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부동산 정책
2021.11.15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를 지지하자, 주변 운동권 선후배, 동료들이 어떻게 박근혜를 지지할 수 있느냐며 분개하고 내게 쌍욕을 했다. 그 때, 내 답변은 간단했다. 박근혜 공약의 90%는 내 생각과 같고, 문재인의 정책 중에 50%는 공감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문재인의 정책에 공감한다면 그에 대해 내게 왜 좋은지 설명을 해 보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문재인 지지자 중에 나를 설득할 정도로 문재인의 정책을 세심하게 알기는커녕 문재인의 공약이 어떤 것이 있는지 아는 사람조차 거의 없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실소가 나온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를 내가 어떻게 지지할 수 있나?
<허 찌른 윤석열 "종부세 없애겠다".. 집부자 민심 '구애'>
http://news.v.daum.net/v/20211115043053111
윤석열이 종부세를 재산세와 통합하고 1가구 1주택자는 종부세를 면제하겠다고 공약했다. 나는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윤석열은 죽어도 못 찍을 것 같아 내년 대선을 보이콧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이제 고민할 필요도 없어졌다. 윤석열의 공약은 내 주장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내년 대선에서 윤석열은 완전히 아웃이고, 이재명이 사퇴하고 이낙연이나 김부겸이 올라오면 고려해 볼 생각이다.
윤석열이나 윤석열 캠프는 급등한 주택 가격과 전세 가격이 왜 일어났는지, 이로 인해 누가 고통을 받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근본 원인에 대한 분석이 잘못되었으니 저런 엉터리 처방이 나온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주택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서울의 신축 아파트 공급이 부족했고, 앞으로도 공급량이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박원순이 서울시장 재임 10년 동안 도심재생을 내세우며 서울시의 재개발, 재건축을 규제하면서 신축 아파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주택은 호수만 계산해서 주택보급률이 높다고 하여 가격이 안정되는 것이 아니다.
10년 전만 해도 신축 아파트와 구형 아파트 가격이 거의 비슷했으나, 요즈음은 신축 아파트 가격이 구형 아파트보다 월등하게 높게 형성된다. 그 이유는 신축 아파트는 32평형이라도 4 베이 구조에 드레스 룸, 벤트리, 시스템 에어콘, 보안 시설 등이 있고 기본적으로 확장되어 있어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는데다 피트니스 센터 등의 편의 시설이 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 구형 아파트보다 생활이 훨씬 편하다. 따라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추세인데 박원순이 재건축, 재개발을 막아버렸으니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즉, 최근래의 주택 가격 급등은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에 따른 문제이고, 가장 책임이 있는 자는 박원순이었다.
이것 외에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 특목고를 폐지하면서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의 강남 아파트 수요를 부추켰고, 다주택자에 대해 핵폭탄급 과세를 예고하자, ‘똘똘한 1채‘로 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져 강남 수요는 더욱 강해졌던 것이다. 강남이 오르자 그 기세가 강북으로 번지고, 수도권으로 가격 인상이 확대되었던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잘못한 부동산 정책은 임대인과 임차인을 모두 힘들게 만든 임대차보호3법과 강남으로 교육 수요가 몰리도록 한 자사고/특목고 폐지이지, 보유세를 강화한 것은 가수요를 예방해 주택 가격 하락을 압박한 것으로 가격 안정화 방법의 하나였지 가격 인상 요인은 아니었다.
그런데 윤석열이 보유세를 완화하겠다고 나왔다. 이것은 원인 분석이 잘못되어 나온 처방이거나 대놓고 강남 사람들과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소유자들의 표를 의식한 일종의 포퓰리즘의 발로에서 나온 공약일 뿐이다.
필자는 향후 아파트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 예측한다. 그 이유는 내년 6월 지선에서 오세훈이 다시 서울시장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 보선에서 당선된 오세훈은 1년 짜리 서울시장이고 서울시 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자신의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웠지만, 내년 지선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이 당선되면 박원순과 반대로 서울시의 재개발, 재건축이 활발하게 추진할 것이다.
근래의 아파트 가격 상승의 주 원인이 박원순의 재개발 재건축 규제로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이라고 필자는 보기 때문에 오세훈이 적극적인 재건축, 재개발에 나서면 아파트 가격은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 본다.
필자는 부동산문제는 대통령과 정권의 부동산정책 방향과 의지가 가장 크게 좌우한다고 보지만, 최근래에 발생한 부동산 가격 급등 원인은 서울시와 서울시장에게 있었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대통령보다 서울시장 선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세훈 시장이 초과이익 환수는 적절히 하면서 잠실 5단지와 은마아파트 등 강남의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용적율을 상향해 주고 초고층 아파트도 인가해 줘 강남의 신축 아파트 공급을 늘리고, 강북 지역도 박원순이 인허가를 취소했던 재개발을 다시 복원해 도시 재정비와 더불어 신축 주택 공급을 늘렸으면 한다. 기념물을 남긴다고 잠실5단지 아파트 1동을 헐지 않고 남겨야 한다는 조건을 재건축 허가 조건으로 붙이는 박원순이 했던 미친 짓은 하지 말았으면 하고.
우리나라도 향후 5년 이내에 인구 감소가 일어나고, 일본과 같이 도시 외곽지역에 빈집들이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고 그 해결책으로 문재인 정부가 3기 신도시들을 대거 계획하고 분양에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10년 이후가 걱정이다. 서울과 인접했다면 그래도 괜찮지만, 도심에서 1시간 30분 이상 소요되는 거리의 신도시들의 아파트들은 수요가 급감해 빈 집은 되지 않더라도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다.
윤석열이든 누구든 대선 후보가 작금의 급등한 아파트 가격을 안정화시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비좁은 국토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전국민의 효율적인 주거 안정을 위해 큰 틀에서 부동산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고 본다.
‘똘똘한 1채’가 최고라는 인식보다 보유(투자)보다는 거주를 우선하여 내 생활에 가장 효율적인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 거주보다 투자 자산으로 생각해 보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주는 대신 자신의 환경에 가장 적합하고 효율적인 주택에서 거주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1주택자들에게 보유세를 경감해 주는 것은 ‘똘똘한 1채’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강화하고 부동산 문제의 근원지이지 시발점인 강남 아파트 가격을 상향시키게 될 뿐이다.
자사고와 특목고 부활은 평준화 교육을 보완하고 학교 선택의 자유도 주는 한편, 강남 8학군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쏠리는 것을 완화할 수 있다.
장기 보유자나 고령의 수입이 없는 분들에 대해 과도하게 보유세나 양도소득세를 경감해 주는 것도 피해야 한다. 수입이 없는 은퇴하신 분들은 외곽으로 빠지고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 층이 도심에 살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장기 보유자나 고령의 은퇴자들에게 과도한 경감 혜택을 주게 되면 주택의 세대간의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아 국가사회적으로 효율적 주거관리가 힘들 뿐아니라, 교통, 환경문제도 악화시킨다.
고령자나 은퇴자에 대한 보유세나 양도소득세를 경감해 주는 대신 외곽으로 이주해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가령 외곽에 병원들을 지어 고령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강문제를 해결해 주고, 노후생활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시설들을 많이 짓거나, 도심의 주택을 매각하고 외곽으로 이전하는 경우에는 취등록세를 면제해 주거나 이전한 주택을 향후 매각할 시에 양도소득세를 경감해 주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 하다.
윤석열이나 윤석열 캠프는 작금의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면밀히 살피고,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 무엇인지 고심하고 대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표를 의식한 사탕발림 대책을 내놓고 있다.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고가 주택 소유자들은 당장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을 내놓는 윤석열이 이뻐 보일 것이고, 서울과 수도권의 1가구 1주택자들도 정권이 바뀌면 자신의 세금이 대폭 줄어들 것을 약속해 주는 윤석열이 얼마나 이뻐 보이겠는가?
필자가 안타까운 것은 무주택자들도 윤석열이 제시한 대책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거나 전월세가 쉬워질 것이라 기대하면서 고가 주택 소유자들과 함께 문재인의 보유세 강화를 비난하고 윤석열의 대책이 옳은 것처럼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런 걸 보면, 언론들의 말장난이 무섭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