅을 사주고, 수사팀이 김정주가 사는 집인 줄 알고 압수수색을 갔는데 김주현 대검차장이 살고 있었던 그런 일들 말이야.
여하튼 저축은행 사건과 같은 대형사건은 전현직검사들이 협심해서 수사기소권으로 전횡의 씨를 뿌리고 부패의 열매를 거두어 들일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된단 말이야.
일례로, 2012년 김영종 검사는 모 저축은행 행장과 공모해 수백억 원대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던 건설업자로부터 금맥을 캤어.
문제의 그 건설업자는 조카 명의의 차명계좌로 김 검사 부인이 운영하던 테마파크에 2억 5천만 원을 보낸건데, 2017년의 경찰 의견서는 “사건이 내사 단계에서 종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검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 단장과 팀장을 접촉하였으나, 대검 합수단에서 김모를 피의자로 조사하는 등 수사진행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2012년 4월 12일 2억 5천만 원을 반환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재하고 있어.
한편 신안저축은행 관련자들은 300억원대 불법대출 혐의를 받았는데, 박순석 회장과 그의 아들이자 저축은행의 대표이사 박상훈은 다른 저축은행과는 달리 기소를 피하는 쾌거를 달성했어. 그 은행은 2011년 9월 대검 산하에 '저축은행비리 합동 수사단'이 설치될 무렵검사 전관 변호사 노상균을 사외이사로 임명했는데, 그 덕분일까?
그런데 검사들 주변에서는 항상 우연에 우연이 겹치니까 말이지.
신안저축은행의 수사를 종결하고 수사결과를 발표한 시점은 2013. 3. 20인데, 불과 1주일 전 최은순은 그 은행으로부터 채권최고액을 22억원으로 하는 담보대출을 받았어. 나중에 그 저축은행은 최씨가 성남 도촌동 땅을 매입할 때엔 무려 48억 원의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주었지. 그리고 최씨가 위조한 잔고증명서의 명의자도 하필이면 그 저축은행이야. 또 해당 저축은행은 김건희가 주최한 전시회에 2016년부터 2019년 사이에 3차례 후원을 했지.
최근 최순실은 박 전 특검에 대해 “혼자 깨끗한 척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하고 저를 경제공동체로 뒤집어 씌우더니 본인은 뒤에서 딸과 아들을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회사에 취업시켰다. 본인은 고문료를 받고 친척은 김만배로부터 100억을 받았다”며 항의했어. 최순실로부터 “너나 나나 도낀개낀”이라는 말을 듣을 만한 사람들이 특검에 포진했던 것부터 촛불정부가 검찰에 포획당하는 좌절은 예정되었던 걸까.
그럼에도 우리는, 뿌리가 겨울의 슬픔과 지루함을 견디고 대지로부터 물을 끌어 올려야만 고운 꽃망울을 볼 수 있다고 서로 속살대며 여전히 바다로 향하고 있어. 많은 이들이 바다를 닿기를 꿈꾸며 온 몸으로 우리를 밀었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달려가야 한다고 찬란하게 재잘거리며...
검사출신 이연주변호사페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