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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제주 3주 살이의 시작-그것은 (세번째)

아직은 조회수 : 3,353
작성일 : 2021-09-14 16:39:35

제주는 다 아시는 것처럼 지금 태풍영향권입니다 .
비바람이 계속 되고 있어요 .
근데 신기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창을 닫고 있으면  비바람 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네요 .
서울에서는 이렇게 바람이 불면 바람 소리가 크게 들리는데 여긴 그렇지 않네요 .
비바람 많은 자연에 맞춰 낮게 집을 지어서 그럴까요 ? 그래서 자꾸만 창문을 열어 확인해봅니다 .
열어보면 역시나 바람이 몰아치고 있네요 .
 
 
도착한 아침에 꿀잠을 자고 일어나니 열시가 넘었더라구요 .
배가 몹시 몹시 고팠습니다 . 생각해보니 전날 저녁에 휴게소에서 호두과자 몇개와 커피를 먹은 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
정말 눈에 뵈는 게 없이 배가 고프더군요 .
주방에 햇반이 하나 있더라구요 .
그걸 데우고 제가 가지고 온 김치와 양배추찜을 꺼냈습니다 .
문득 , 마당텃밭에 줄지어 있는 상추생각이 났습니다 .
우산을 쓰고 나가 텃밭의 상추를 따왔습니다 . 거기에 비상식량으로 가지고 온 스팸도 구웠습니다 .
배가 고픈 데다가 조금 전까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상추쌈까지 있으니 맛은 물어보나 마나입니다 . 바로 따온 상추는 어쩜 그리 아삭아삭한 걸까요 ?
정말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습니다 .
 
밥을 먹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마당이 보이는 창 앞으로 테이블을 옮겨 놓는 일이었습니다 .
낮은 돌 담 덕분에 저 멀리 까지 동네가 다 내 마당인 듯 싶습니다 .
일상에서 벗어나면 하루 세 끼 먹는 일이 참 중요한 일로 다가옵니다 .
저도 점심상을 정리하면서 저녁엔 뭘 먹을까 고민을 합니다 .
제가 정한 메뉴는 새우를 넣은 알리오올리오 입니다 .
근처 마트에 가서 새우 네 마리와 통마늘을 샀습니다 .
벌써 입안에 침이 고이네요 .
그리고 어깨랑 등이 좀 아픕니다 . 어제 힘에 부치는 케이지를 들고 다닌 덕분인 듯 하네요 .
 
제가 만든 알리오올리오 중에서 가히 최고의 맛이라고 할 수 있는 요리가 완성되었습니다 .
창을 마주하고 앉아서 식사를 하는데 , 여느 시골처럼 창밖은 새까맣습니다 .
새까만 창밖을 바라보니 일찌감치 졸음이 오네요 .
어두워지면 잠을 자는 게 자연의 법칙이니까요 ...
 
그리고 우리 댕댕이가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 날이 밝았으니 밥을 내놓으라네요
바깥은 여전히 비바람이 몰아치는 중이고 ,
이 집에는 저와 저 녀석 둘 뿐입니다 . 그렇게 달콤하게 외로운 아침이네요 ^^...
커피와 계란 , 그리고 사과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는데 제주의 지인이 점심을 청하는 전화를 했습니다 .
음 ..... 게으른 오전을 보내고픈 마음이 강했지만
저를 환영해 주는 그녀의 마음을 고맙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
집을 나서니 태풍도 힘이 들어서인지 비가 그쳤습니다 . 비가 그친 걸 보니 댕댕이 생각이 났습니다 .
그 녀석 제주에 와서 비바람 때문에 산책을 못했거든요 ...
점심을 먹고 , 다시 마트에 들러 태풍에 대비한 장을 봅니다 .
아마도 내일과 모레는 외출을 하기 힘들 테니까요 .
집에 돌아오자마자 - 제가 이제 아주 자연스럽게 집이라고 하는군요 ^^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 길로 나섰습니다 .
간만의 외출에 신이 난 엉덩이 ...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다시 분무기로 뿌리는 것 같은 비가 흩뿌립니다 .
낯선 냄새가 가득한 이곳이 바다 건너 머나 먼 곳이라는 걸 저 녀석은 모르겠지요 ?
난생 처음 우중 산책을 경험한 녀석은 집에 오자 잠이 들어버렸답니다 .
다음 주 날이 개면 바다도 보여주고 오름도 데리고 가 볼 생각입니다 .
강아지도 잠이 들어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이 시간 열린 창 앞에서 이 글을 씁니다 .
비가 내려도 창을 열어 놓을 수 있답니다 . 이것 또한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
 
큰아들이 태풍 때문에 걱정스러운지 자꾸만 전화를 합니다 .
그런 아들의 관심이 고맙습니다 .
 
저는 이제 유튜브 보면서 운동을 좀 해야겠습니다 .
 

IP : 125.187.xxx.44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제가
    '21.9.14 4:46 PM (116.123.xxx.207)

    이말은 잘 안쓰는데
    힐링.. 그 자체네요
    원글님 행동반경이 눈에 그려져요

  • 2. 달콤
    '21.9.14 4:47 PM (119.192.xxx.2)

    달콤한 외로움이라니.
    넘 좋네요. 영상을 보는듯 싱싱한 표현력. 기가 막힙니다.
    비 맞고 와서 폭 잠든 댕댕이
    넘 사랑스러워요.

  • 3. 아~~
    '21.9.14 4:50 PM (58.228.xxx.36)

    저도 제주 2주살기 계획중인데..
    딱 원글님같은 낮은 돌담집 알아보고 있거든요..
    어느 마을인지 알려주실수 있을까요

  • 4. ㅇ_ㅇ
    '21.9.14 4:51 PM (118.235.xxx.131)

    저랑 동갑인분이라 그런지 무지 부럽네요
    계속 소식 전해주세요~

  • 5. dd
    '21.9.14 4:53 PM (211.36.xxx.131) - 삭제된댓글

    태풍 때 바깥 출입 조심하셔야해요
    특히 현관문 열때 문짝 떨어져 날아가는거
    일상다반사이고
    물건들 여기저기 날아다니는거애도 다칩니다
    이상 제주 살다 온 사람

  • 6. 일상에서
    '21.9.14 4:53 PM (182.216.xxx.172)

    맞아요
    저희도 산에있는 주말오두막에 가면
    밥먹고 치우면서 다음끼는 뭘 먹을까? 애기하곤 했는데
    일상에서 벗어나면
    정말 다음끼가 중요해지는게 맞는거군요 ㅎㅎㅎ

  • 7. 좋아요
    '21.9.14 4:56 PM (14.39.xxx.74)

    제주도에서는 호텔에서 밖에 지내본 적이 없지만 원글님의 글솜씨 덕분에 제가 그 집안에 들어앉아 같이 아삭이는 상추를 싸먹고 비뿌리는 창가에서 커피 한잔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되네요
    자연을 좋아하고 많이 접하다 보니 예전엔 비오면 옷 젖는 걱정, 운전하는 걱정을 하게 되고 바람이 세게 불면 집에 크고작은 피해가 생길까 걱정을 했는데 이젠 비가 와도 한번씩 땅을 적셔줘서 고맙고, 바람이 불면 더위를 식혀주고 고요하고 피할 곳의 소중함을 알게 해줘서 고맙고, 길가에 자라는 풀과 꽃이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소박하게 자기 할 일하는 그 모습에 고개숙여지고 그러네요

    제한된 시간은 잊었던 감사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여러번 경험했어요
    또 내가 사는 곳이 아닌 곳에 가면 낯섦이라는 현미경으로 같은 것도 유심히 보게 만들고 귀기울이게 만드는 경험도
    3주라는 시간을 원글님 원하는대로 쓰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댕댕이와 함께 한 시간도 예쁘게 새겨지길 바랍니다

  • 8. 이것은
    '21.9.14 5:02 PM (118.43.xxx.144)

    작성자 이름이 앞선 글과 같지 않게 올라가 버렸네요... 근데 수정이 안됩니다.
    제가 누굽니까 배시간도 착각했던 그여자 아니겠어요. 죄송합니다. 통일해야하는데...
    아~~님 여기는 숙박시설이 아니랍니다. 잘 찾아 보시면 이보다 더 좋은 숙소가 있을 거예요
    dd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 또 조심하겠습니다.

  • 9. 아아
    '21.9.14 5:37 PM (39.118.xxx.160)

    제주다녀온 지 일주일됐는데 원글님 글보니 다시 또 그리워집니다. 저는 한달만이라도 살다 오고 싶어요.제주는 어찌 그리 좋은지 모르겠어요.바다도 좋고 하늘도 좋고...지난주에 다녀왔을때도 비가 계속 와서 계획한데로 못가긴 했지만 그래도 그립네요.원글님 건강히 제주생활 하시길.바랍니다.

  • 10. .,,
    '21.9.14 5:39 PM (175.198.xxx.100)

    댕댕이 계탔네요 제주 가서 우중산책… 글솜씨가 좋아서 재미있게 읽힙니다.

  • 11. ..
    '21.9.14 7:00 PM (118.216.xxx.58)

    글만 읽어도 이미지가 와닿게 글솜씨 좋으시지만 사진 올릴수 있는 다른 게시판에 사진 한장씩 첨부해서 올려주셨으면... 여행이랑 음식 얘기엔 사진이 필수 아니겠습니까~ ^^;

  • 12. 박가부인 민씨
    '21.9.14 8:02 PM (49.175.xxx.170)

    원글님 글 읽고
    제주도 살기 꼭 실현하고 싶습니다

  • 13. 완도
    '21.9.14 8:22 PM (210.183.xxx.89)

    지난 글 읽었는데 완도항에서 가셨더라구요. 제 친정이 완도라 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저도 배타고 딱 1번 가봤네요.
    원글님 덕분에 완도에서 배타고 제주 가야겠단 생각이 불끈 듭니다.

  • 14.
    '21.9.24 11:05 PM (59.27.xxx.107)

    아~ 그런 사연으로 제가 검색했을때 누락됐군요^^ 암튼 또 이렇게 찾아서 읽게되니 너무나 좋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제주 민가 민박을 하며 주변 농가를 둘러보다가 여기 어디쯤에서 조모 살아보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딱 그런 삶을 살고 계셔서 글을 읽는내내 간접경험으로 덩달아 기분이 좋습니다. 3주 동안 더불어 행복할 것 같습니다.

  • 15.
    '21.10.24 6:46 PM (121.160.xxx.182)

    제주 세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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