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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제로에서 시작해서 집 산 이야기

ㅇㅇ 조회수 : 5,002
작성일 : 2021-07-24 07:24:19
잠도 안 오고 정리 겸 써 볼게요. 

저는 친정이 잘 살아서
막연히 내가 결혼하면 집은 아빠가 해주겠지 했어요. 
아버지도 당시 그렇게 생각했는데
결혼할 때 집안이 기울고
아버지 본인이 불치병으로 투병중이고 병명도 안 밝혀진 채로
병원비가 엄청나게 들어가는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그땐 발병 초기라서 아버지가 주신 현금으로 결혼을 했습니다. 
스드메, 예식장비, 신혼여행비, 예물, 예단 하고 나니 돈이 없더라고요. 

결혼할 당시에는 남편 관사에서 살았기에
불편함 없이 지냈어요. 그 사이 아이도 낳았고요.

그러다 근무 기간이 끝나서 관사를 나오고.
집을 알아봐야했는데
직장 때문에 남쪽 지방으로 갔어요.

첫번째 집은 2010년 오래된 2층 주택의 2천에 40짜리 투룸에 들어갔어요. 
1년 월세 계약이었고 
거기서 지내다가
남편이 직장을 옮겼어요. 중부 지방으로요. 

아파트를 알아보다가 관리비가 부담돼서
2011년 길가의 상가주택 2층에 집을 얻었어요.

두번째 집은 2000에 60이었는데 제가 깎아달라고 사정해서
2천에 58만원으로 월세 계약하고 들어갔어요. 
여기서 2년 살면서
큰 길 건너에 아파트 단지가 즐비했는데
저 아파트는 누가 살까? 싶었어요. 당시 그 아파트가 4억이었어요. 
상가 샌드위치 판넬 주택에 심야 전기였어요.
전 심야전기가 좋은 줄 알고(부동산 아주머니가 강추해서) 들어가 살았는데
진심 살 집이 못 되더군요. 
판넬 주택이라 단열이 안 되고, 심야 전기 보일러라서 난방이 제 마음대로 안 돼요. 
겨울엔 추워서 창문마다 김장용 거대 비닐로 겹겹이 감쌌는데도 
우풍이 말도 못했고
도롯가의 상가주택이라서 창문을 열어놓으면 방바닥에 시커먼 분진이 가득했어요. 
그 때문인지 둘째가 태어났는데 아토피까지 난리였어요. 
전 육아 스트레스, 아이 건강 챙기는 일 등등에 지쳤고
남편 관계는 최악이었어요.
지옥같은 시기를 보내고
2년 계약 만료가 돼서 집을 알아보러 다녔어요. 

세번째 집은 2013년 8500만원 전셋집이었어요. 다가구 주택의 3층이었어요. 
월세가 아까우니 전세로 살자고 남편을 설득했고 대출을 받아서 들어갔어요.
오래된 집이지만 도시까스고 아파트 구조라서 베란다도 있어서 만족했어요. 
그래서 여기서 오래오래 살아야지 했어요. 
저도 그때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했어요. 
열심히 일 하고 애들 어린이집 보내는 나날이 이어졌어요.
그런데 구옥의 가장 큰 문제점인 누수가 생기더라고요. 
폭우가 오면 베란다 쪽에서 비가 새는데 진심 줄줄 폭포수가 생겼어요.
집 주인에게 몇번 말해서 고쳤는데도 누수를 잡지를 못하더라고요. 
집은 작지만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봐요. 
3년 살고 있던 때에
집이 팔려요. 안 고쳐지는 누수를 고지하고 헐어버리는 조건으로 팔았대요. 
그래서 새로 집을 알아봐야 했습니다.

네번째 집은 2016년 1억 3천 전세집이었어요. 
그때 아파트를 가려다가 경주 지진 사태가 터져서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아파트를 접고 다시 다가구로 들어갑니다.
남편돈 9500만원에 제가 벌어서 모은 돈 3500만원을 더했어요. 
신축이라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번듯한 주차장도 있고요.

그런데 상업지구와 유흥지구에 인접해 있었고
때마침 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니며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던 때였어요.
상가지구에 사니까 학원도 근처에 없고 학습지 선생님도 오기를 꺼려하더라고요
간신히 학습지와 피아노 학원을 보내면서 지냈는데
여기서 살다가는 교육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할 거 같았어요. 
그리고 술집에서 먹고 노는 사람들이 집 주변에 토하고, 아침에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담배 피면서 돌아다니고 그래서 딸 기르는 중이라 괴롭더라고요. 
애도 우리는 왜 아파트 안 사느냐고 물어보고요.. 

다행히 사는 동안 지출이 크지 않아서 제가 버는 돈은 거의 다 모을 수 있었어요. 
2년 계약 만기가 다가오자 큰 마음을 먹고 아파트를 갔어요.
그때가 2018년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었어요. 
네번째 집을 알아보던 당시 안면을 텄던 공인중개사 아주머니가 정말 열심히
집을 찾아줘서 4억 이하 아파트를 잡을 수 있었어요.
(네.. 두번째 월세집에서 살 때 선망했던 그 아파트예요)

제가 당시 현금으로 1억 5천이 있었어요. 제가 모은 돈이었어요.
그래서 계약을 하고, 구옥 아파트라서 리모델링을 했어요. 
오래 살 집이라서 리모델링에 돈을 쏟고, 
전세집 금액을 빼서 남편 돈은 남편 주고, 남은 돈에 더해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그 뒤 입주하고, 잘 살았고요. 지금은 주담대 2억 남았어요. 
(공동 명의라 남편이 전적으로 주담대 갚고 있어요, 제가 중간에 돈 생기면 수혈하고요)
아파트 값은 두배 올랐고요. 

정리해보자면 

1번째 2010년 2천에 40월세
2번째 2011년 2천에 58월세
3번째 2013년 8500 전세
4번째 2016년 1억 3천 전세
5번째 2018년 내집 마련, 4억 

그 와중에 양가 도움 하나도 없었고요 
식재료 받아 먹지도 않았고
양가가 지방 끝에서 끝이라서 육아 도움도 없었습니다. 
친정 엄마가 이사하라고 이사비 100만원 준 게 다예요. 
시가는 홀어머니라서 여유가 없으세요.

제가 생각해도 열심히, 잘 산 거 같아요.
제가 안 벌었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고요. 
요즘은 지쳐서 일을 좀 줄였고요..

남은 주담대 생각하면 일 열심히 해서 갚아야죠...

이렇게 간단히
정리하고 나니 개운하네요. 

IP : 211.231.xxx.229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이고
    '21.7.24 7:29 AM (106.101.xxx.118)

    고생하셨네요

  • 2. ...
    '21.7.24 7:30 AM (122.38.xxx.110)

    예쁘네요.
    글도 예쁘고 살아오신 모습도 예쁘고요.
    행쇼.

  • 3. 짝짝짝
    '21.7.24 7:35 AM (59.6.xxx.156)

    열심히 잘 사셨어요. 장하십니다.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 4. ㅇㅇ
    '21.7.24 7:37 AM (211.231.xxx.229)

    감사합니다... 언젠가 한 번 집 스토리를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하네요...

  • 5. ..
    '21.7.24 7:41 AM (118.218.xxx.172)

    잘하셨네요. 그리고 잘사셨네요(집이든 삶이든) 맞벌이하면 금방 일어서더라구요. 앞으로 꽃길만 걸으세요^^

  • 6. 장하세요
    '21.7.24 7:45 AM (39.124.xxx.146)

    담담하게 쓰셨지만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지
    그려지네요 그리고 저를 돌아보면 반성도 하게되고요 아이들이랑 예쁜가정안에서 늘 행복하세요

  • 7. 그렇게
    '21.7.24 7:45 AM (180.68.xxx.158)

    살아가면서
    일궈나가는 그 뿌듯함
    정말 좋죠.
    재미있게 알콩달콩 행복하십쇼~

  • 8. ..
    '21.7.24 7:45 AM (183.98.xxx.95)

    장하십니다
    이런 분들이 나라를 살립니다
    훌륭하세요

  • 9. ..
    '21.7.24 7:54 AM (211.243.xxx.94)

    이쁘시다.
    아직 젊으시고 검소하셔서 금방 더 부를 일구시겠어요.

  • 10. ㅎㅎ
    '21.7.24 8:00 AM (122.35.xxx.109)

    이런글 좋아요
    글로 읽어도 고생한게 느껴지네요
    그런데 전세금 뺀돈을 왜 남편주셨나요
    집사는데 보태야죠

  • 11. 원글
    '21.7.24 8:03 AM (211.231.xxx.229)

    남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빚이어서요... 전세금도 다 대출이라 줘야 했어요.

  • 12. 궁금
    '21.7.24 8:04 AM (223.38.xxx.112) - 삭제된댓글

    약 2년만에 무슨 일을 하시길래 1억 5천을 모았을까 그게 더 궁금하네요.

  • 13. 원글
    '21.7.24 8:08 AM (211.231.xxx.229)

    프리랜서 외주 일인데 하루에 2~4시간 자고 일만 했어요. 저도 그때처럼 한번 더 살라고 하면 못 살 거 같아요. 그 결과 건강이 안 좋아졌어요.

  • 14. D345
    '21.7.24 8:11 AM (110.70.xxx.58)

    헉 ㅠㅠ 정말 열심히 사셨네요 대단하십니다!! 축복

  • 15. 저와 비슷
    '21.7.24 8:24 AM (117.111.xxx.201)

    아파트를 산 시기도 비슷~~

    전 대신 관사’없이 월세로 시작했네요

    이젠 자리잡고 돈도 잘 벌지만 ㅡ

    아기를 가질 타이밍을 놓쳤네요

    막상 근데 지금 상황에서 보니
    이런 삶도 행복하네요
    제 팔자인거 같고…
    홀가분합니다
    노후대비걱정없이 울부부 둘만 홀가분히 가면 되니까요
    조카들한테 사랑 쏟고 동물 키우로구요

  • 16. 에고
    '21.7.24 8:26 AM (122.35.xxx.109)

    진짜 고생많았네요
    지금은 집도 있고 애들도 좀 컸을테니
    많은것 누리고 사세요
    원글님 칭찬합니다~~

  • 17. ..
    '21.7.24 8:45 AM (220.118.xxx.225)

    너무너무 기특하네요~
    칭찬 받아 마땅하고..원글님 안아 드리고 싶습니다~고생했다고!

  • 18. 소득이
    '21.7.24 8:50 AM (118.235.xxx.213)

    많아지니 가능했네요.아이들도 보살핌많이 받아야할 시기에 고생했어요...원글님도 어여 건강회복하기를..

  • 19.
    '21.7.24 8:59 AM (112.149.xxx.26)

    원글님 저보다 늦게 결혼하셨는데 대단해요
    박수쳐드리고싶어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도 회복하셔요~!!

  • 20.
    '21.7.24 9:05 AM (180.65.xxx.224)

    고생하셨어요
    저도 대출 1500받아서 3500만원짜리 전세로 시작했어요.
    올해 아파트 샀어요 ^^

  • 21.
    '21.7.24 9:48 AM (14.38.xxx.227) - 삭제된댓글

    저도 30년 전이지만 완전 맨손으로 아니 빚으로 시작해서 분양받은 아파트 5년 전세주고 13년만에 입주했지요 새집 아까웠지만 5년동안 빚 다 청산했어요
    10년만에 중고3년된 소나타3사서 작년에 폐차했어요
    그런데 그 10년간 너무 힘들게 살아서 후회가 되는부분들이 많네요
    평생 맞벌이로 애들 남의손에 키웠고
    시가에서는 맞벌이하면 하늘에서 돈이 쏟아지는줄 알고ㅠㅜ 시동생들 용돈줘라
    ㅡㅡㅡ기가 막히는 것은 큰아들 빈손빚으로 분가시켜 놓고ㅡㅡ시동생 결혼시키는데 집 얻어준다고 돈내놓으라 하고 ㅈㄹ
    차도 없이 여행도 못다니고ㅡ버스로 기차고 짐 싸서 들고 다니고 ㅠㅠ
    지금의 나는 어느덧 퇴직을 하고
    편안하지만 젊음을 아쉬워하고 있네요

  • 22. 나무
    '21.7.24 10:24 AM (118.220.xxx.235)

    너무너무 대단하세요. 아이가 둘이나있었는데. 얼마나 아끼셧을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ㅠㅠ 눈에 선하네요.ㅠ 정말정말 축하드려요.꽃길만 걸으세요~

  • 23. ....
    '21.7.24 10:28 AM (121.144.xxx.149) - 삭제된댓글

    수고하셨어요
    저랑 같은 시기에 시작하셨다니 반갑네요.
    저는 결혼할때 지방에서 결혼전 모은 제돈 3500 남편돈1500해서 5000천 투룸 전세서 시작했어요
    남편 회사 본사발령으로 결혼 1년후 서울로 갔구요 그때 둘다 남쪽지방에서만 살다 서울집값보고 놀랬고 양가 도움 없이 시댁은 도움을 도리어 바라시는집이라 가끔 도와주면서 돈모이면 넓혀 이사가고 또 이사가고 전세에서 매매로 이리저리 맞벌이하며 살다보니 지금은 20억 중반 아파트 사게 되었네요
    크고작은 이사 10번에 아이 초등 전학 3번 시키고
    부동산 ,주식 10년전부터 눈여겨 봤구요
    중간에 집팔고 전세갔다가 벼락거지 될뻔도 했었는데 친정에 살며 다시 그전세돈으로 서울로 투자해서 그게 시드머니되어 지금이 되었어요

  • 24. ...
    '21.7.24 11:08 AM (59.6.xxx.231)

    정말 기분좋은 글이에요.
    행복하게 예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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